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한 가운데 가동이 중단됐던 영변의 재처리 시설에서 최근 수증기가 포착되는 등 재가동을 시작한 징후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또 25일 동해안에서 3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26일 오후에도 2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26일 “최근 핵동결 조치에 따라 가동이 중단됐던 영변 재처리 시설에서 수증기가 나오는 등 본격 재가동에 착수됐다는 여러 징후가 미 정찰위성에 포착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 재처리 시설의 재가동 준비에 2~4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해왔기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재처리 시설 재가동이 시작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영변 핵시설에서 폐연료봉의 재처리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으나 시설 청소 등 가동준비 징후만 포착됐을 뿐 본격적인 가동 움직임은 알려지지 않았다.

재처리는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직접 추출하는 작업으로, 북한이 이에 착수했다는 것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 그동안의 핵협상을 완전히 뒤엎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당장 영변 핵시설에 8000여개의 폐연료봉을 보유 중이며 이들을 재처리할 경우 6~8㎏의 플루토늄을 추출, 핵무기 1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양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폐연료봉 재처리의 결정적 징후 중 하나인 크립톤이 한·미 탐지수단에 포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공중에서 크립톤을 탐지할 수 있는 WC-135 특수 정찰기를 동해상에 수시로 출동시키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설치된 크립톤 탐지기로 파악할 수 있다.

한편 북한은 25일에 이어 연이틀 동안 총 5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 긴장 고조 수위를 높였다. 군 소식통은 “26일 오후 함경남도 함흥시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한 사실이 정보당국에 포착됐다”고 말했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지대공(地對空) 및 지대함(地對艦) 미사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앞서 25일 오후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사정거리가 최대 250㎞에 달하는 SA-5 지대공 미사일 1발을, 강원도 원산시에서 KN-01 지대함 미사일 (사정거리 160㎞) 2발 등 모두 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동해상에서 대공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북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감시를 위해 동해상에 출동한 미 RC-135 정찰기 등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서해 지역에서도 단거리 KN-01 지대함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평안남도 증산군 인근 서해상에 선박 항해금지구역을 선포해 27일까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참여 결정에 따라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도발 등 다양한 형태로 도발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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