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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을 ‘대북(對北) 제재 행렬’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최근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874호 결의안에 따른 대북 제재, 6자회담 재개를 위한 5자협의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국은 현재까지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미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
◆압박하는 미국, 대답없는 중국
오바마(Obama) 행정부는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범정부 특별기구를 설립하고 이 기구의 수장인 필립 골드버그(Goldberg) 전 볼리비아 대사를 다음 달 초 베이징에 보내 중국측과 대북 제재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은 24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북결의안 실행에 대해 논의했다. 23~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0차 미·중 연례 국방협의회에서도 미셸 플러노이(Flournoy)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마샤오톈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을 만나 중국의 적극적인 유엔 대북 제재 참여를 촉구했다.
미국 언론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 “북한의 1차 핵실험 뒤 북한의 무역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73%에 달할 정도로 오히려 양국 거래가 급증했다. 중국에서 나오는 현금이 북한 군부로 들어가면서 대북 제재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며 중국의 대응을 독촉했다.
하지만 중국측은 좀처럼 미국이 원하는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융화(程永華) 주한 중국대사는 26일 한 강연에서 “대북 제재가 안보리 행동의 목표는 아니다. 정치적·외교적 수단이 한반도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하며 실행 가능한 수단”이라고 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5일 “국제사회의 조치가 북한의 민생과 정상적인 경제무역 활동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제재’보다는 ‘대화’를 강조하는 것이지만, 그러면서도 한·미·러·일이 모두 지지를 표명한 5자협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분위기를 흘리고 있다.
◆복잡한 중국의 속내
중국의 이 같은 모호한 태도는 북한과의 우호관계,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전통적 입장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중국이 동참해 국제적인 대북 제재가 이뤄지더라도 향후 대화국면은 미·북 양자 대화로 풀려갈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중국의 역할이 애매해져 지역 내에서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미국 못지않게 북한의 핵을 싫어하지만 향후 대화 국면에서 뒤편으로 밀려나는 것은 참을 수 없어한다. 자신이 의장을 맡고 있는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을 계속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당국자는 “대화 국면에서도 중국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 하는데 중국은 아직 그 부분에 대해 미국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이 공개적으로 중국의 결단을 강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한 불편한 심기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자협의’의 경우도 충분한 사전조율 없이 한·미가 먼저 수면 위로 올리고 중국은 뒤따라가는 모양새를 만들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은 지난해 12월 6자회담 개최일을 미국이 먼저 발표하자 회담이 시작될 때까지도 공식 개최 발표를 하지 않음으로써 불만을 표시한 적도 있다”고 했다. “중국에 대놓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거나 선택을 강요하는 듯한 행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얘기다.
출처: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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