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대북정책 담당자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매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한다. 작년 8월 뇌졸중 발병 이후부터 김 위원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건강상태를 짐작해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를 예측하는 것이 북한정책의 출발점이 됐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가장 핵심적인 전략적 변수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좌담회에 참석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는 “워싱턴에선 북한 상황을 ‘2분에서 20년까지(from 2 minutes to 20 years)’란 말로 요약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2분 후 어떻게 될지, 아니면 이대로 20년을 유지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하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5분에서 5년까지로 본다”고 했다. 나이·체질·병력 등 비슷한 건강상태를 가진 사람들의 자료를 토대로 예측해봤을 때 5년 이상 버티기는 어렵다고 본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북한문제를 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 북한문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 후 북한사정은 전례 없이 불확실한 상태가 됐다고 진단한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누가 권력을 이어받든 북한 내부는 급격하게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이 외부로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과 불확실한 후계문제 때문에 북한이 협상에 나서는 체 하는 것조차 너무 위험한 일이 됐다”고 분석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조정관이었던 웬디 셔먼도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체제 생존이란 관점에서 바깥의 문제에 신경 쓴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오바마 행정부도 이 같은 북한 내부 변수를 고려해 “당분간 협상불가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미는 북한급변 대책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2월 방한 때 이미 “북한이 조만간 후계 문제를 둘러싼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도 작년 말부터 미·일이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는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공동작전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는 “그럴 경우 북한은 집단지도체제 속에서 강경노선을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통 큰 협상이나 돌파구를 추구하긴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조선일보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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