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 美 북한인권위 선임고문

“북한의 로켓 발사는 미사일 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한 정치적 쇼에 불과했습니다. 명백한 것은 그것이 북한 주민의 생명과 다름없는 식량보다 우위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1960~1980년대에 한국의 인권과 민주화를 부르짖던 진보진영은 이런 북한 인권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데이비드 호크 선임고문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9일 연 ‘미국과 한국의 진보 그리고 인권법’ 토론회에 앞서 기자와 만나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 진보진영의 침묵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그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내 인권 상황을 보고한 책 ‘감춰진 수용소(The Hidden Gulag)’을 썼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져 왔다. 이번 방한 역시 단순히 세미나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살고 있는 새터민을 만나 북한 인권 현황을 파악하려는 뜻이 더 크다.

그는 “진보적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남북간의 평화가 정착되거나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된 이후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그것은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지금 상황에서 북한 인권을 거론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주장은 식량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그 가정이 틀렸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북한의 식량난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됐기 때문에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호크 선임고문의 생각이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정착도 요원한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더 이상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장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크 선임고문은 “미국은 2004년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가 한 목소리로 지지의사를 밝혀 통과시켰다”며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과 상관없이 인권 침해에 반대하고 인권을 지키는 일에 초당적으로 단합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 여당과 진보진영 양측이 공통의 언어를 찾아내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대중 정부 이후 남한이 추진해온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평화 진전을 이루려면 인권 신장의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 햇볕정책은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이명박 정부가 유엔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느 나라든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인권 기준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인권문제를 북한 압박 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유엔 인권 기준을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북한과 관계가 상당부분 악화됐고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남북 사이가 좋아야만 북한의 인권문제를 효율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만큼 관계 개선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출처: 헤럴드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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