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현지시간으로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인 멕시코의 클라우드 헬러 유엔 대사가 북한의 대륙간 탄도탄(ICBM) 발사를 비난하는 의장성명을 낭독했다.

‘규탄(Condemn)’이라는 전례 없는 강도 높은 표현이 포함된 의장성명이 낭독되는 순간 전체회의에 참석한 15개 안보리 이사국은 별다른 이견 없이 채택을 합의했다.

이 날 낭독된 의장성명은 지난 5일 오전 11시 경 감행된 북한의 ICBM 발사가 2006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 1718호의 명백히 위반한 행위임을 분명히 한 뒤 어떠한 추가 발사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장성명은 또한 1718호 8항의 조치들을 조정하기로 안보리가 합의했음을 밝힌 뒤 1718호에 따라 설립된 제재위원회가 대북 제재 임무에 착수해 오는 24일까지 안보리에 보고할 것을 명령하는 한편 위원회가 행동하지 않을 시 안보리가 직접 오는 30일까지 조치들을 조정하기로 합의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촉구하는 한편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난 2005년 9월 19일 중국과 북한,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이 공동 발표한 공동성명과 그에 따른 부속 합의 문서를 모든 참가국들이 충실히 이행할 것을 당부했다.

비록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는 당초 한미일 3국이 추진했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의 채택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이를 대체한 의장성명은 그 동안 가동되지 않고 있던 결의안 1718호가 전격 이행될 것임을 밝혀 사실상 대북 제재 결의안의 역할을 했다.

지난 2006년 북한의 ICBM 발사와 핵실험이 강행된 직후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안 1718호의 8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과 재래식 무기, 사치품의 수출에 대한 통제와 북한 관련 금융자산의 동결, 화물검색 조치 등의 강도 높은 제재 방안들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번 의장성명 발표 이후에는 구체적인 제재 대상까지 거론되고 있다.

결의안 1718호는 북핵의 평화적이고도 완전무결한 폐기를 목적으로 한 6자회담 때문에 그 동안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으나, 이번 북한의 ICBM 발사를 두고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이 뜻을 같이함에 따라 비로소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안보리 결의안 1718호는 北정권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될 것이다. 하지만..

특히 이번 결의안의 가동에는 지난 반세기 동안 북한과 혈맹(血盟)관계였으며 북한의 ICBM 을 위성발사체로 주장하는 한편 위성발사체라는 전제 내에서의 새로운 결의안 채택을 반대했던 중국의 찬성이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결의안의 기능을 갖춘 의장성명 채택에서 찬성을 던진 것은 그들 또한 북한의 이번 발사체를 ICBM으로 인정하고 그 위험성에 따른 국제사회와의 공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중국은 이전에도 대북 포위망에 참여한 사례가 있다.

북핵 실험이 가시화되고 있던 2006년 초 왕광야(王光亞)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나쁜 행동을 하는 국가는 그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북중 동맹의 파탄이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으며, 핵실험 이후 유엔 결의안 1718호 채택 당시 중국은 찬성을 표명하는 한편 외교부 성명을 통해 단호한 반대를 표시하며 북한 정권의 목을 옥죄는데 큰 몫을 한 바 있다.

중국의 찬성으로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1718호는 그 내용에서 나타나듯 북한 전체가 아닌 정권만을 타깃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북중(北中) 동맹은 당시 큰 위기에 직면했다.

게다가 중국이 작년 무상에 가깝던 대북 식량수출을 전격 중단하자 북한도 지난달 29일 온라인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가짜 사회주의도 망한다”며 중국을 비난하는 등(2009년 3월 29일자 ‘막나가는 金正日, "가짜 사회주의도 망한다"’ 보도기사 참조) 양 측의 관계는 벼랑 끝으로 몰려갔다.

그리고 중국이 그 동안 새로운 대북 결의안 채택을 반대하는 이유로 내세워 온 6자회담에 북한이 14일 강도높은 입장 표명 수단인 외무성 성명을 통해 불참을 선언함으로서 양 측의 관계는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중국의 찬성으로 인해 현재 가동이 임박해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는 앞으로 북한 정권에게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이며, 북한의 해방과 남북통일에 있어서 가장 걸림돌이었던 북중 동맹에 한 층 더 큰 악재(惡材)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2009년 4월 7일자 ‘설득하라, 그리고 끝내라’ 분석기사 참조).

北주민 모두가 안보리 결의안 1718호를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제재 결의안에 앞서 한 가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 부재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대북 제재가 자칫 북한 체제를 상하로 결속시킬 위험을 안고 있기에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가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 주민들은 현재 충분한 알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주민들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많이 외부세계를 접촉했을 탈북자들마저도 왜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당하고 있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있는 남한 등의 언론매체만을 고향에서 접했기 때문에 한국에 입국한 뒤 옳고그름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보수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달 북한대학원대학교(연구책임자 이우영 교수)에 의뢰해 2007~2008년 사이에 탈북한 탈북자 가운데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1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주민 인권실태 조사’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약 17%가 “미국 탓”이라고 답했다.

물론 69%에 이르는 절대다수가 “김정일 탓”이라고 답하긴 했지만, 중국과 한국 등지를 거치면서 진실을 보고 느꼈을 탈북자들 마저도 적지않은 수가 아직 북한 정권의 세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은 현재 북한에 남아있는 주민들의 의식 상황이 어떠한지를 가늠케 해주었다.

‘고난의 행군’ 당시 300만 명에 이르는 가족친지를 잃은 이후 장마당 등을 형성하고 밀수를 하는 등 외부 세계와 접촉하면서 나날이 의식화되어 가고 또 무능한 정권에 대한 분노로 무장되어 가는 북한 주민들도 정작 김정일 때문에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당하고 있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한 탈북자도 한 층 구체적으로 우려했다.

국경지역 출신으로 비교적 엘리트 계열이었던 탈북자 민OO(女. 가명)씨는 “주민들이 외부와 활발히 접촉하고 있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에 대한 증오를 키워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김정일의 악행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의 위성 발사를 미제가 탄압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기 위해 선군정치가 필요하다는 정권의 선전을 곧이곧대로 믿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에 자행해 온 만행들을 지금까지도 철저히 은폐한 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탄압’이라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가 충족되지 않는 이상 대북 제재는 “미제가 죄 없는 공화국을 탄압하고 있다”는 북한 정권의 선전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대북 방송은 군사적 차원이 아닌 인류 보편적 가치를 위한 차원이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대북 제재는 김정일 정권을 물질적으로 약화시키고 북중 동맹을 약화시킨다는 강력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북한 체제를 상하로 결속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노력은 아직 대북 제재를 위한 노력에 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2008년도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은 비록 공개처형과 인신매매 근절, 강제북송 탈북자에 대한 처벌 금지와 외국인 납치문제 해결,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의 자유로운 입북과 독립적 사법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 책임자의 처벌 등의 당장 중요한 현안들의 개선을 촉구했지만 정작 주민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노력은 명시하지 않았다.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가운데 정권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수록 김정일의 2012년 강성대국 건설 구상은 차질을 빚게 될 것이고 그럴수록 김정일은 무력(武力)에 기반한 적화통일과 이를 통한 강성대국 건설을 꿈꾸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2009년 3월 26일자 ‘北, "2012년 조국통일(?)" 공식 발표’ 보도기사 참조), 이로 인한 상하 결속은 7천만 한민족의 자유통일을 노리는 우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위협을 없애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은 바로 주민들 스스로가 김정일의 실체를 깨달아 허황된 강성대국 건설을 거부하고 민주화 건설과 통일을 위해 자발적으로 일어서도록 독려하는 것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작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두 차례 가진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탈북자 강제북송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등 북한인권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대북 방송은 재개 혹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결함을 안고 있다.

대북 방송은 군사적으로 북한 정권을 위협하기 위한 차원이 아닌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인 동시에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수단임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정권에 대한 분노로 무장되어 있는 상황에서 북한 정권의 만행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들에게 전달하고 왜 국제사회가 북한에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는지를, 그리고 현 북한 체제가 존재하는 한 ‘제2의 고난의 행군’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시킨다면 한반도 평화의 확보는 물론 자유민주 통일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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