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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이집트에서 개최됐던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가 끝난 후, 북한의 명목상 국가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이날 채택된 비동맹운동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는 ‘6자회담 반대’나 ‘미국 비판’ 등 북한이 애초 의도했던 내용은 끝내 포함되지 못했다. 그뿐 아니다. 지난 34년간 남북한 통일 등과 관련해 북한의 입김이 들어갔던 소위 ‘한반도 조항’도 선언문에 들어가지 않았다.<본지 7월15일자 6면 참조>
한국 정부 대표로 이번 회의에 참석한 박인국 유엔대표부 대사는 “김영남 위원장이 다른 회원국들과 양자회담을 하며 북한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1874호가 채택된 후,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지탱해 온 교두보 하나가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NAM의 정회원국인 북한이 비회원국인 미국과 한국의 막후(幕後) 공세에 밀려 자신의 ‘안마당’에서 수모를 당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처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곤궁한 처지를 상징한다.
같은 날 뉴욕에선 유엔 안보리의 대북(對北) 추가 제재가 발표됐다. 북핵 및 미사일 발사 등에 관련된 개인 5명, 기관·기업 5곳과 대량살상무기에 사용되는 첨단 소재 등 2개 물자에 대해 제재가 취해졌다.
미국은 오는 22일부터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1874호 결의에 기반을 둔 강력한 제재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미국은 무기 관련 물자를 선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강남 1호가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의 어떤 나라에도 기항(寄港)하지 못하도록 ‘그물망 압박’을 가해 결국 강남 1호가 회항(回航)하도록 했다.
지난달 ‘1874호 체제’가 시작된 후의 상황은 여러 면에서 과거와는 차별된다. 과거에는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북한이 사각의 링 안에서 서로 옳다며 맞고함을 지르는 수준이었다. 한국과 일본만이 링 안에 들어가 미국 편을 들고, 다른 나라는 링 밖에서 팔짱을 끼고 관전(觀戰)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버락 오바마(Obama)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북한만이 미국이 내민 화해의 손을 뿌리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 2차 핵실험 미국 커런트TV 기자 2명 억류 정전협정 파기 선언 등 연거푸 무분별한 도발을 감행하자 북한에 등 돌리는 나라들이 늘어났다.
특히 중국의 태도가 달라졌다. 중국은 ‘1874호 체제’가 시작되고 나서, 고위 대표단을 4차례나 잇달아 파견한 미국에 ‘독자적으로도’ 제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8일 국무부 고위 관계자 브리핑). 중국 내에서는 1874호 체제가 시작된 이후 더 이상 북한의 후견인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진다.
북한이 ‘국제적 외톨이’가 되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엔 이견(異見)이 없다. 미국은 이제 북한의 도발에 맞받아치는 맞대응 전략(tit-for-tat)을 넘어, 북한과 관련된 곳에는 어디든지 달려가서 ‘예방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필립 골드버그(Goldberg) 대북제재 조정관은 2500만달러가 동결된 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 이후 북한이 무역 거점을 옮긴 것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를 방문, 경고의 뜻이 담긴 협조를 요청했다.
이언 켈리(Kelly) 미 국무부 대변인의 16일 발언은 더욱 단호하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가는 고립의 길이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회담에 돌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조선일보 이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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