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조지오웰의 ‘1984’에서 “오세아니아” 진실부(眞實部, Ministry of Truth) 기록관리원 윈스턴(Winston)이 고문을 당하며 되 뇌인 구호다.
남한의 자칭 진보는 과거의 “불의”를 교정해 미래의 “정의”를 실현할 거라며, 역사의 심판자 되기를 자처한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세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이고 인민공화국은 항일투사가 세운 가난한 주체의 나라다.
영적인 눈이 멀어 버린 불결한 자들은 우선 과거의 인물을 재해석한다. 항일(抗日)의 잣대에 이념을 덧입혀 사회주의자들에게 호감을 비친다. 문재인이 집권 기간 높이고 기렸던 김원봉, 홍범도 같은 이들은 독립운동의 업적 이전 사회주의 계열이란 공통점을 갖는다. 그가 일제에 목숨 바쳐 맞섰던 이상재, 조만식, 주기철, 박관준 같은 이들을 평가한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문재인 류(類)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경건한 신앙인도 아니지만, 위대한 독립운동가도 아니다. 문제는 여기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주의 혁명가들을 끄집어 내 높여왔다. 운동권 세력의 집단의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령 문재인은 2019년 6월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의열단을 이끌었던 김원봉을 지칭하며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창설의 뿌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원봉은 최근 미디어에서도 전설적 영웅인 양 분식되는 인물이다.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가 김원봉을 연기했다. 짧은 등장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9년 5월 방송된 MBC드라마 ‘이몽’에서는 유지태가 김원봉으로 분해 활약했다. 소개 글에는 ‘불같은 가슴과 불같은 행동력을 가졌던 행동주의 독립운동을 주장하는 캐릭터’로 소개됐다.
또 다른 영화 ‘밀정’에서도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 캐릭터 정채산이 김원봉을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드라마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일까?
문재인은 2015년 영화 ‘암살’을 관람한 뒤에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 독립 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 잔 바치고 싶다”고 했었다. 숱한 독립운동의 기린아(麒麟兒)들을 제쳐놓고 김원봉을 기렸다. 고약한 일이다. 역사적 진실은 이렇다. 김원봉은 광복 이후 북한에 넘어가 김일성 밑에서 일했고 6.25 남침에 함께 했었다.
팩트는 명확한 것이다. 그런데도 좌익의 김원봉 옹호 논리는 대체로 이렇다. 1948년 월북한 이유는 해방 직후 귀국한 남한 땅에서 친일경찰 노덕술에 체포되는 등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란 변명이다. 노덕술은 일제시대 친일경찰로 악명이 높았는데, 광복 이후 다시 경찰이 돼 친일파 청산을 외치는 김원봉을 체포하고 고문했단 주장이다(2019. 3. 27 한겨레 인용).
코웃음 칠 일이다. 김원봉 월북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인 1948년 4월의 일이다. 당시는 미군정 치하였다. 친일청산을 할 공권력도, 이를 막을 공권력도 제대로 없었던 사실상의 무정부 시대다. 미군정 아래 경찰이 있기는 했지만, 공산당 계열의 암살과 테러를 막는데 급급했다. 조선 정판사 위조지폐사건, 9월 총파업사건. 대구 10월 폭동사건, 여순반란사건 등 공산폭동은 끊이지 않았다.
김원봉은 정부 수립을 위한 1948년 5·10선거가 확실시 되자, 말 그대로 북으로 튀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을 시작으로 북한 정권 수립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년 뒤엔 김일성과 함께 6.25 남침에 함께 했다. 이때의 공로로 ‘조국해방전쟁(6.25)에서 공훈을 세운 정권기관 지도일꾼’이라며 김일성에게 노력훈장까지 받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김일성대학 초대총장을 지내는 등 1956년 소위 ‘8월 종파사건’으로 숙청될 때까지 승승장구했다. 김원봉은 민족 분단, 남침, 학살에 가담한 전범(戰犯)이자 학살자다.
문재인은 이런 자에게 “술 한 잔 바친다.”며 심지어 “국군창설의 뿌리”로 치켜세웠다. 그가 말하는 국군의 국가는 도대체 어딜까? 문재인은 2019년 3·1절 기념사에서도 “‘빨갱이’는 일제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고 지금도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격분했다. 모든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낙인찍었다니? 이야 말로 새빨간 거짓말이다. 김구의 ‘백범일지’를 보았는가? 많은 부분이 임시정부를 공격하는 빨갱이에 대한 비판이다. 백범마저 가장 격렬하게 싸웠던 대상이 문재인이 말한 빨갱이였다.
2022년 5월 문재인의 마지막 국정 지지율은 45%에 달했다. 87년 직선제 부활 후 가장 높았다. 비뚤어진 압살롬 세대. 항시 미혹되어 하나님의 길을 알지 못한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유다의 서너 가지 죄로 말미암아 내가 그 벌을 돌이키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여호와의 율법을 멸시하며 그 율례를 지키지 아니하고 그의 조상들이 따라가던 거짓 것에 미혹되었음이라(아모스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