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북의 핵무기 성능은 개선됐을까, 됐다면 어느 정도일까. 북한이 25일 오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전격 실시한 것으로 보이는 핵실험의 위력과 관련, 전문가들은 “2006년 10월 실시한 1차 핵실험 때보다 최소 5~6배에서 많게는 20배가량 커진 듯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1차 때보다 5~20배 폭발력 커져”

기상청은 25일 길주군 풍계리에서 리히터 규모 4.4의 지진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6년 1차 핵실험 당시 기상청이 밝힌 리히터 규모 3.6에 비해 0.8 강한 것이다.

리히터 규모는 지진을 일으킨 에너지의 절대적인 크기를 가리키는 수치다. 지진의 규모와 에너지의 상관관계 수식에 따르면 리히터 규모가 1이 늘 때마다 지진을 일으킨 에너지가 32배 커진다.

리히터 규모가 2 늘면 (3232)배, 0.5 늘면 32의 0.5승 등 지수함수를 따른다. 기상청 유용규 사무관은 “이번 리히터 규모가 1차 때보다 규모 0.8이 커졌으므로 지진을 일으킨 에너지, 즉 폭발력은 1차 때보다 20배가량 는 셈”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미 정부의 관측치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2006년 1차 핵실험 당시엔 리히터 규모 4.2를, 이번 2차 핵실험은 4.7을 관측치로 제시했다.

따라서 이 자료에 따르면 지진의 규모는 0.5 높아져, 폭발력은 5.6배가량 커졌음을 의미한다. 1차와 비교한 이번 핵실험의 위력이 커지긴 했지만 그 위력의 증가 정도가 국내 관측치보다는 훨씬 떨어지는 셈이다.

핵무기 전문가들은 옛 소련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지진파와 나중에 공개된 핵무기 폭발력을 토대로 리히터 규모 4일 때 TNT 1000 안팎이 폭발한 것으로 본다. 미국측 관측치에 따르면, 이번 2차 핵실험의 폭발력은 TNT 5000~6000이 되고, 우리나라 기상청 관측치에 따르면 2만가량이 된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이에 대해 “한반도의 지질 구조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기상청보다는) 세계 전역의 지진 관측자료를 활용하는 미 지질조사국의 발표가 더 정확하다고 봐야 한다”며 “이는 지진파가 도달하는 과정 때문”이라고 했다.

길주군에서 발생한 지진파는 대부분 동해를 거쳐 국내 지진관측소에서 탐지되는데, 이 지진파가 한반도 육지와는 구조가 다른 동해의 지각을 가로질러 오는 과정에서 지진파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기상청의 지진 규모 관측치가 1, 2차 모두 미 지질조사국 수치보다 낮은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1, 2차 핵실험이 같은 조건에서 이뤄졌는지 알 수 없어 단순 비교하면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이은철 교수는 “핵실험을 실시한 지하 갱도의 폭·길이 같은 구조와 토질의 성격 그리고 암반 구조 등에 따라 측정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며 “1차 실험 때와 완전히 동일한 조건에서 이번 실험이 실시됐다면 위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조건에서 실험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방사능 물질 탐지로 최종 확인 가능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지진이 핵실험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공지진이라는 사실을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확인된 상태”라고 했다. 우선 인공지진과 자연지진의 차이는 지진파의 파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연지진은 규모가 클수록 단층이 오랜 시간에 걸쳐 아주 길게 쪼개지면서 이때 발생하는 지진파는 저주파가 된다. 반면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은 핵폭탄이 일시에 터져 발생하기 때문에 지진파가 고주파가 된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고주파이면 인공지진으로 판단할 수 있고, 핵실험인지 여부는 지진파 분석만으로도 대부분 확인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상청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00여곳에 설치된 지진파 관측소에서 모두 인공지진임을 알려주는 (고주파) 파동을 보였다”고 했다.

인공지진과 자연지진을 구분하는 또 다른 요소는 공중을 지나다니는 소리, 즉 음파(音波) 관측이다. 기상청 유용규 사무관은 “자연지진일 때와는 달리 핵실험에서는 음파가 잡히는데, (이번 핵실험 당시) 전국 5개 음파 관측소 중 2군데에서 동시에 음파가 잡혔다”고 했다.

최종 확인은 방사능 물질 검출 여부로 알 수 있다. 핵폭탄을 터뜨리는 실험을 했다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쪼개지면서 방사능 물질이 발생한다.

핵실험은 방사능 물질 유출을 막기 위해 보통 지하 1㎞에서 실시하지만, 북한은 산에 가로로 비스듬히 갱도를 만드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산 높이 덕분에 지하로 파 들어간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조선일보 박은호 기자,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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