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Clinton) 미국 국무장관이 연일 북한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20일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약속한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단 1달러도 북한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날 국무부의 2010 회계연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상원 세출위원회에서, 북한의 핵 불능화 작업 재개에 대비한 9800만달러의 대북 경제지원 예산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공화당의 샘 브라운백(Brownback) 의원이 “이 돈이 북한을 협상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뇌물로 사용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하라”고 하자, 클린턴 장관은 “전적으로 그렇다는 점을 재차 확실히 밝힌다”고 답했다. 클린턴 장관은 국무부의 대북 경제지원 예산은 북한이 행동을 바꿔 합의를 이행할 경우를 대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설명하는 전날(19일)의 외신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은 ‘짐짓 무시(benign neglect)’하는 자세를 취했다. 클린턴은 모두(冒頭)발언에서 미국이 특별히 집중하는 이슈로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지역의 평화 문제를 거론했다.

중국·러시아와의 건설적인 관계 구축도 언급됐다.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불렸던 이란에도 “새로운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북한을 ‘단호하게’ 대하거나 무시하는 입장은 국무부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19일, 7월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북 회담이 개최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리는 “특히 장관급 만남은 더욱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은 ARF를 접촉 기회로 삼아왔는데, 국무부의 고위 관리가 미리 장관급 회담이 없다고 발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무부 주변에선 클린턴 장관이 조지 W 부시(Bush) 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며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계속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매우 언짢아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특히 최근엔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집단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발호하면서, 북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클린턴 장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오바마 행정부 주변에선 클린턴 장관의 이런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모든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에 ‘선의(善意)를 구걸하는’ 식의 정책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 ‘implausible(있을 것 같지 않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북한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클린턴 장관이 인내심을 갖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이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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