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자력갱생의 길에 애국이 있다’는 논설을 내고 자력갱생 원칙 고수를 강조했다.
 
논설에서 신문은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을 굳건히 수호하면서 혁명과 건설을 힘 있게 전진시켜 나가야한다”고 주장한 뒤 “그러자면 자력갱생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자력갱생은 후대들에게 참된 삶과 행복의 터전을 마련해줄 수 있는 애국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논설에서 신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북한을 ‘강대국’으로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만일 우리나라(北)가 일찍부터 경제에서 자립하고 국방에서 자위의 원칙을 견지해 오지 않았더라면 지난 고난의 행군과 같은 엄혹한 시련 속에서 자기를 지켜낼 수 없었을 것이다”며 “아울러 오늘과 같은 ‘강대국’의 지위에도 올라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립의 원칙 때문에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고 ‘강대국’이 되었다는 주장과는 달리 북한은 수령 독재체제가 자립을 빙자해 자행한 개혁개방 거부와 폐쇄적인 경제 정책으로 말미암아 고난의 행군을 겪고 현재까지도 참담한 경제적 수준을 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인 점을 감안할 때 신문의 이번 논설 또한 억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 해 8월 16일 한국은행이 국정원 등 관계기관들의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2006년 북한 경제 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규모는 남한의 약 35분의 1수준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17분의 1수준이며, 남북간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발표에 의하면 2006년도 북한의 국민총소득(명목 GNI)은 256억 달러로 남한(8,873억 달러)의 약 35분의 1(2.9%) 수준이며,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남한(1만8,372달러)의 약 17분의 1수준인 1,108달러 수준에 그쳤다.
 
또한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상품기준)는 2005년과 같은 30억 달러로 남한(6,349억 달러)과의 격차가 2005년도 182배에서 2006년에 212배로 한층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수출은 2005년보다 5.2% 감소한 9억5,000만 달러로 특히 동물성생산품, 비금속제품 등이 감소한 반면 수입은 20억5,000만 달러로 플라스틱, 화학제품 등이 특히 늘어나 2.3% 크게 증가함에 따라 북한의 경제는 거의 파산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각 분야별로 살펴보자면 북한의 농림어업 성장률은 기상여건 악화로 곡물 생산이 줄면서 전년대비 2.6% 하락했고 특히 옥수수 등 잡곡은 7.0% 생산이 늘었으나 벼와 콩류는 각각 -6.4%, -6.6%로 생산이 줄었으며, 광업은 석탄과 비금속광물의 생산이 증가했으나 연, 아연광, 동광 등 금속광물의 생산이 감소하면서 2005년(3.5%)보다 성장세가 둔화해 1.9% 성장에 그쳤다.
 
그리고 제조업 성장률은 경공업과 중화학공업 등 성장세가 모두 둔화돼 2005년도 4.9%에 비해 크게 줄어든 0.4% 증가에 그쳤으며, 건설업의 경우에는 비주거용 건물의 건설은 늘어났으나 도로 및 철도건설 등 토목건설이 부진하면서 전체적으로 11.5%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서비스업은 금강산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음식숙박업(-21.8%)이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운수 및 통신업(5.1%) 등이 늘어나 전체적으로 1.1% 증가를 겨우 이뤄낸 것으로 조사됐으며, 한은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05년 36만6,000명에서 2006년 26만5,000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해리티지 재단, 월스트리트 저널 “北경제난은 정권의 규제에서 기인”
 
그런데 올 해 1월 15일 북한의 이 같은 경제난이 바로 정권의 심각한 시장 규제에 기인한다는 통계가 세계 자유기업주의를 연구하는 재단과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언론에 의해 발표되었다. 
 
당시 해리티지 재단과 월스트리트 저널이 공동 조사한 ‘2008 경제자유지표’에 따르면 157개국 중 한국이 41위를 차지한 반면 북한은 ‘꼴찌’를 차지하는 영애를 안아 북한 정권의 심각한 시장 규제가 북한 경제를 걷잡을 수 없이 망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경제자유지표는 각 국가의 재산권 보호와 세율, 경제와 금융, 무역, 기업 활동에 대한 정부의 간섭 등을 종합 측정해 산출하는 지표이다.
 
이와 같은 독재 정권의 시장 규제로 인한 북한 경제난은 미국 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밀수로 근근이 연명하던 주민 경제에 대한 심각한 타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데일리NK와 전화 통화를 가진 북한 현지 소식통은 중국 무역상들과 밀수 대방(사업 파트너)들이 북한의 주요 수출 및 밀수 자원인 광물, 고철 등의 가격을 절반 이상으로 내렸다고 밝혔으며, 이 소식통에 따르면 1kg당 북한 돈으로 900원에 중국에 매매되던 파철(고철)의 가격은 현재 200원까지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정권은 최근 미국에 의한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로 인해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국제기관들의 지원을 금지한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적성국교역법 등 5개의 규제가 풀리면서 경제 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만 이것도 현실화되기에는 걸림돌이 많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노렸던 국제금융기관법의 해제로 인해 북한 정권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금융기구에서 차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북한의 대외 신인도가 상당히 낮고 북한의 금융시스템이나 관행이 국제 수준에 훨씬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돈을 빌려줄 금융기관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적성국교역법 해제로 인해 북한 상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 제한은 원칙적으로는 사라지지만 외교관계가 전무한 북한과 미국은 정상교역관계(NTR)를 체결하지 않고 있으므로 북한제품이 미국에 수출될 경우 여타 국가의 상품에 비해 2~10배나 높은 관세가 부과되어 경제적 효과는 미미하다.
 
또한 무기수출통제법이 해제된다고 해도 북한의 군사력 확장을 우려하는 미국이 북한에 군수품을 제공할 리 만무하므로 북한 정권에게는 실익이 없다.

아울러 결정적으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면서 ‘핵 검증이 부실할 경우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릴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문이 이번 논설에서 강대국의 근거로 경제와 더불어 제시한  ‘자위적 군사력’ 도 허구임은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군사력은 핵과 생화학무기 같은 전쟁이 아닌 한민족의 공멸을 위해 존재하는 대량살상무기를 제외하고는 남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재래식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경제를 죽이고 있는 상태에서 국방력 강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따름이다. 게다가 북한 정권은 지난 61년 7월 11일 중국과 북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해 한미 군사동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의 군사적 보호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신문의 주장이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거짓으로 점철된 북한 정권의 개혁개방이라는 기적이 발생하거나 아니면 북한 정권의 전면 해체에 따른 자유민주 통일만이 유일한 열쇠라고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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