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로 불리는 남한의 5월은 탈북자들에게 아주 낯선 풍경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같은 특별한 기념일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5월의 기념일은 ‘노동절’(5.1)뿐이다. 하지만 6월에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을 기념하는 기념일이 정해져 있다.

국제아동절(6.1)이 있고 9살부터 12살까지 청소년들이 가입해야 하는 조선소년단 창립일(6.6)이 있다. 하지만 이날도 남한처럼 공휴일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 가는 문화도 찾아볼 수 없다. 북한에서 아동절은 탁아소나 유치원에서 자체 준비한 당과류를 조금 주고 김일성· 김정일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행사가 열리는 게 고작이다.

한 탈북자는 “남한에서 어린이날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고 부모님과 함께 나들이 가는 모습은 처음 느껴본다”고 말했다. 소년단 창립일인 6월 6일은 그나마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날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정치조직에 가입하는 행사로 이날 만은 부모님들이 모두 참석하게 돼 있다.

붉은 넥타이를 매고 학교 운동장에서 “김정일께 충성하는 후비대(後備隊)로 준비하겠다”는 집단 맹세를 하고 다채로운 행사도 열린다. 이날만은 부모님이 정성 들여 준비한 기념 선물을 받기도 한다.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소년단에 입단하는 자녀를 가진 부모들만 쉬는 날이다.

모든 인민의 어버이인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 사실상 북한의 어버이날로 불리지만 정작 자신들을 나아준 부모님을 기리는 기념일은 없기 때문에 부모님의 생일이 유일하게 부모님을 챙겨주는 날이기도 하다. 평양출신의 한 탈북자는 “남한에서 자녀가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꽃도 달아주고 용돈을 주는 모습을 보면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그나마 스승의 날과 가장 비슷한 날로 교육절(9.5)이 있지만 생겨난 배경이나 취지, 성격 등을 보면 스승의 날과는 거리가 있다.

스승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거나, 전화 등으로 안부를 여쭙는 인사치레는 물론이고 스승을 모시고 식사를 한다든지, 꽃이나 정성이 담긴 선물로써 사은(師恩)에 감사를 표시하는 모습은 교육절에는 전혀 구경할 수 없는 풍경이다.

북한에서 고등중학교와 대학에서 교원을 지냈던 탈북인들은 “교육절이면 김일성 동상에 헌화하고 교육테제의 철저한 관철을 결의하는 갖가지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고작”이라면서 “학생들로부터 축하인사나 선물 같은 것을 받은 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스승이 제자들에게 대접받는 날 역시 본인 생일이 고작이다. 북한에는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을 비롯해 당 창건일(10.10)·정권수립일(9.9)과 같은 이른바 ‘국가적 명절’과 추석·단오 같은 10회의 명절과 민속 명절 외에 특정 계층이나 직종에 따른 29회의 기념일이 있다.

사회 일정 부문이나 경제의 한 부문에서 경축하는 기념일로 정의되는 이런 날로는 농업 근로자절(3.5)·어부절(3.22)·보건절(4.5)·광부절(7.1)·청년절(8.28)·방송절(10.14) 등이 있다.

출처: 조선일보 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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