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장거리 고(高)고도 무인정찰기(UAV)인 ‘글로벌 호크’(Global Hawk)를 한국에 판매하겠다는 뜻을 최근 재차 전달한 것으로 22일 밝혀졌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22차 한미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히고 이른 시일 내에 글로벌 호크 제안요구서(LOR)를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글로벌 호크는 최대 3500~4000㎞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36시간 공중에 머물면서 지상 20㎞의 고공(高空)에서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일종의 전략 정찰기다. 대당 가격은 4500만달러(약 580억원)로 총 사업규모는 2000여억원(4대 기준)을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은 작년 7월 워싱턴에서 열린 SPI 회의에서도 이 무기를 우리에게 팔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굳이 ‘계속해서’ 같은 말을 하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노무현 정부는 ‘자주 국방’ 차원에서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면서 한미 연합사 해체 이후 대북 정보수집 능력 부족 문제가 집중 부각되자 최우선 사업으로 글로벌 호크 도입을 추진했다.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고위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미측에 판매를 요청했다. 그러나 미측은 “러시아 등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미사일 개발 관련 첨단기술의 수출을 제한하는 국제 체제)의 일부 회원국들이 ‘글로벌 호크는 수출금지 품목’이라며 수출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했다.

실제 미국은 그동안 일본·호주·싱가포르 등 10여개국이 글로벌 호크의 구매를 희망했지만 어느 나라에도 판매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던 미측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여름 ‘판매 허용’으로 180도 돌아섰으나, 이번에는 우리측이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예산문제와 고환율 등이지만 내면적으로는 한미동맹이 공고해진 만큼 전작권이 전환돼도 미군이 운용하는 글로벌 호크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우리측이 지난해 7월 미측의 판매허용 통보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자 펜타곤 한국 담당부서는 크게 당황하며 술렁였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번 워싱턴 회의에서 “한국의 ‘거듭된 판매 요청’에 따라 글로벌 호크를 팔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한미동맹의 신뢰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주국방을 구호로 내걸었던 전 정권은 글로벌 호크를 사게 해 달라고 미국에 매달렸던 반면, 현 정권은 한미동맹이 굳건하니 굳이 살 필요가 없다고 하고, 미국은 미국대로 ‘한미동맹의 본보기’로 사가라고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출처: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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