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미국인범죄자들의 반공화국적대행위에 대한 응당한 심판’ 제하의 관영 조선중앙통신 상보(詳報 )를 인용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최근 미국기자 2명이 반(反)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하며 우리나라 국경을 불법침범 했다가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다”며 “중앙재판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이름으로 형법 44조에 의해 노동교화형 12년을 언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보도에서 “3월 17일 새벽 정체불명의 남자 2명과 여자 2명이 몰래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 온성군 강안리의 우리 측 대안(영토)에 침범해 수상한 행동을 했다”며 “국경 경비대원들이 단속하려 하자 남자 2명은 도주하고 여자 2명이 현장 체포되었다”고 밝혔다. 
 
중앙검찰소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각각 현행 형법 69조와 233조를 적용, 3월 22일 이들에게 ‘조선민족적대죄’와 ‘비법국경출입죄’를 적용해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4일부터 8일까지 평양재판소 법정에서 형사소송법 271조에 따라 국가기밀 누출을 고려해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했다”며 “피소자(피고인)들의 청원과 요구에 따라 그들이 선정한 통역원이 통역을 보장했고 재판심리 과정에 따라 로라 링에 대한 변론이 보장되었지만 리승은(유나 리)은 변호사 선정권리를 스스로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소자들은 스스로의 행위가 공화국(북한)의 인권실상을 왜곡해 깎아내리고 비방 중상하는 동영상 자료를 조작해 사회주의 제도를 고립 압살하려는 정치적 동기로부터 감행된 범죄행위라는 것을 인정했다”며 “범죄자들은 판결을 인정하고 접수했다”고 주장했다.
 
또 형기(刑期)는 두 여기자가 구속된 2009년 3월 22일부터 계산되며, 판결에 대해 상소할 수 없다는 것이 선고되었다고 덧붙였다.
 
[北 현행 변호사법 “북한 내 다른 나라 법인과 개인도 변호사의 법률상 방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중앙재판소의 재판에서 특이한 점은 한국계 미국 여기자인 유나 리가 스스로 변호사 선임을 포기했다는 점이다.
 
통일부 공식 홈페이지의 북한 현행 헌법과 형사소송법, 변호사법을 살펴보면 북한의 재판소는 재판에서 피고인의 변호권을 보장한다고만 명시하고 있을 뿐 피고인이 변호사 선정을 포기할 권리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북한의 현행 헌법은 제7절 158조에서 “재판은 공개하며 피소자의 변호권을 보장 한다”며 “법이 정한데 따라 재판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제2장 17조에서 “형사사건의 취급 처리에서는 피심자, 피소자의 변호권을 보장 한다”며 제6장 172조에서 “변호인이 선정됨이 없이 사건이 재판소에 기소되었을 때에는 재판소가 해당 변호사회에 의뢰해 변호인을 선정해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19조에서 “변호사는 법률상 방조를 신청하는 자가 자기 사실을 정확히 말하지 않거나 그 신청이 법에 어긋나는 경우 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은 제1장 4조에서 “국가는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국민)이 소송 및 법률 행위를 수행하는 데서 자기를 방조하거나 대리할 수 있는 변호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피고인에게) 보장 한다”며 “공화국 영역 안에 있는 다른 나라 법인과 개인도 변호사의 법률상 방조를 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재판과 관련된 북한의 현행법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변호사가 피고인에 대한 변호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와 관련된 내용만이 있을 뿐 피고인이 변호사 선임을 포기할 권리와 관련된 내용은 없다. 
 
반면 한국의 현행 형사소송법은 제4장 30조에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며 33조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또는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변호인을 선정하여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현행 형사소송법 31조에 따라 변호사가 변호인을 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변호사 선임을 거부할 수 있음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같은 공산권인 중국 또한 현행 형사소송법에서 피고인이 변호사 선임을 거부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비상상소’ 통해 석방의 여지 남긴 로라 링과 변호의 권리마저 압살당한 유나 리]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상보에서 유나 리를 줄곧 영어식 이름 유나 리가 아닌 한국식 이름 ‘이승은’이라 지칭하며 그를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규정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또 “조선중앙통신사는 위임에 따라 조선반도에 전례 없이 대미(對美) 대결국면이 조성된 시기에 미국인들이 감행한 범죄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상보를 발표 한다”며 “우리는 미국이 반공화국 범죄행위를 산생시킨데 대해 각성을 가지고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이번 재판을 정치적 사건으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판결에 대한 상소를 금지한 중앙재판소가 유독 한국계 유나 리에게만 현행법에도 없는 ‘피고인의 변호사 선정 포기 권리’를 결부시킨 것은 중국계인 로라 링에게는 미국과의 협상 타결을 통해 상소의 명분을 남겨두는 한편 유나 리에게는 그마저도 말살해버리려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하고 있다. 
 
로라 링이 석방될 여지는 북한 현행 형사소송법이 제7장 255조에서 “중앙재판소의 제1심 판결, 판정에 대해서는 상소, 항의할 수 없으며 중앙재판소 판사회의에 비상상소만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있다.
 
비상상소(非常上訴)는 확정된 판결이나 판정이 법의 요구에 어긋날 경우 그것을 중앙재판소에 제기해 다시 심리하는 제도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9장 267조에 따르면 비상상소는 중앙재판소 소장 또는 중앙검찰소 소장이 중앙재판소에 제기하며 277조에 따라 중앙재판소는 접수일로부터 1개월 안에 처리할 수 있다.
 
또 282조와 283조에 따라 중앙재판소 소장과 부소장, 판사들 및 중앙검찰소 소장이 참가해 다수가결로 채택하며, 286조에 따라 판결의 기초로 삼았던 증거가 거짓이거나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실로서 재판 당시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알려졌을 때 재심을 시행한다.
 
비상상소는 북한 현행법에 정통한 변호사가 없으면 피고인 홀로 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계인 유나 리는 법 제도가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수령 유일체제의 북한에서 변호권도 명분도 모두 빼앗긴 채 장기 억류의 운명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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