김 씨는 또 북한군의 참혹한 식량난과 의료실태도 증언했다. 그는 “군(軍) 병원에는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는 병사들로 가득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췌장염 등으로 중앙11호병원(이하 11호병원)에 입원했던 당시 상황에 대해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고 한 마디로 압축설명했다. 11호병원은 인민무력부 산하로서 인민군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병원이다. 타 병원과는 달리 의약품 수요가 충족되며, 병원 내에는 간부 전용 진료과가 별도로 있다.

김정일의 처조카로서 1982년 한국에 망명한 故 이한영 씨에 의하면 군 장령(장성) 중 인민무력부 군단장급 이상은 북한 의료시설 중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평양 보통강구역의 봉화진료소 치료대상이며, 사단장까지의 장령은 11호병원 특별과 또는 인민무력부 산하 2진료소 치료대상이다.

김 씨는 “(환자) 대부분이 지방에서 올라온 군인들인데 면회 오는 사람이 없어 빌어먹는 사람이 더 많았다”며 “어떤 환자들은 다른 환자를 면회 온 친지들을 향해 화를 내며 내쫓으려 했지만 먹지 못해 병세가 깊어진 환자들은 음식을 달라고 애원했다”고 회고했다.

김 씨에 따르면 11호병원에는 이러한 환자들이 부지기수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데 비효율적인 수술 때문이 아니라 부족한 영양섭취 때문에 그러한 고통을 겪는다.

이렇게 사망한 군인들은 가족에게 통보조차 되지 않은 채 사체가 군 병원의 실험용 도구로 사용된다.

김 씨는 “군의대학 병원과 11호병원이 붙어있는데 군의대학 병원 실험실에 갔다가 전라(全裸)의 여성 사체가 커다란 병 속 액체 상태의 방부제(포름알데히드로 추정) 안에 담겨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처음에 보고 살아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밝혔다.

그 여성은 군의대학 내 교환수로 근무하던 중 난방기기에서 새어나온 가스에 중독되어 사망한 상태였다. 김 씨는 “실험용으로 (병 안에) 넣어두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군 병원에서는 군인들이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은 사후 소속 부대에 사망 사실이 통보되는데 부족한 차량 연료 때문에 오지 않는 편”이라고 밝힌 뒤 “병원에서는 사체를 보관하다가 결국 실험용으로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체를 현금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김 씨에 따르면 매장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유가족들은 생계곤란까지 겹쳐 구권 기준으로 5만 원의 돈을 받고 사체를 군의대학 등에 매매하고 있다.

김 씨는 “북한에서는 사람 하나 죽는다는 것이 우습다”며 “자식들에게 돈이라도 남기기 위해 죽어도 돈 많은 차에 치어 죽자고 하는 등 앞뒤 가리지 않고 자폭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평양 뒷골목을 보면 기가 막힐 것이다. 아파트 지하에 사는 사람들,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집에 가 보면 하수구가 터지고 그런다. 군대 갈 때 꽃제비라는 것을 처음 봤다” 

‘파리 목숨’ 인터뷰를 마친 김 씨는 현 체제 하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북한 주민들의 목숨을 그렇게 표현했다. 


-취재 후기-

올해 초 제3국 주재 대사관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망명을 신청한 김용화(가명)씨는 아직 대사관에 체류 중이다. 최근 다시 취재진과 연락이 닿은 그는 “(망명하는 대로)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그는 진실을 알리기 위한 열의에 차 있었다.

5부작의 특집기사를 연재하면서 취재진도 김 씨를 통해 새롭고 많은 소식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인민무력부에 대한 그의 상세한 설명은 놀라움을 넘어 흥분 그 자체였다. 여태껏 알려지지 않은 인민무력부의 실상을 본 방송을 통해 최초로 공개한다는 그 자체가 경이로움이었다.

사실 이러한 엄청난 정보 앞에 취재진도 일말의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취재진뿐만 아니라 타 언론계 종사자들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심지어 메이저급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C씨는 너무 당황했던지 실수로 “북한에 가봤는가”라고 묻기까지 했다(C씨를 만난 기자는 남한 출신이었다).

그러나 취재진은 김정일의 건강상태에 대한 그의 증언 몇 달 후 국정원이 같은 내용의 발표를 하는 것을 보면서 비로소 일말의 의심과 불안마저도 날려 보낼 수 있었다.

특집기사를 연재하면서 다소 위험한 내용도 많았다. 국내 관계당국에서 포섭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민무력부 내 인물에 대한 증언에서부터 무력부 내에 자생(自生)한 반체제 세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김 씨의 육성까지.

하지만 김 씨의 증언을 여과 없이 보도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인물들에 대한 안전이 충분히 확인되었기 때문이며, 김 씨의 육성을 공개한 것 또한 김 씨의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었기 때문임을 밝혀둔다.

실시간으로 정보와 소식이 난무하는 가운데 속에서 연재가 다소 불규칙적이었던 점을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리며, 5부작의 긴 시간 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리는 바이다.

*사선을 넘어 망명을 앞둔 와중에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해 주신 김용화씨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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