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주재원들의 신변 안전 보장이 가장 중요하다."

문창섭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대표(삼덕통상 대표)를 비롯한 입주기업 대표 12명은 24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북측이 임금이나 토지사용료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3통(통행·통신·통관)과 인력 수급을 보장하는 등 안정적인 기업 활동이 가능한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는 북한이 21일 남북 당국자 간 접촉에서 "개성공단 특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후 입주기업 대표와 통일부의 첫 공식 만남이다.

예정된 시간을 30분 넘어 약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입주기업 대표들은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임금을 비롯한 제반 사항들이 북측과 협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간담회에서 임금 인상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냐는 것과 같은 아주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지만, 북측이 밝힌 임금인상 요구와 토지 이용료 조기 지급 문제가 앞으로 개성공단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북측의 요구대로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을 현재의 2배 이상 수준으로 갑자기 올리는 것은 어려우며, 2014년부터 지불하기로 돼 있는 토지 사용료를 당장 내년부터 앞당겨 내는 것도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입주업체 대표들은 현대아산 직원 유모(44)씨가 공단에 26일째 억류된 것과 관련, 주재원들이 신변 안전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잦은 통행차단을 계기로 주문이 취소되고 바이어가 떠나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 장관은 간담회가 끝난 후 "(지난 21일 남북 접촉 때) 북한의 요구 사항은 공단 경쟁력과 기업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항"이라며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가지고 관련 사항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북측의 요구를 무작정 들어줄 수 없다"는 원칙론을 내세우면서도, 북측이 입주기업의 요구 사항을 수용할 경우 가능한 선에서 임금 인상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입주업체들은 각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아직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의견 통일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임동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사무국장은 "28일 입주업체 전체 관계자들이 모이는 정기 총회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기업들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박사는 "북한이 임금을 10% 올리려면 기업 생산성도 그만큼 올라갈 수 있는 조치들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입주기업들의 요구"라고 말했다. 현 장관은 "개성공단은 기업만의 문제도, 정부만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서 대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안용현 기자,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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