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막내아들인 김정운 씨를 후계자로 내정했다는 소문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으나, 김 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정운 씨의 통치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고 미국내 북한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출연하는 연구기관인 해군분석센터(CNA)연구소의 켄 고스 해외지도자 연구이사는 "최근 북한 언론을 분석해 보면, 북한 지도부가 평양을 포함한 수도권에 거주하는 엘리트 집단을 대상으로 김정운 씨가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결정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인상을 받는다"고 최근 미 언론에서 말했다.

고스 이사는 여러 소식통을 통해 "김 위원장이 지난해의 와병 이후 장 부장이 각별한 관계인, 김 위원장의 장남인 정남 씨를 버리고 삼남인 정운 씨를 지지하는 대신, 권력의 핵심 요직에 장 부장의 사람들을 임명하고, 장 부장의 권력이 커져도 그를 숙청하지 않겠다는 밀약을 맺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김 위원장의 사후에도 이 밀약이 과연 지켜질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도 가우스 이사의 분석에 별 이견이 없다.

닉시 박사는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의 달성을 위해 시작한 새로운 속도전인 ´150일 전투´와 성대하게 치른 5.1절 기념행사, 그리고 고 김일성 주석의 97회 생일을 기념한 행사는 모두 정운 씨가 후계자로서 업적 쌓기에 나선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닉시 박사는 그러나 "미국 내 전문가들은 정작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누가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되느냐가 아니라, 김 위원장이 얼마나 오래 건재하냐와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향후 어떤 역할을 맡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김 위원장이 북한의 제2인자라 할 수 있는 장 부장을 위시해서 소위 ´오래된 김정일의 사람들´을 국방위원회에 합류시킨 이유는 정운 씨의 입지를 굳게 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되지만, 이를 위해서는 김 위원장 자신이 오랫동안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닉시 박사는 "올해 25살로 직접 국정을 운영하기에는 너무 연소하고 경험과 경력도 짧은 정운 씨가 김 위원장과 같은 권력을 행사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은 걸리기 때문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김 위원장이 당장 2-3년 안에 사망할 경우, 북한의 최고 통치자로서 정운 씨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