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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朝封建체제 특성상 金正日 사후 급변사태 예정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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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현존하는 王朝封建 체제를 분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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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사람은 누구나 생이 다하면 눈을 감기 마련이다. 수천 년의 역사상 수많은 민초들의 머리 위에 군림하며 그들의 목숨을 사유화(私有化)했던 영웅호걸들도, 그리고 그 영웅들의 다스림 아래 슬픔과 기쁨의 가락을 읊어야만 했던 민초들도 결국에는 꼭 같은 대지에 묻혀 사라져 갔다. 영생(永生)을 꿈꾸었던 진시황제(秦始皇帝)도 결국에는 한 줌 흙으로 돌아갔듯 끝없는 삶은 모든 인류가 추구하는 꿈이었지만 동시에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그런데 진시황제로부터 약 2천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흐르고 흘러 과학문명이 발달한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영구 집권의 꿈을 이룬 한 독재자가 있다.
김정일(金正日).
지난 반세기 동안 지구상 유일하게 현존하는 신(神)으로 자처하고 2천3백만 군중 위에 군림했던 그는 66세라는 적지 않은 고령으로 접어든 2008년 8월 인민군 1319부대의 마지막 현지지도를 끝으로 모습을 감춘 이후 지금도 여전히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뿐 사진 속 김정일은 여전히 북한 전역을 현지지도하며 통치하고 있다. 이른바 ‘사진통치’이다.
그의 현재 생사(生死)는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만 인류역사상 가장 폐쇄되고 고립된 땅 북한의 숨겨졌던 속살을 엿보려는 외부의 집요한 노력에 의해 그나마 알려진 것이 있다면 김정일은 8월 마지막 현지지도를 끝으로 뇌졸중으로 추정되는 고질병에 의해 쓰러졌고, 현재는 장남 김정남을 프랑스 파리로 급파해 뇌신경과 전문의를 호출할 정도로 건강이 위중하며, 그의 매제이자 제2의 권력자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북한을 대리통치하고 있다는 정도뿐이다.
김정일의 실종은 그의 사후 북한에 닥칠 변화에도 외부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현재 각 국에서는 김정일 이후 북한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세 아들 중 한 명이 권력을 세습할 것이라는 분석과, 노동당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의 변화, 그리고 군부 강경파에 의한 쿠테타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김정일 이후의 북한의 미래를 예측해보자면 우선 왕조(王祖)라는 구시대적 통치 체제가 갖는 특징과, 정치가 김정일이 아닌 인간 김정일을 탐구하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정부도 당(黨)도 아닌 오로지 1인이 다스리는 왕조 체제이기에, 김정일의 성격에 따른 심정의 변화와 결정이 곧 북한의 운명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왕조 체제의 권력 구조가 갖는 특징은 1인에게 집중된 권력과 당파(黨派), 그리고 외척(外戚)과 군(軍)이다. 여기서 북한은 조선사회민주당 등 야당이 비록 명목상 존재하기는 하지만 당파 싸움이 결코 허락되지 않는 1당 독재체제, 특히 수령의 권위가 절대적인 탓에 수령을 위해 당이 존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당파는 제외된다. 당파를 제외하고 남는 것은 권력의 1인 독점과 외척, 그리고 군부이다.
[王朝封建 체제에서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이 사라질 경우 외척과 군부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거세질 수밖에 없다]
우선 외척을 살펴보자. 북한 체제는 김일성 시대부터 그의 정실(正室)이었던 김정숙을 신격화할 만큼 외척의 입김이 거셌다.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서도 원래 남의 아내였으나 부정한 방법으로 갈취한 성혜림을 제외한 김정일의 부인들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정철과 정운을 낳은 고영희는 2004년 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정치권과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김정일의 동거녀인 김옥 국방위원회 과장은 현재 김정일 병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구나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은 사실상 북한을 대리통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만큼 외척들의 권력욕은 그만큼 비례해 높아져 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권력 독점의 주역인 김정일을 살펴보자. 김정일은 북한의 최고 권력자로서 노동당은 사실상 그를 위한 조연 중에서도 조연에 지나지 않다. 명목상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이지만 그는 실권이 없다. 따라서 노동당이 곧 김정일이 되는 셈이다.
조영환 前 서강대 교수는 김정일이 젖먹이 아기에서부터 중장년층이 되기까지 그를 곁에서 지켜보았던 황장엽 前 노동당 비서(現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와 김정일의 곁에서 13년간 전속 요리사로 근무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 등의 회고를 종합해 김정일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김정일은 생모(生母)의 이른 죽음에 따른 모성애 결핍과 성격 장애, 외모에 대한 열등감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는 친모(親母)의 죽음의 원인이 아버지에게 있다고 생각하던 나머지 계모 김성애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갔으며 이로 인해 (본시 남의 아내였던) 성혜림을 빼앗아 그녀에게서 모성애를 갈망했다... 스케일은 크나 피해망상과 열등의식 등으로 반대 의견을 수용하기 어려운 성격이다...”
통상 이런 성격의 인물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고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충격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에도 누군가로부터 배신당하고 버림받는 것을 심지어는 죽음보다도 더 두려워하는 성향을 가진다. 그리고 모성애의 결핍으로 인해 형성되었던 충격을 성인이 되어서도 충동적이고 잔인한 행동의 잦은 표출을 통해 분출하려한다.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이양 받은 이후 300만 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굶어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오로지 스스로의 권력 영위를 위해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숨 막히도록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총칼이라는 수단을 통해 가장 확실하게 자신을 지켜주고 수족이 되어줄 수 있는 군부를 최측근 세력으로 기용함과 아울러 권력기관들 간에 권력을 교묘하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철통같이 지배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김정일의 성격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김일성과는 달리 후계자를 일찍 선정하지 않은 점도 그의 이런 성격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음으로 군(軍)을 살펴보자. 통상 특정 1인을 중심으로 그 왕가의 가족들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봉건왕조 체제에서는 무력이 가장 확실한 통치 수단이 된다. 김정일의 혈통세습으로 말미암아 왕조 체제가 구축되기 이전인 김일성 시대에서는 표면적으로나마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었고 경제도 지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되었으며 주민들에 대한 세뇌교육도 확실했기 때문에 군의 입지가 오늘날처럼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회주의와는 전혀 동떨어진 김정일에 의한 기형적인 혈통세습 이후 북한 경제가 무너지고 동구권의 붕괴로 인한 자본주의 문화의 내부 유입으로 인해 왕조체제 붕괴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자 김정일은 국방위원회 위원장직과 인민군 총사령관직을 장악한데 이어 90년대 말 그 어떤 권력보다도 무력을 최우선시 하는 선군정치(先軍政治)를 내세워 마침내 완벽한 중세 봉건사회로의 회귀를 천명했다.
김정일로부터 왕조체제 보호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군부는 99년 제1차 연평해전과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이라는,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도발을 발발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98년 8월 31일 사거리 1,800~2,500km에 이르는 대륙 간 공격용 탄두운반체인 대포동 미사일을 일본 상공으로 발사하고 2006년 마침내 북핵 실험을 감행하는 등 그들의 존재를 과시했다. 그리고 최근들어 한층 더 거세진 그들의 입김은 그들이 최근 남북군사실무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다.
김정일과 외척과 군부. 이처럼 이들은 김정일이라는 권력의 정점이 무너지려하는 지금 그 어떤 특정 세력에 힘이 몰리는 대신 각자의 막대한 세력을 구축하고 고유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김정일 사후 비어버린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정략적인 이합집산(離合集散)을 이루어왔다.
사망한 고영희로부터 후사를 부탁받은 외척 김옥은 김정일의 차남 김정철을 내세우며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장성택 또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을 내세우며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리제강 리용철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대표되는 군부 또한 외척 및 당정 관계자들과 관계를 맺고 독자적인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하늘 아래 두 영웅이 있을 수 없다고 했던가(一天下不二雄). 인간은 본시 야망에 지배당하는 권력의 동물이다. 김정일이 비록 집권기간 동안 이 모두가 그에게 충성하고 내부 분열을 일으키지 않도록 치밀한 권력 구도를 편성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김정일 자신이 존재할 때 가능한 것이다. 모든 현안의 결정권을 행사하던 권력 피라미드의 꼭짓점이 사라지는 순간, 피라미드는 터진 둑처럼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두려움과 이기심으로 점철된 金正日의 탐욕이 결국 北의 급변사태를 부른다]
일그러지고 탐욕스러운 성품에다가 그 자신이 권력을 내놓은 김일성의 말년을 직접 목격했기에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그 누구에게도 권력을 내놓으려 하지 않을 김정일과 김정일의 친인척이라는 후광(後光)을 등에 업고 권력의 칼을 휘두르며 왕좌를 노리는 외척들, 그리고 숨통을 죄어오는 이 권력 싸움에 뛰어든 군부. 거기에 실권은 없지만 한탕을 노리며 왕좌의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 수많은 당정 지도자들까지 합친다면 권력 싸움의 규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올 해 9월 23일 동아일보는 미국 정부가 현재 김정일 사후의 북한에 대해 집단지도체제가 구성되겠지만 머지않아 급속도로 분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이 달 13일 미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지는 중국 정부 또한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북중 접경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신속하게 증파하고 있는 것으로 긴급 타전했다. 김정일이라는 최고 권력자의 ‘사진통치’ 마저 효력이 다해 끝이 나고 권력의 최고정점이 사라질 경우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이미 탁상을 벗어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급변사태가 닥친다면 그 여파의 규모와 형태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오로지 획일적 수직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권력 체계가 사분오열(四分五裂)될 경우 군부는 평양의 궁전으로 진격할 것이며, 어쩌면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어떤 세력의 요청에 의해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과 미국 등 주변국까지 개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 사후 급변사태라는 북한 체제의 붕괴는 우리로서는 통일을 위한 가장 큰 호기(好期)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곧 국제적 분쟁의 야기라는 재앙으로 번질 개연성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에 따르면 국제법적으로 북한에 대한 타국의 군사적 개입은 원칙적으로는 불가하지만 조약에 의한 개입이나 북한 내부의 요청, 전면 남침이나 남침 임박 및 대량살상무기 사용 임박, 대량난민 발생, UN에 의한 개입이 유력한 대규모 인권문제 발생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는 예외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는 헌법 제3조에서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그리고 북한 주민들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와 함께 91년 9월 18일 국제연합(UN)에 가입한 독립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실체를 인정받고 있다. 관례에 따르면 국제법은 각 개별 국가들의 국내법보다도 상위에 위치한다. 우리가 북한의 급변사태에 개입하고 통일을 이룩하려 할 때 국제사회는 이를 통일이 아닌 강제합병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만약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우리는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해결할 열쇠를 이미 쥐고 있다. 바로 한미 동맹이다.
지난 10년간의 친북정부 하에 한미 양 국의 혈맹(血盟)관계가 비록 소원해졌다 해도 미국은 여전히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 한민족 주도의 민족통일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그 힘을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강국이다. 비록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이 견제세력으로 떠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힘은 여전하다. 미국의 경제는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며, 미국의 군사력은 그 어떤 강대국들도 압도한다. 미국의 말 한마디가 곧 국제사회의 질서가 되며, 미 대통령의 정책이 곧 국제사회의 정책이 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한미 동맹은 김정일 사후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에 빠져 든 북한을 수습하고 통일을 이룩할 충분한 힘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주변국들의 움직임까지 가정한다면 한미 동맹만이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다. 우리는 이 점을 잊지 말고 한미 동맹이라는 열쇠를 한 층 예리하고 정교하게 가공해 김정일 사후 통일의 문을 열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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