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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창(窓), 성령이 주시는 울림이 없다면 이승만은 탐욕스러운 폭군처럼 비춰진다. 건하지만 이승만 건국에 대한 폄훼는 근본적으로 이데올로기에서 기인한다. 남한의 좌파 운동권은 보수세력에 대한 반발로 사료(史料)에 대한 취사선택이나 비판 없이 북한식 평가를 받아들였다. 적의 적은 친구이니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운동권은 80년대를 거치며 이른바 민중사관을 형성하는데 그 뿌리는 ‘김일성 장군의 항일(抗日)투쟁’으로 요약되는 북한의 주체사상 역사인식, 소위 주체사관이었다. 여기에 ‘연구 부족’도 한몫했다. 한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없으니 브루스 커밍스 류(類)의 수정주의 사관을 차용했다.
수정주의(修正主義. revisionism)란 한 말 그대로 수정된 시간. 정통이 아닌 삐딱한 시선이다. 커밍스는 ‘한국전쟁의 기원(The Origins of the Korean War)’이나 ‘김정일 코드’ 등의 책을 통해 김일성을 “고전적 로빈 후드” “위대하고 유능한 지도자”로 치켜세웠다. 북한의 6.25남침에 대한 비판 대신 “미국인들의 야만적인 공습과 대학살(holocaust)” 운운한다. 전쟁 당시 좌익의 양민학살에는 침묵하고, 국군이 오히려 “학살”, “총살”, “처형”, “살해”, “몰살”, “중세 마녀사냥”, “킬링필드” 등을 저질렀다고 말한다. 또 살아남은 좌익에 대해선 “노예 취급”을 하고 “여자들은 남한과 미국 군인들에게 ‘밤낮없이’ 강간(强姦)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인본주의의 절정인 사회주의가 현실에 대한 관찰이 정확한 때도 있지만 반드시 틀리는 때가 있다. 그것이 지나간 과거에 대한 해석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안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위에서 하나님의 이루신 기이한 행적을 지우려는 이념적 강박증, 이데픽스(idée fixe)에 잡혀 있다. 약간의 의혹을 과장해 엉터리 추론, 와위(訛僞)된 거짓을 지어낸다.
몇 가지 예를 든다. 민중사관론자, 수정주의자들은 이승만을 분단의 원흉으로 매질한다. 1946년 6월3일 정읍에서 나온 이승만의 ‘남한 단정론(單政論),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한 발언’에 근거한 비난이다. 대한민국 위에 하나님의 자취를 지우려는 이런 ‘작정한’ 공격은 끔찍하고 형편 없는 왜곡이다. 이승만의 남한 단독정부 수립 발언은 북한에 사실상 김일성 체제가 세워진 뒤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발언이 나오기 전 해인 1945년 9월20일 소련의 스탈린은 북한에 ‘친소(親蘇)정권’ 수립의 지령을 내렸고 이듬해 6월 무렵 북한은 이미 소련의 위성국이 돼가고 있었다. 정읍 발언 4개월 전인 1946년 2월8일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라는 실질적 단독정부가 들어섰고 북한판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토지개혁’이란 보통 정부가 갖는 것 이상의 막강한 권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승만은 북한 공산화 과정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 1946년 3월20일 시작된 미소(美蘇)공동위원회가 소련의 방해로 늪 속에 빠졌고 성과 없이 휴회됐다. 이승만은 같은 해 5월19일 미소공동위 불참을 선언하고 20여 일 뒤 정읍발언에 나섰다. 북한이 적화(赤化)된 마당에 남한만이라도 자유의 땅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속내를 풀어서 말하면 이렇다. ‘북한의 교회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남한의 교회라도 지켜야 하지 않은가?’
이승만이 ‘미국의 앞잡이’였다고 손가락질하는 자도 많다. 역시 코미디다. 해방 전 이승만은 미국 정부의 ‘골칫거리’였다. 국무성을 드나들며 임시정부 승인을 강청하는 이승만을 백악관 관료들은 껄끄러워했다. 실제로 미국은 1947년까지 이승만 대신 여운형과 김규식을 지원했다. 조종하기 쉬운 만만한 인물을 선호한 것이다. 미국이 이승만 지지로 선회한 것은 1047년 3월12일 트루먼 독트린으로 대(對)소련 봉쇄정책이 확정된 뒤였다. 미소(美蘇)냉전은 격화됐고 같은 해 5월8일 열린 미소공동위원회 또다시 유산된다. 미국은 선명한 반공(反共) 노선으로 돌아섰고, 한반도에서도 초지일관 반공(反共)을 견지한 이승만 지원에 나섰다.
이승만을 지원하긴 했어도 미국 입장에선 내키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민 이익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고집 센 노인을 통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에버레디플랜(everready plan)이라는 것까지 기획됐다. 어이없는 일이지만, 이 계획은 ‘이승만 축출’을 목표로 한 미국의 쿠테타 음모였다. 1975년 뉴욕타임스에 최초 공개된 이 플랜의 ‘원안’은 1952년에 최초 기획됐다.
헌데 이승만이 반공포로 석방에 나서자(1953년 6월18일–1953년 6월21일), ‘에버레디플랜’이라는 이름의 레짐체인지 공작이 구체화되었다. 이 계획은 실제 집행이 되지는 않았다. 이승만 본인이 아니라 그를 따르는 한국민 다수의 여론이 두려워 주머니 속 작전에 그쳤다. 모든 것을 떠나 이승만에 대해 “미국의 앞잡이” 운운하는 조롱은 날조된 선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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