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거주한 노동당 간부 출신의 김철수(가명)씨에 따르면 인민무력부는 대동강과 인접한 동대원구역 동대원동에 소재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언론은 캐나다의 중국어 군사잡지 ‘칸와디디펜스리뷰(KDR)’를 인용해 인민무력부가 서성구역의 서평양역 인근 야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민무력부 산하이자 최고사령부 직속 통신부대 장교 출신인 김 씨에 따르면 인민무력부 내에는 많은 비리가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전편에서 언급한 소위 ‘군부(軍部)판 기쁨조’이다. 김 씨와 같은 통신부대 교환수들은 통신기기를 직접 청소하기에 도구함을 들고 청사 내를 누비며 모든 비리를 목격한다.

김 씨는 기쁨조들이 인민무력부 2호 청사의 청사관리소 소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 여군은 호위국 상급병사에 준하는 군복과 장교용 군모(軍帽)를 착용한다”며 기쁨조 여성들이 상당한 대우를 받고 있음을 나타냈다.

김 씨에 따르면 기쁨조 선발기준은 신장 160cm 이상에 준수한 외모와 뛰어난 가무실력, 그리고 ‘국가에 충성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칠 줄 아는’ 신념을 갖춘 여성이다. 이들은 주로 김정일과 작전국 간부들을 상대하며, 전역할 때까지 외출이 금지되는 일반 하전사, 교환수들과는 달리 출입이 자유롭다.

김정일을 접대하는 경우 중 하나가 사격장이다. 이들은 군인의 신분으로서라기 보다 김정일의 시중을 위해 사격훈련을 받으며, 김정일은 사격장을 찾을 때 반드시 이들 여성을 대동한다.

간혹 성적 봉사를 거부하는 여성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는 혹독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김 씨는 “이들에게 지시되는 심부름은 곧 잠자리를 의미하는데 이를 거부한 어떤 여성은 폭행당한 뒤 인민보안성 산하 철도경비대로 전출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대신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면 큰 보상이 뒤따른다. 이들은 전역 후 그동안 봉사했던 작전국 간부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대개 청사 경무관(경비병)과 결혼한 뒤 평양에 자택을 마련해 정착한다.

[“탈북한 뒤에야 비로소 A가 남조선이 포섭한 공작원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민무력부 내부에는 비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김정일 정권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리기 위한 세력도 존재한다.

김 씨는 “당시 기밀유지를 위해 교환수 한 사람당 보위지도원(보위사령부 소속으로 추정)이 하나씩 감시 임무를 띠고 배정되었다”고 회고했다.

김 씨에 따르면 전원 장교로 이루어진 보위지도원들은 교환수들의 작업장에 접근하지 못하며, 문제발생 차단을 위해 담당 교환수 대신 다른 교환수를 감시할 정도로 조심성을 기한다.

그러나 당시 그를 담당했던 보위지도원(이하 A)은 어찌된 일인지 주어진 임무를 넘어서면서까지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1층에 있으면서 3층의 전화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예민한 감각을 가졌던 A는 김 씨에게 도청기술과 사격을 훈련시켰으며, 교환수를 감시하는 대신 지금 누가 근무 중이고, 작전국장이 누구와 통화했는지,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김정일이 판문점과 얼마나 통화했는지 등등 통신내용만을 집요하게 물었다. 김 씨는 규정상 합법적인 것으로 착각하고 모두 말해주었다고 한다.

A는 또 자신의 집무실에 보위부장도 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맞지 않는 집무실 열쇠를 보위부장에게 주는가 하면 책상에 손을 댈 때는 반드시 장갑을 착용할 정도로 다른 보위지도원들과 다른 행동을 보였다.

김 씨는 “보위지도원들은 교환수의 작업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며 “훗날 중국으로 탈북해서 생각해보니 그 때 A가 그런 일(남한당국에 포섭된 대북공작원)을 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 씨가 A와 함께 인민무력부 내외를 오가는 통신을 도청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었다.

도청기술과 사격을 교육하기에 앞서 A는 총참모부 직속 보위부 문건이라면서 묶지 않은 문건 3묶음을 김 씨 앞에 던지고 타자를 지시했다고 한다. 타이핑을 하던 도중 호기심이 생겨 내용을 몰래 상세히 읽어본 김 씨는 그 문건이 인민군 내부의 비리를 기록한 것임을 알았으며, 그 중 6.25전쟁 이후 50명의 간첩이 남파되었다가 12명이 사살되고 생존자는 주요 요직에 앉은 ‘50마리, 40무리 작전’과 남한에 포섭된 북한 내부 공작원 명단 등이 기록되어 있는 것도 확인했다.

김 씨는 이튿날 오후 A로부터 문건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밝힐 것을 추궁 당했으며, 처음에 극구 부인하던 김 씨가 결국 내용을 상세히 실토하자 그 때부터 A는 김 씨의 기억력을 신뢰하고 임무를 하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씨가 도청을 통해 파악한 인민무력부 내부 실상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계속>

[관련기사]

[특별기획]인민무력부 내부를 가다(1)

前 최고사령부 간부 "평양 지하땅굴, 실제 존재한다"

"김정일, 히로뽕 중독 심각.. 환각 의지해 겨우 거동"

'휘파람' 가수 전혜영, 정치범수용소 수감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