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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투쟁에서 패배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하 정남)이 망명을 준비할 것이라는 본 지(誌) 분석과 관련해(2009년 4월 30일자 ‘김정남, 그는 망명을 준비 중인가’ 분석기사 참조) 실제로 그에 대한 숙청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은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3대 세습체제 구축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정남 주변 인사들에 대한 숙청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마카오 체류 중 이 소식을 접한 정남은 귀국을 포기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정남의 측근들은 3일과 7일에 각각 국가안전보위부에 의해 평양 시내에서 구속되었다. 부장직이 공석인 보위부는 군부(軍部) 출신인 우동측 부부장이 지휘하고 있으며, 그는 체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국방위원회 위원직에 올해 초 선출되었다.
국방위원회는 김정일의 삼남 김정운(이하 정운)의 후계자 확정 분위기와 맞물려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에서의 헌법 개정에서 ‘국가전반의 사업을 총괄하는 지도기관’으로 격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운의 후계자 확정 시기와 맞물려 국방위원회의 권한이 절대적으로 강화된 것은 바로 군부가 정운을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군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 리용철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은 2003년 정남의 후원자였던 장성택 당 행정부장의 숙청을 주도하기도 했다.
정운의 후계자 확정은 최근 국정원에 의해 최종 확인되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1일 국회 정보위 소속 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이 지난달 28일 해외 주재 공관에 이메일로 김정운의 후계자 확정 공문을 보냈다”고 보고했다.
[흑묘백묘(黑猫白猫)에 겨누어진 숙청의 칼날]
정운이 왕좌를 잇게 된다 해도 26세라는 어린 나이에 제멋대로 자라난 성격까지 겹쳐 권좌 굳히기와 국제사회와의 신경전에서 치밀한 전략을 펼치기에 큰 무리가 있다. 따라서 차후 북한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것은 군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방위원장에 이어 북한의 2인자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군부 인사인 오극렬 당 작전부장이 선출되었고, 10여명의 국방위원회 구성원 중 무관이 아닌 문관은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유일하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일부에서는 정운을 앞세운 군부가 이미 실질적인 통치에 들어간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산케이 신문은 북한에 정통한 일본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낸 직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분명 김정일의 평소 스타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리고 정운을 지지하고 있는 현철해, 리명수 인민군 대장이 북한의 걷잡을 수 없는 폭주(暴走)를 일선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군부의 권력 독점으로 인해 한 때 정남을 지지하며 군부와 대립했던 장성택은 김정일의 매제라는 후광과 행정에서 보인 탁월한 능력 때문에 국방위원회에 흡수되어 살아남았을 뿐 통치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지는 못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이러한 후광과 능력에도 불구하고 장성택은 급진적인 중국식 개혁개방파의 수장격이었다는 점에서 자칫 반대파의 결집을 불러올 위험이 있기에 김정일 사후 군부의 입지가 공고해지면 언제든 숙청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김정남은 최고 혹형(酷刑)까지 처해질 수 있다]
탈출할 기회를 찾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김정일의 매제라는 후광을 믿고 자만한 탓인지 장성택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같이 해외로 망명하는 대신 거대한 권력의 폭풍 속에 잔류하는 길을 택했지만 정남은 달랐다.
장성택과 마찬가지로 급진적인 개혁개방파인 그는 자신이 후계자가 되지 못할 것임을 이미 오래전 예감한 듯 평양에서의 권력투쟁에 나서는 대신 해외를 유랑하는 길을 택했다. 뿐만 아니라 가족까지도 베이징(北京)으로 불러들여 언제든 망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과거 김정일과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배다른 동생 김평일과 숙부 김영주는 각각 폴란드 대사 발령과 지방으로의 추방으로 끝났지만, 정남의 경우 최고 혹형까지도 처해질 수 있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확정된 74년에는 북한체제가 안정적이었고 국제사회에서 공산진영의 세력도 확고했지만, 300만 아사(餓死)의 참상 이후 주민들이 급격히 의식화되기 시작하고 공산진영마저 몰락해 사라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내부결속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남은 김정일의 장남으로서 장자우선(長子優先) 원칙이 지배적인 북한에서 권력승계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을뿐더러 20대의 젊은 시절부터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공공연히 주장해온 인물이다.
체제의 모순과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깨닫고 정권에 대한 분노로 폭발직전에 다다른 주민들을 무마하기 위한 강성대국 건설 시기가 3년 앞으로 임박한 가운데, 이러한 정남을 살려두는 것은 자칫 개혁개방을 요구하는 반대파의 결집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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