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민주당 버락 H.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후보가 미 대선에서 사실상 제44대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은 가운데 북한 정권도 이를 환영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방북해 북한 고위 인사들과 접촉을 가진 미국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4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정권 수뇌부도 미국 차기 정부의 정치행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특히 오바마 정권의 출범을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기를 대단히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위 진보성향 재미 정치학자로 오바마 후보 진영의 외교안보 전문가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박 교수는 또한 김정일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서는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정권은 그동안 미북 관계를 개선하려 했지만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하지만 오바마 진영은 미북 간 직접대화를 추진할 방침이고 특히 부시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미북 관계 개선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미북 관계는 물밑접촉 등을 거쳐 급진전될 것이며 특히 1~2년 안에 국교정상화까지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교수는 “미북 간 직접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경우 현행 6자회담은 회담의 틀은 그대로 유지되겠지만 무색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북핵문제는 미북 간 직통 채널을 통해 논의되고 집단평화체제나 지역안보체제 문제만 6자회담에서 논의되는 형식으로 변질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오바마가 승리할 경우 오바마 행정부 출범 뒤 6개월~1년의 기간이 한반도에는 매우 중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에도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만큼 한미 양 국이 통일된 대북정책과 비전 및 전략을 갖추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북정책에 관한 간격을 좁히지 않을 경우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박 교수는 이번 방북에서 오바마 진영의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과 기류를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는 인권단체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와 관련해 “북측은 삐라에 김정일에 대한 비난 내용이 들어가 있고 돈(달러 및 위안화)까지 함께 들어있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서 “북측이 남북군사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단호한 실천행동’을 경고했는데 이를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북측의 입장도 전달했다.
 
오바마 미 대선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북한 정권과의 대화를 통한 관계형성 및 외교관계 구축이 있어야 한다”며 양 측의 의견이 충돌하더라도 항상 적극적인 대화가 있어야 함을 강조해왔다.
 
특히 오바마 진영의 프랭크 자누지(Frank Jannuzi) 한반도정책팀장은 선거 직전 한 토론회에서 “오바마는 6자회담을 보완하고 원칙에 의거한 직접 외교가 필요하다고 믿는다”며 민주당의 전통적인 북미 양자대화식 외교를 강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오는 7일까지 이근(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뉴욕을 방문해 성 김 미 국무부 북핵특사와 함께 북핵 검증 의정서 타결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 될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오바마 후보는 북측과의 협상을 통해 2009년 외교대표부 설치, 2010년 북미정상회담, 2012년 북미수교의 대북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누지 한반도 정책팀장도 “북한이 부르면 갈 수도 있다”며 미북 양 측의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출범이 곧바로 북핵 폐기와 북한인권 개선 방침의 철회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 정부 고위당국자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방법론에서 유연하기는 하지만 비확산 원칙이나 북한 인권문제에는 오히려 공화당보다도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이상 협상이 신속하게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리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4일 국감에서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다해도 여러 정책적 검토가 이루어 질 것”이라며 “핵문제가 해결된다면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한 (미북 간에) 순조로운 타협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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