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게 아니라 8.15 후 북한이 남한으로 보내는 전기를 딱 끊어버리자 남한 사람들은 저녁이면 캄캄한 정전 사태 하에서 호롱불을 켤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세대가 그런 암울한 세월을 보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6.25 남침 후에도 남한이 독자적으로 공업화와 산업화를 해내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래서 일부는 “그러니까 하루 빨리 통일을 해야 한다”는, 이른바 ‘선(先)통일 후(後)건설’이라는 구호를 내걸곤 했다. 말이 좋아 ‘통일’이지, 그 이면에는 “남한만의 자족적인 산업화는 불가능하다"는 절망론이 전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후의 현대사는 어떻게 전개되었던가? 한 마디로 ‘남농북공론(論)’을 완벽하게 뒤집어 놓은 기적의 역사였다. 대한민국은 북한의 공업과는 전혀 무관한 상태서 독자적이고 자기완결적인 산업화를 여봐란 듯 이룩해 보였다. 위대한 역전의 드라마였다. 그 누가 일찍이 세계 최하의 빈곤 농업국 한국이 분단 상태에서 세계 유수의 산업국으로 발돋음 할 수 있으리라고 예견했던가?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정, 그에 기초한 대한민국 건국, 자유민주주의 지향, 시장경제, 개방적 세계화를 삶의 가치기준으로 설정했던 건국시조(始祖, pilgrim fathers)들, 6.25 참전 영웅들, 산업화 리더들과 국민들, ‘올바른 민주화’의 희생들이 한 데 어우러져서 이룩한 빛나는 승리였다. 이래서 우리는 우리 모두의 열정과 피와 땀이 엉겨 붙은 대한민국 62년사를 벅찬 감회와 더불어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다.

“남농북공을 넘어 독자적으로 제북남공(除北南工=북한을 제치고서 남한을 공업화 시킨다)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역사였다. 2010년은 이 승리의 메시지를 북한의 하늘과 땅으로 공세적으로 전파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북한동포들에게 대한민국의 승리의 역사를 ‘기쁜 희망의 소식’으로 전하는 해, 2010년.

 더 많은 북한동포들이 이 ‘기쁜 소식’을 접할수록, 김정일 압제의 칠흑 같은 어둠은 새벽 하늘의 눈부신 태양 앞에 걷잡을 수 없이 녹아날 것이다. 핵(核)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을 뒤집어 쓰고 있다 할지라도. 제야(除夜)에 던지는 진솔한 염원(念願)이다.

류근일 2009/12/31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