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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은 한미 당국이 예상했던 7000~800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200여㎞를 날아가 태평양에 떨어졌다. 북한이 주장하는 인공위성 발사는 실패로 끝났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발사하려 했던 것이 인공위성이냐 미사일이냐가 아니다.
한미 정부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1998년 발사한 대포동 1호는 1620㎞를 비행했고, 2006년 대포동 2호는 40초 만에 공중 분해됐다. 그런 북한이 10여년 만에 로켓 성능을 1620㎞에서 3200여㎞로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이 추세라면 북한은 머지않아 미국을 사정권에 넣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손에 넣게 될 것이다.
북한은 과거 자신들의 도발이 실패해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받았다고 판단되면 또 다른 도발로 이를 만회하려 했다. 2006년 대포동 2호 실패 직후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6기(基)를 발사하는 위력 시위를 벌였고, 그해 10월에는 핵실험을 강행했다. 지금 한미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것이다. 북한은 올 들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키지 않겠다고 하는 등 육·해·공(陸·海·空)에 걸쳐 공갈과 위협을 늘어놓고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으려면 북한의 반칙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있어야 한다. 유엔 안보리는 5일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 문제를 논의했지만, 예상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미·일(韓·美·日)은 "북한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대북(對北) 제재를 요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다. 중국은 "관련국들은 냉정을 유지하고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인접한 한국과 일본이 중국을 겨냥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태평스러운 입장을 취할 것인가. 중국은 미국에 견줄 만한 세계 강국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북한이 국제 규범을 무시해가면서 벌이는 핵·미사일 도발을 방치하는 것은, 중국의 리더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은 국가 유지의 생명선인 식량과 원유부족분을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안보 면에서도 1961년 체결한 '조·중(朝·中) 우호조약'을 마지막 보루로 삼고 있다. 중국이 안보와 경제에서 북한을 받쳐주지 않으면 북한의 국가 기능은 사실상 멈출 수밖에 없다. 이런 중국이 움직여야만 북한이 움직인다. 한미의 대북 정책 성패도 중국을 어떻게 움직이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6일 국회 답변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미사일 사거리 300㎞ 이상은 넘지 못하는 제약을 받고 있다"며 "이런 제약이 옳은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할 시점이 됐다"고 했다. 한국은 2001년 미국과 미사일 사거리(射距離) 300㎞, 탄두 중량 500㎏ 이내로 제한키로 합의했다.
한국은 당시 미국이 북한과 미사일 모라토리엄(동결조치)에 합의하면서 북한을 국제 '미사일 통제체제(MTCR)'에 가입시킨다는 전제 아래 이 제약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모라토리엄은 이미 깨졌고, 북한은 사거리 3000㎞가 넘는 로켓 기술까지 선보였다. 한미 미사일 합의의 전제가 무너진 만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설 수 있게 우리의 미사일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 '우리 민족끼리'라는 허구의 선전·선동용 슬로건을 벗어나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우리의 존재와 안보에 대한 실제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처하고 있는가도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3~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4%가 북한 로켓 발사는 '대외 협상용'이라고 했고, 체제 결속 19.4%, 미사일 개발 16.6%, 우주개발 2.6%였다.
행안부는 여론조사를 의뢰하면서 북한 미사일이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지를 묻는 질문을 요구하지 않았다. 정부가 이러니 국민 다수가 북한 로켓이 대미(對美) 협상용인 만큼 우리에겐 직접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한반도에서 핵과 미사일이란 위험천만한 대량살상무기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게 조금만 잘못돼도 대한민국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안보 위기론을 펴며 상황을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은 다른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북한 핵과 미사일의 제1 당사자라는 생각을 가질 때 당파와 정파를 뛰어넘어 국민적 의지를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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