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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던 시절 나는 북한 수용소를 고발하는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힘들게 무대에 올렸다. 노무현 정부의 수많은 반대와 불온한 좌파들의 협박과 살해 위협을 받으며 '요덕스토리'를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청와대로 가서 노무현 대통령께 탄압만 하지 말고 한번 보시라고 1인 시위까지 했었을까. 그러나 이유를 불문하고 고인이 되신 그분을 나는 외람되게도 용서를 하기로 마음먹고 영면하시기를 기도하고 추모하고 있을 즈음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비운이 드리웠던 2009년 5월 23일과 24일, 그리고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지 3일째 되던 날, 나는 온몸을 비트는 듯한 충격에 싸였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분이 서거한 침통한 시기에 북한 김정일은 보란 듯이 2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동해안으론 미사일을 날려 보냈다. 2006년 10월에 있었던 1차 핵실험 때보다 더 강한 핵실험이란다. 그리고 북한의 관영통신은 보란 듯이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떠들어댔다.
"아무리 이념이 다르고 체제가 다르다 할지라도 분명히 북한의 김정일도 인간일 터다." 25일 오전만 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조전을 보낸 김정일에 대한 나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국가 원수였던 분이 서거해 온 나라가 애도의 마음에 잠겨 있는 때에 보란 듯이 핵실험을 감행한 그는 스스로 "배은망덕한 인간"이 되고 말았다.
10년 동안 남측이 보낸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를 핵무장에 사용하고도 모자라 자신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남쪽 당사자가 장례를 치르기도 전인 그때에 핵실험을 감행한 자들의 만행은 천추의 대죄이며 윤리를 저버린 패륜적 망동이다. 온 국민과 전 세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비보에 싸여 있던 지난 한 주일이 북한의 그들에겐 기회였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은 알고 있지만 김정일은 모르고 있었다. 이제 북한 인민과 북한의 김정일을 정확히 구분해 봐야 한다. 김정일을 위시한 북한의 소수는 북한이 지상낙원이다. 그들은 배고픔으로 인민들을 통치하고 수용소에 감금하고 공개처형함으로써 인민들을 다스린다. 북한의 소수는 김정일에 대한 충성이 거의 체념화된 맹신도들이라고 볼 수 있으며 또한 가장 자본주의를 잘 아는 속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충성의 높이가 높을수록 하사품 달러를 많이 주고 그러다가도 한 번씩 변질을 우려해 수용소에 감금하기도 하면서, "인간을 복종의 기계로 만드는 천재" 김정일은 "신 같은" 존재이다.
김정일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해로 정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선군 정치'의 전략하에 끊임없는 무력 도발과 핵무장을 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미 세습을 통한 후계구도가 진행 중이다. 동시에 김정일 세습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이제 우리도 김정일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자가 확실한 대북전략도 있어야 한다. 나는 이제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다시 해야겠다. 만약 제작비가 없다면 나 혼자라도 일인 배우가 되어 '요덕스토리'의 피를 토해내야겠다. 김정일이 가장 두려워하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이야기를, 태양을 조명 삼아 거리를 무대 삼아 다시 노래해야겠다. 은혜를 갚지는 못할망정 핵실험으로 대한민국 전 대통령의 추모를 무시한 김정일과 다시 한번 '맞짱'을 떠야겠다. 북한 꽃제비들의 비참한 삶을 그린 뮤지컬 '러브엔젤'을 만들어 전 세계를 무대로 공연해야겠다. 김정일이 하나님을 믿는 북한 종교인들을 어떻게 불태워 죽였는지 뮤지컬 '평양마리아'를 만들어야겠다.
내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우리의 노래와 춤이다. 평양의 저들은 그것이 얼마나 큰 타격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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