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겉으로 보기에는 총정치국·국가보위성 등 양대 권력기관을 숙청하고 김정은의 개인권력이 더 강화(强化)된 것 같지만 사실 내부는 심각한 위기(危機)에 직면해 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의 최근 북한 정세 분석이다. 그는 1월3일 미래한국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막가파식 공포정치(恐怖政治)와 대외고립(對外孤立)을 지적하며 “모든 것이 어려워도 사람 사는 것이 편하면 그나마 참을 수 있겠지만 매일같이 벌어지는 칼춤 앞에 이제 사람들은 김정은을 정리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김정은 하나만 죽으면 2300만 북한 동포가 살고 우리 민족이 살 수 있다는 공감대가 북한 내부(內部)에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직상층부 와해·체제 장악력 저하·체제 유지 빨간불>
강 대표가 북한 내부 균열의 유력한 요소로 지적한 것은 ‘국가보위성(國家保衛省)과 인민군 총정치국(人民軍 總政治國) 숙청’이다. UN 등 외부제재 앞에서 체제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해 온 두 기관에 대한 숙청 이후 ‘특권층의 운명공동체 의식 균열과 조직상층부 와해 및 김정은의 장악력 저하로 체제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UN제재로 나라가 위급한 때에 국가보위성(國家保衛省)은 가장 건재해야 할 조직이지만 김정은의 보위성 살육으로 그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결국 보위성의 약화는 북한 체제 장악력(掌握力) 저하(低下)로 이어져 체제 유지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인민군 총정치국(人民軍 總政治國)에 검열이 시작됐고, 황병서를 포함한 총정치국 핵심간부들이 숙청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 25년간 총정치국은 그 흔한 검열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김정일이 인민군 총정치국 간부들이 부패하여 막대한 뇌물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이권을 인정해준 것은 ‘운명공동체’라는 기득권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6년간 인민군 작전 계통의 군인들은 무더기로 죽어나갔지만 총정치국 간부들은 단 한명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두 권력기관은 북한 체제를 떠받드는 양대 축으로 과거 김정일도 이 두 기관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신중하게 처리했다. 김정은은 그동안 자신을 위해 무소불위의 칼자루를 휘둘러온 김원홍 부상과 국가보위성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벌여 조직 상층부가 와해 조짐이 보일 정도로 참혹한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김원홍에 대한 사냥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조연준이 총괄 지휘했고 보위성 조직에 대한 검열을 대대적으로 벌인 이후 수 십 명의 핵심 간부들이 처형되거나 수용소에 끌려갔다고 한다.”
<김정일 시대를 그리워하는 특권층>
강 대표는 김정은이 “측근들을 처벌할 때에도 상벌체계에 의한 법적인 테두리가 아닌 개인감정으로 처리하고 있다”, “지금 북한의 엘리트들은 과거 김정일을 그리워하고 있다”며 김정일 시대와 비교했다. “과거 김정일은 부하들에게 책임을 넘겨도 그들의 제안서와 전략적 판단에 근거해 처벌을 했다면 지금의 김정은은 자신이 결정하고 집행한 것조차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첫 체제 붕괴 위기를 겪으면서 더 내성이 강한 체제를 만든 것은 그의 전략적 판단과 인내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1994년 첫 핵실험 준비를 끝냈지만 10년이 지난 2006년에서야 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이용해 막대한 현금과 식량을 비축하고 체제가 안정기로 들어서자 그것을 바탕으로 핵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은 그에게는 위험한 정책일 수도 있었지만 ‘햇볕정책 역이용전략’으로 남한의 현금과 식량을 흡수하고 나머지는 차단시키면서 체제 이익을 극대화한 것이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생전에 “김일성은 늘 아랫간부들에게 물어보고 이해할 때까지 경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일은 듣고 있으면서도 물어보지 않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김정일은 ‘측근정치’ ‘운둔정치’를 추구했기 때문에 비밀스럽게 모든 정보와 전략적 제안들을 받고 그것을 전문가들에게 의존해 결정했다. 그래서 그는 대외적으로 실수를 줄이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과거 김일성을 경험한 북한 관리들은 김정일 시대를 최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는 더하다. 모든 책임은 김정은 본인에게 있는데 부하들에게 실책을 떠넘기고 그들을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다.”
<중국군과 협력 지속 말했다 처형...“모든 북중 관계 단절” 지시>
김정은 체제의 공포정치는 잔인하기 짝이 없다. 장성택 일파를 처형할 때는 ‘고사기관총’과 ‘화염방사기’까지 동원됐다. 그 결과는 비합리적 충성경쟁과 대북제재를 통한 통치자금 고갈이다. 이것은 북한의 체제 안전판 역할을 하는 북·중(北·中) 관계 악화로 이어졌다.
“지금 북한에서 노동당 통일전선부, 노동당 조직지도부, 서기실, 국가보위성 등 국가 정책을 담당하는 핵심부서의 전문가들은 그 누구도 김정은에게 제대로 된 보고를 하고 있지 않다. 김정은의 의도와 상반된 제안을 올리게 되면 그 사람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김정은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만 살피다가 그것이 확인되면 모두 그것을 부추기는 제안서만 올려 충성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아부 아첨과 굳어진 지도자와 부하들과의 경직된 시스템은 김정은 혼자의 감정과 결정대로 흘러가고 있다. 그 결과 유엔 제재는 더 심해지고 중국이 동참하는 김정은 자금줄 옥죄기는 사실상 김정은 정권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김양건은 2016년 1월 모란봉악단을 베이징에 파견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본격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측이 현직 고위층 간부들이 모란봉 악단 관람을 하지 않는다고 통보하자 중국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 김정은은 불같이 화를 내며 공연도 하지 않은 악단을 당장 불러들인다. 중국은 만류했지만 김정은은 말을 듣지 않았고 그때부터 김정은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질주는 시작된다.”
“김정은은 장성택의 의견을 묵살하고 그와 충돌을 자처하면서 핵실험을 강행했다. 시 주석은 당시 김정은에게 받은 분노로 6년째 그를 중국에 부르지 않으면서 무시하고 압박하고 있다. 2014년 8월 중국의 압박에 화가 난 김정은이 “모든 북·중 관계를 단절시키라”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거기에는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군사 협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 고위 탈북자는 당시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변인선이 김정은에게 중국군과의 협력은 단절하면 안 된다는 제안서를 냈다가 처형당했다고 증언했다. 북·중 관계는 최소한 아버지의 선례를 따라야 했지만 김정은은 대놓고 중국을 욕하고 무시하고 있다.”
최근 외신은 김정은의 건강악화 가능성을 계속 보도한다. 권력유지에 따른 스트레스는 공포정치로 표현된다. ‘한 방’이다. 예측할 수 없는 북한 내부의 돌발 변수가 급변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북한판 10·26사건 같은 암살이나 정변은 내일이라도 당장 일어날 수 있다. 한반도 전체가 어둠에 휩싸인 것 같지만 기쁨의 소식이 곧 평양에서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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