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北爆(북폭)이 가능할까? 포문은 미국의 前(전) 합참의장 멀린(Mullen)이 열었다.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豫防的(예방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미사일) 발사대나 과거 발사했던 곳을 제거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을 만큼 핵탄두를 소형화했다. 도발의 수위가 한계를 넘어섰다. 예방타격은 다양한 잠재적 옵션의 하나이지만 김정은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마이크 멀린(Michael Mullen) 前 美합참의장이 16일(현지 시각) 美외교관계협의회(CFR)가 주최한 토론회 발언이다. 멀린의 발언은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 즉 ‘적의 공격이 임박하였다는 판단 아래 먼저 때리는’ 데에서 한 발 더 나간 ‘예방공격(preventive strike)’이다. 적의 위협능력을 사전에 제거하는 공격이다.

2. 北爆(북폭)이 현실이 된다면, 그 대상은 북한의 核(핵)미사일 기지와 핵무기 사용 결정을 내리는 북한 지휘부가 된다. 韓美(한미) 양국 군은 지난해 평양에 있는 김정은의 집무실과 군 지휘부, 핵·미사일 관련 주요 시설 등 합동요격지점(JDPI) 700여 곳을 지정한 바 있다. 다만 북폭엔 난관이 있다.

▲선제공격이건 예방공격이건, 핵 시설을 정확히 감지해 때리기 어렵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우라늄 농축 시설을 여러 곳에서 은밀히 운용 중이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이동식발사대(TEL)에 실어 기습 발사할 경우도 정확한 탐지가 어렵다. ▲지하 갱도 등 수많은 지역에 분산된 핵 시설을 한 번에 제거할 수 없다면, 북한의 보복을 피하기 어렵다. ▲그나마 현실성 있는 옵션은 김정은 動線(동선)을 파악해 드론(drone)으로 폭격(암살)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주도할 이러한 폭격은 국내외 여론과 한국의 반대를 부를 수 있다.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3. 마이크 멀린(Michael Mullen)의 발언도 北爆(북폭)을 정말로 한다는 게 아니다. 그의 발언은 자신과 샘 넌 前상원의원이 단장을 맡고 對北(대북)전문가 17명이 초당파적으로 참여한 CFR토론회(‘A Sharper Choice on North Korea : 북한에 대한 분명한 선택 - 안정된 동북아를 위한 중국 참여시키기’ 보고서 발표회)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서 요지는 북한에 대한 協商(협상)과 중국의 參與(참여)다.

북한에 ‘당근’과 ‘채찍’을 함께 제시해 협상테이블로 복귀케 한다는 것이며, ‘당근’은 과거 제시된 것보다 훨씬 달콤한 6가지 권고 사항으로 구체화 하였다. 북한이 이 모든 당근을 버리고 계속 막 나가면 때릴 수 있다는 말인데,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하며” “자위적 측면에서” 등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질 경우 타격할 수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 제시일 뿐이다. 6가지 권고 사항이 실패한 이후에 검토해 볼 사안으로 거론된 것이다. 정작 보고서엔 ‘예방공격(preventive strike)’은 물론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이라는 표현도 나오지 않는다.

4. 북폭에 대한 미국의 회의적 시각은 미국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GfK 커스텀 리서치가 2015년 10월 성인 23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反對(반대)가 49%로 贊成(찬성)의 47%를 앞질렀다. 미국의 퓨리서치가 올해 5월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외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선호하는 미국인은 37%에 불과한 반면, 57%가 불개입(모름 및 무응답 6%)을 선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같은 응답 조사의 불개입 선호율이 30% 수준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수치다.

이는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 등의 분위기가 커지면서 전통적인 고립주의(孤立主義, isolationism)로 회귀하고, 한반도 전쟁이 터져도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도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6차 핵실험에 나서고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 배치하면 미국인들의 한반도 사태 불개입 여론은 갈수록 확산될 것이다. 북한이 ICBM으로 워싱턴과 뉴욕 등 주요 대도시를 표적으로 삼게 되면 미국의 그 어떤 대통령도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즉각적 개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5. CFR보고서 역시 골자는 개입이 아닌 불개입, 協商(협상)과 妥協(타협)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구체적인 협상안도 예전보다 훨씬 양보한 것이다. 보고서는 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에 요구할 사항으로 ①2005년 9·19 공동성명 재확인, ②단계별 점진적 행동조치, 즉 북한의 점진적 태도 변화, ③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실험 중단(모라토리엄)을 제시한다. 그 대가로, 韓美(한미)는 ①대북 식량 지원 ②韓美군사훈련 규모와 내용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후 본 협상에선 ‘플루토늄 재처리·우라늄 농축 中斷(중단)’과 ‘핵 凍結(동결) 검증을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입국’ 등을 교환할 것을 권한다. 이어 ‘북한 非核化(비핵화)와 인권개선’과 ‘平和協定(평화협정) 체결 및 北美(북미) 관계 정상화’의 교환을 권한다. 요컨대 <단계별 협상>과 <두둑한 보상>을 통해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대북 식량 지원과 韓美군사훈련 축소, 결국은 평화협정 체결과 北美관계 정상화도 해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6. CFR 보고서 내용은 韓美 양국 정부가 고수해 온 6자회담 재개의 전제 조건을 대폭 양보한 것이다. 협상 재개 조건이 ‘핵 동결’, 본 협상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목표로 했던 그간의 입장에서 후퇴했다. 특히 ‘핵실험 중단’과 ‘韓美군사훈련 중단’의 교환, 나아가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및 北美관계 정상화’의 교환 등 북한의 주장을 상당부분 수용했다. 北核(북핵)의 현실적 폐기가 어려운 상황에 왔으니, 북한을 달래서 핵무기 확산이라도 막자는 것이다. 문제는 그 결과가 한미동맹의 사실상 해체, 즉 김정은의 한반도 핵 게임 승리를 뜻한다는 사실이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동참을 이끌기 위해, 한미 정부는 한반도 통일이 중국의 이해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중국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다”면서 3자 회담 또는 5자 회담의 형식으로 한반도 미래에 대한 계획을 중국과 함께 짜야 한다고 권했다. 특히 이 논의에서 한반도 통일로 인해 미국에 포위될 수 있다는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미 당국이 북한 위협 감소에 상응하는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이는 한반도 문제에서 당분간 미국이 손을 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보고서가 대북 제재를 언급한 것은 사실이다. 북한이 以上(이상)의 파격적 제안을 거부하고 인권 문제에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 UN 회원국 자격을 정지할 것과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규제할 것 등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 방안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달콤한 CFR 제안이 미국의 현실적 정책이 된다면, 북한은 응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시간을 벌고 식량지원과 韓美군사훈련 중단 나아가 평화협정까지 얻어낼 수 있는 탓이다.

7. 북한은 5차 핵실험 이후 한껏 고무돼 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개막된 제17차 비동맹 정상회의 연설에서 미국에 대해 이른바 대북 敵對視(적대시) 정책 철회와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그는 5차 핵실험에 대해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평화적 우주개발”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위협과 제재소동에 대한 실제적 대응조치이며 우리를 건드리면 맞받아 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우리 당과 인민의 초강경 의지의 과시”라며 이 같이 밝혔다.

8. 1994년 1차 핵 위기 당시가 이른바 北爆(북폭)의 현실화 가능성이 가장 높았었다. 당시 북한은 핵폭탄도 없었고, 영변 핵 시설만 없애면 북핵도 해결될 수 있었다. 중국이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고 러시아 옐친 정부는 親美(친미)였다. 20년 넘게 계속된 협상의 줄다리기 속에서 이제는 선을 넘었고 北爆(북폭)이 현실이 될 확률은 더욱 낮아진 상태다. 버튼을 쥔 미국도 변했다.

한국의 남은 선택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알카에다 고위인사 제거하듯 드론(drone) 작전에 나서든, ‘정보의 폭탄’을 북한 전역에 뿌리든, 김정은 정권의 終熄(종식)을 위해 결단과 결행에 나서는 것이다. 또 정권이 끝나는 날 까지 북한의 핵 도발을 막기 위해 자위적인 핵무장으로 막아내는 수순이다. 이도 저도 안 된다면, 유일한 혈로는 회개하고 기도하며 북한정권의 자폭을 기다리는 것이 될 것이다.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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