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합류의 시나리오들...‘이회창 모델’? >

반기문 총장이 대선에 참여할 구체적 형식은 未知數(미지수)다. 본인도 정치라는 ‘생명’이 흐르는 곳에서 우연한 결정을 할 수 있다. 도식적 예측은 이렇다.

시나리오 A. 새누리당 경선을 거치는 고전적인 참여 방식이다. 중앙일보 분석을 인용해보자.

<潘총장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내심 1997년 대선 당시의 ‘이회창 모델’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듯하다. 대선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당시 ‘대쪽 판사 출신 이회창’은 김대중(DJ)이라는 야당 유력 후보에 맞설 대안으로 신한국당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潘총장도 친박계와 비박계를 초월한 고른 지지를 받아 ‘유일한 보수의 대안’으로 새누리당에 입성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그의 측근 중에는 “새누리당의 반기문이 아니라 ‘반기문의 새누리당’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까지 있다. 이정현 대표가 천명한 슈퍼스타K 방식의 당내 경선이 潘총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9월14일 자 중앙일보)>

새누리당은 4·13총선 참패 이후 대선후보 饑饉(기근) 상태다. 집권 여당이 지지율 두 자리 수 후보가 없다는 것은 난센스다. 현재로선 潘총장 없는 경선도 상상키 어렵다. 흥행이 될 리도 없고 潘총장의 경선 불참 시 당이 쪼개질 위험도 있다. 막스 베버 지적처럼, ‘지도자 없는 민주주의’는 분열된다. 분열을 피하기 위한 보수 정치인과 보수 지지층 모두의 생존본능이 어떤 식으로든 潘총장을 경선에 참여케 할 공산이 크다.

<‘친박의 꼭두각시’·‘박근혜 아바타’ 딜레마>

시나리오 A는 潘총장이 언론과 상당수 여론의 질타를 받아 온 ‘패권적 친박’의 꽃가마에 올라타는 프레임을 형성한다. 야권은 강력한 牽制(견제)와 혹독한 檢證(검증)의 칼날을 뽑아들 것이다. 이른바 패권에 매몰된 당파로 전락한 친박의 ‘꼭두각시’, 경제실정과 민생파탄의 책임자인 ‘박근혜의 아바타’로 매도해갈 것이다. 낙인찍기와 프레임 씌우기 앞에서 潘총장은 ‘박근혜·친박’과의 연결을 정치적인 부담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시나리오 A는 潘총장의 딜레마다. 潘총장이 ‘박근혜·친박’과 대립해 差別性(차별성)과 存在感(존재감)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그 순간 국내정치 기반도 없고 그런 기반을 만들어 낼 시간도 부족한 潘총장은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런 공세를 받아칠 이념적 신념과 논리적 확신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악은 潘총장의 우왕좌왕·좌충우돌하는 모습의 연출이다. 오늘은 朴대통령을 비판하고 내일은 친박들과 회합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면 수렁에 빠진다. 지지층도 와해된다.

<최악은 潘총장의 우왕좌왕·좌충우돌>

조짐이 보인다. 촉매는 본고의 주제인 북한 이슈가 될 확률이 높다. 현재 朴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무용론을 주장한다. 그는 12일 여·야 당대표와의 회동에서 야권의 대북특사 제안 관련, “지금 현재 대화하는 것은 북한에 시간벌기만 되는 것”이라며 “대화를 하는 것은 국제공조에도 차질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朴대통령은 6월13일에도 “비핵화 없는 북한의 대화제의는 국면전환용 欺瞞(기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潘총장은 9월15일(현지시간) 정세균 국회의장 및 여야 3당 원내대표와의 면담에서 최근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북에 대한 제재는 對話(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5차 핵실험 이후 AP통신에서 한 인터뷰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퇴임 후 계획에 대해 “한국으로 돌아가 일반 시민으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한과의 和解(화해)를 증진시키는 일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임기 내내 김정은과 회담하는 방북 일정도 추진했다.

潘총장은 내년에도 자신의 강점인 외교, 즉 김정은과의 대화·화해·협상의 ‘발언’과 ‘시도’를 통해 ‘差別性(차별성)과 存在感(존재감)을 부각하고 야권의 공세를 피하려 할 것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 햇볕정책 입안자로서의 태생적 한계도 작동할 것이다. 이것은 또한 야권이 바라는 덫이기도 하다.

<潘총장의 유화적 對北스탠스, 콘크리트 지지층 균열>

결과적으로 潘총장의 유화적인 對北(대북) 스탠스는 시나리오 A를 통한 권력 장악을 어렵게 할 것이다. 潘총장과 朴대통령의 對北엇박자가 계속되면 지지층 混亂(혼란)과 離脫(이탈)을 부른다. 여러 가지 국내 정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통령을 견고하게 지지하는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은 지지의 이유를 안보, 외교, 통일로 꼽는다. 9월9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 이유 중 25%는 외교·국제관계, 15%는 열심히 한다, 12%는 대북·안보정책, 9%는 주관, 소신/여론에 끌려가지 않음을 뽑았다.

북핵이 완성 단계에 이른 마당에 나오는 “대화·협상·화해” 등의 말이 갖는 낭만성은 콘크리트 지지층 균열을 가속할 것이다. 결국 50대 이상의 보수층은 투표장에 가야 할 절박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4·13 총선의 재판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49:51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대선에서 이는 자충수다. 결국 내년 대선 국면에서 潘총장의 對北스탠스 조정이 없다면 시나리오A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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