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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의 그 날을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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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자기의 살아온 길을 돌아다보며 가장 감격했던 날을 되새길 수 있을 겁니다. 나의 83년의 기나긴 생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날은 1945년 8월 15일, 낮 12시에 중대방송이 있다고 하더니 그것이 일본천황 히로이토의 연합군에 대한 항복 선언이었습니다. 그가 “무조건 항복합니다”라고 라디오를 통해 힘없는 목소리로 한 마디 하니 일본인의 고개는 그 순간 뚝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태극기가 나와 펄럭이고, 평남 평원군 영유골의 청년들이 떼를 지어 동네 뒷산으로 달려가 신궁·신사를 본받아 만든 소규모의 일본인 사당을 때려 부셨습니다. 독립만세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 날의 감격을 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앞으로 있을 통일의 감격이 그런 것이리라고 믿고 그 날을 또한 고대합니다. 통일의 그 감격을 경험하지 않고는 죽을 래야 죽을 수가 없습니다. 내 친구들에게도 그 뜻을 전한 바 있습니다. “휴전선을 지키던 인민군이 다 도망가고 없대” - 그리고 쇠사슬에서 풀려난 동포들이 무턱대고 휴전선을 넘어오는 그 날의 감격을 죽기 전에 경험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요새 밴쿠버 겨울올림픽 얼음판에서, 이에 준하는 기쁨을 만끽하며 삶의 보람을 느낍니다. 쇼트트랙 1500m 스피드의 이정수 선수, 남자 스피드 500m의 모태범 선수, 여자 500m 스피드의 이상화 선수의 등에 적힌 “KOREA”를 보면서 공연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사실이 날마다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이 기쁨이, 아아, 통일로 이어지기를 갈망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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