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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한마디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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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의 한 마디는 천금의 무게가 있다”는 옛글도 있고,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라는 서양의 속담도 있습니다. 신약 성서 요한복음에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라고 적혀 있습니다. ‘말’이 격상되면 ‘말씀’이 되고 그 ‘말씀’이 하나님과 같은 자리에 서게 됩니다.
2002년 대통령선거 막판에 가서 후보 한 사람이 얼결에 내뱉은 말 한 마디가 오늘의 한국을 걷잡을 수 없는 이 혼란으로 몰고 갑니다.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수도를 대전으로 옮기겠습니다.” 그 한 마디는 마녀의 빗자루를 타고 충청도의 하늘을 날아다니며 순박한 충청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마녀의 그 빗자루 덕분에, 그 망언 한 마디 때문에, 그 후보는 “좀 재미를 보았고” 드디어 대한민국의 16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가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허공에 메아리치고 사라졌을 그 한 마디가 오늘 한국의 정당을 하나 박살을 내고 나라 전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 꼴을 지켜보면서 평양에 앉아 있는 김정일이 회심의 미소를 띠우고 있을 겁니다. 앞으로 있을 지방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는데 무슨 새로운 변수가 생기기 전에야 그 누가 한나라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사람은, 특히 지도가자 될 사람은, 말을 조심해야 하는 법입니다. 웅변을 토하기 보다는 침묵을 지키는 것이 본인의 신상이나 국가의 장래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조심, 입조심, 말조심 - 간곡히 부탁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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