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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선닷컴에 “오역으로 훼손된 세종대왕 동상”이라는 제목을 글이 실렸다. 글쓴 사람은 한림대학교 국제학부 객원교수 손우현인데, 핵심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광화문 광장'이라고 쓴 동판 양옆에는 세종대왕 동상 건립 취지를 설명하는 오세훈 시장이 서명한 한글과 영문 동판이 나란히 있었는데 ‘한글 창제 등 민족 문화를 꽃피우신 세종대왕’이란 구절을 ‘King Sejong the Great, who invented our national language Hangeul…’이라고 번역한 것이다. 다시 번역하면 ‘우리나라 말인 한글을 발명한 세종대왕’이란 뜻이다. 한글은 language가 아니고, script, alphabet, 또는 writing system이라고 해야 한다. 어떤 학자들은 한글의 의미를 살려 'Great (Korean) Script'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참으로 중요한 지적을 하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여 이렇게 중요한 일이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될 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서울특별시에서 행하는 사업이 이렇게 엉터리로 진행된다면, 그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상상한 하여도 끔찍하다. 우선 번역을 맡은 사람이 자신의 실력으로 어렵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서울시에서 다른 조치를 취하도록 하였어야 한다. 그리고 서울시에서는 그 번역문을 권위 있는 영문학자나 또는 자격있는 영어 사용권의 학자에게 자문을 구하였어야 한다.
아마 문제는 단순히 영어번역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설명 내용이 정확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다. 한국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아는 척하는 양심 없는 학자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사(博士)’라는 호칭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Ph.D. 학위는 ‘전문가’라는 뜻인데 그것이 한국에서는 두루 안다는 뜻의 박사로 번역되어 있어 일반인식이 잘못될 가능성이 크다.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은 사실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전문가일 뿐이다.
영어 편지 한 장, 또는 중요한 역사적 유물에 대한 해설 한 편 등이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격을 갖춘 사람은 대한민국 전국에서도 몇 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훌륭한 인재(人才)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국립(國立)번역원(飜譯院)(가칭) 같은 부서를 만들어, 한국어로 된 문서나 중요한 해설 같은 것을 영어 또는 기타 각국 언어로 번역을 담당하는 부서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위에 지적한 것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은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에는 무심한 학자나 관료가 너무나 많아 그들에게 중요한 번역 일을 맡겼다가는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 쉽다. 이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다음 기회에는 한글의 로마자화(romanization)에 대해 한 마디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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