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금 북중 국경지역을 횡단하며 25일 북핵 실험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 소식을 수집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녹록치만은 않은 일.

북한과 중국은 비록 형식적이라 하더라도 동맹 관계인데다가 북핵 실험은 베이징(北京)의 정부 고위급들만이 다루는 일종의 기밀 사항이기에 하루 종일 이 곳 저 곳을 다녀보아도 아직 별다른 소식을 접할 수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것은 현지의 표정과 현지 주민의 반응이다.

기자가 26일 방문한 북중 국경지역 도시 OO는 북핵 실험으로 인한 파급이 피부로 느껴지는 듯했다.

비록 북핵 실험 당일 지진여파로 인해 조치된 학생들의 긴급 대피령은 해제된 듯 소학교(초등학교) 학생들의 하교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하늘에는 여전히 인민해방군 공군 소속 전투기들이 편대를 지어 비행하고 있었다.

확인 결과 OO시 인근에는 공군 기지(공군 93011부대)가 존재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OO시 상공에는 이따금 군용기들이 비행하는 사례가 목격되기는 했지만, 이 날처럼 다수의 전투기가 3대씩 편대 비행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편대 비행은 전투 지역으로의 효율적인 이동과 상호 충돌 방지, 공격력과 방어력의 빈틈없는 조화를 위해 취하는 전술적인 행동이다.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들이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동서해상 등지에서 편대를 지어 상시 초계 비행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전투기들도 초계 비행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날 전투기들의 비행은 곡예비행이나 기타 다른 이유의 비행이라고 보기에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아마도 핵실험과 함께 북한 동서해상으로 미사일들이 난사된 점이 그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중국 정부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는 듯했다.

현지에서 만난 주민의 반응도 격렬했다.

OO교회에 출석하는 기독교 신자라는 30대 주민 김OO씨는 “백성들은 그렇게 굶기면서 핵실험이나 하고 있느냐”하고 흥분했다. 심지어 “김정일은 빨리 죽어야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비교적 북한의 실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한 이 주민을 제외하더라도 북핵 실험으로 인한 지진 여파가 이곳까지 밀어닥쳐 한 때 소동이 일었다는 점에서 국경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짐작할 수 있었다.

기자가 현지 주민들을 만나본 바로는 북핵 실험에 대한 여론은 반반으로 엇갈리고 있는 듯했다.

과거 6.25 당시 인민해방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경험이 있는 노인들은 무관심 혹은 우호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반면, 한국 문화를 많이 접하고 또 실제로 한국 방문 경험이 잦은 40~50대 미만 젊은 층은 무관심 혹은 비판적인 입장이 많은 경향이었다.

물론 중국에 살지만 국적은 북한으로서 매 주 모여 ‘김일성 주체사상 학습’을 하고 있는 조선 교포(조교)들의 충성심 높은 반응은 제외하고서 말이다.

북핵 실험이 진행된 이튿날 OO시는 평소와 다름없이 인파 속을 누비는 주민들과 편대 비행하는 전투기들의 굉음이라는 두 개의 표정이 공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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