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권이 주민들에게 자행하는 우상숭배 세뇌의 척도를 가늠케 해 줄 실화가 한 탈북자에 의해 전해졌다.

의료계 출신인 탈북자 나OO(女. 가명)씨는 18일 기자에게 현직에 종사하던 중 만난 한 신경증(정신질환) 환자와의 기가 막힌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나 씨가 정신질환 환자 김OO(男. 50대. 가명)씨를 만난 것은 90년대 후반. 환자 김 씨는 당시 목석증(木石症)을 동반한 심인성(心因性)정신병이라는 독특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심인성 정신병은 증세가 일어나기 이전에 사회생활에서 받았던 충격에 의해 뚜렷한 성격 변이를 일으키는 정신병질 등을 통틀어 일컫는 용어로서, 김 씨의 경우에는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스스로 믿는, 나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룩하게 미쳐 있는’ 상황이었다.

나 씨에 따르면 김 씨는 목석증의 특성상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항상 엄숙한 표정으로 뒷짐을 진 채 있었으며, 어떤 충격을 받았던 탓인지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똑똑하고 대단하다는 ‘착각’을 조금도 의심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보다 못 한 나 씨는 김 씨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고 했다.

“당신이 그렇게 위대해요?”

“그럼”

“얼마나 위대하길래?”

“제일로 위대하지”

환자 김 씨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속으로 기가 막힌 나 씨는 무심결에 다시 이렇게 물어보았다고 했다.

“그럼 장군님(김정일)보다 더 위대해요?”

그런데 나 씨는 이 물음에 대한 김 씨의 대답이 의외였다고 기억했다. 돌연 낯빛이 바뀐 김 씨가 풀죽은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하더라는 것.

“그야 당연히 장군님 다음에 나지..”

나 씨에 따르면 북한은 정신질환 환자가 김정일을 비방하는 발언을 한다 하더라도 그 경우가 심하지 않은 경우 정신질환 때문이라는 점이 감안되어 처벌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인성 정신병이라는 중증 정신질환을 깊이 앓고 있는 환자마저도 오로지 김정일만이 위대하다는 정권의 선전만큼은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 뿌리 깊은 세뇌 탓에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탈북자 나 씨는 당시의 이 같은 경험이 그에게는 충격이었음을 토로하며 “주민들에 대한 북한정권의 세뇌 작업이 얼마나 지독한가를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나 씨는 이외에도 그가 북한의 병원에서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보따리들을 풀어놓았다.

그 중 ‘신소망상(伸訴妄想)증’이라는 정신질환을 겪고 있던 한 주부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숨막히는 체제에서 정신이상을 일으켜 평소 정상인과 다름없는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없는 죄를 지어내 남편을 신소(고소)하는 증세가 있었는데, 하루는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성(경찰)까지 출동해 잠복하게 만드는 대소동을 일으켜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당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고 나 씨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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