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발화한 것인지 북한군이 엄폐용으로 지른 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실로 절묘한 타이밍이라 할 수 있었다.

인근 지역이 산불로 인한 연기로 자욱하게 뒤덮여 정찰기는 물론 위성으로도 분간할 수 없는 가운데 북한군은 차후 유엔사의 조사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장갑 등을 착용한 소수의 인원을 몰래 들여보내 표식을 수십 미터나마 옮기고 우리 군의 소행으로 덮어씌우는데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앞서 2001년의 전례에서도 알 수 있듯 북한 정권은 남한에 대한 책임전가에 이어 대비할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군사 도발을 자행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수일 내로 육상에서의 교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전 발생 가능성은 북한군의 도발 패턴에서도 엿볼 수 있다.

98년 이후 북한군의 도발 패턴을 살펴보자면 99년 해상 도발 이후 2001년 육상 도발, 2002년에 다시 해상 도발로 주기적으로 이어졌던 것을 알 수 있다. 2002년 이후 공백이 길었던 이유는 수차례에 걸친 탄도탄 발사와 핵실험 등을 위한 군사적 준비와 평화를 가장해 우리를 속이기 위한 기만(欺瞞)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북한 정권이 이처럼 지난 기간 도발을 자행한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고와 더불어 한국 정부의 군사적 대응 의지와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의도가 가장 컸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햇볕정책을 표방하며 임기 내내 무조건적인 대북 지원을 감행했던 김대중 정권이 98년 2월 출범하고 같은 해 8월 22일 강성대국 건설을 발표한 이후 북한 정권은 이듬해 제1차 연평해전을 발발시켰으며, 그 뒤 김대중 정권 시절에만 해도 수 차례의 군사 도발을 자행했다.

그리고 2006년 핵실험을 비롯해 핵실험을 전후로 수 차례에 걸쳐 중장거리 탄도탄을 발사하고 군사 훈련을 전개함으로서 김대중 정권 이후의 대북지원금이 모두 군사무기 개발에 투입되었음을 자인했다.

북한 정권은 애초부터 경제력 상승을 통한 강성대국 건설이 아닌, 군사력 증강을 통한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산발적인 국지전 도발은 앞서 언급한대로 한국 정부의 의지와 능력을 주기적으로 알아보기 위함인 것이었다.

군사력 증강이 단순한 공갈협박을 통한 대북지원 요구를 목적으로 하는 차원이 아님은 이미 대내외에 선포한 대남 전면대결 등에서도 드러난다.

북한은 절대적인 권위를 바탕으로 독재를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그들의 요구에 응할지 안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만약 남한에게 전면대결과 같은 강도 높은 선전포고를 했다가 이를 슬그머니 철회한다면 그것은 체제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켜 자멸하는 꼴이 된다. 북한 정권의 전면대결 선언은 이미 작심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DJ정권 출범 이후 준비해 온 핵과 탄도탄 등 미국의 증원군을 차단할 수단이 비로소 갖추어지자 전면대결을 선언했다는 것은 곧 강성대국 건설 발표 당시부터 북한 정권이 이미 군사적 적화통일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인질의 안전이냐 악(惡)에 대한 응징이냐, 기로에 선 李정부

22일 북한 정권의 주장 이후 만약 수 일 내로 도발이 자행된다면 이 또한 이명박 정부에게 경고를 던지는 한편 그 의지와 능력을 알아보기 위함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도발 수위는 일종의 시험의 성격이었던 김대중 정권 때와는 달리 본격전의 성격을 띠며 매우 격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와 같은 남한의 무장해제와 사실상의 항복을 기대할 수 없는데다 3백만 명이 아사(餓死)한 고난의 행군 이후 급격히 체제에 대한 분노로 무장되어 가는 주민들을 무마하기 위해 강성대국 건설을 약속한 시기가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온 그들로서는 더 이상 여유가 없을 것이다.

만약 교전이 발생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소극적인 방어에만 치중하고 개성공단 임금 인상 등의 요구를 수용하는 등 무능력함을 드러낸다면 북한 정권은 한 층 기세가 올라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우리를 압박해 들어올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원칙에 기초한 대응으로 북한의 음모를 꺾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그들도 이미 이 점을 간파하고 지금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직원 유 모 씨를 인질로 붙잡아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가 교전에서 북한군을 완벽히 제압한다 해도 자칫 인질로 붙잡힌 우리 국민의 안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가짜 사회주의’를 비난한데 이어 최근에는 중장거리 탄도탄 발사를 이유로 북한을 비판하고 있는 평양 주재 중국 대사를 냉대할 정도로 혈맹인 중국과도 거리를 두며 현재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고 있는 북한 정권으로서는 무모할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결국 적진에 인질이 잡힌 상황에서 승리해야하는, 말하자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택은 분명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해야한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인질을 구출하는 한편 군사적 도발 또한 철저히 응징함으로서 북한 정권의 음모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금강산 관광객에 이어 또 다시 북한에 의한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응당히 그 책임을 물어야한다.

악(惡)이 악인 이유는 바로 선(善)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화와 관용은 선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세력과 가능하다. 악에게는 철저한 응징만이 대화의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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