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종인의 안철수를 향한 통합 제안은 ‘선거(選擧)에 이기기 위한’ 공학(工學)일 뿐이다.

국민의당은 매몰차게 거절했고, 더민주는 “거대 새누리당 일당독재 막으려는 국민여망(國民輿望)을 외면한 처사”라고 조소했다. 더민주는 국민여망을 말했지만, 여러 개다. 야당의 참패를 바라는 보수층 마음도 있고 국민의당 주류(主流) 지지층인 중도층 마음도 있다. 중도층은 여(與)도 야(野)도 싫으니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소박한 마음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더민주의 통합 제의는 정작 국민의당 主流 지지층 의사를 무시한 처사요, 전체(全體) 국민 정치적 선택의 자유를 임의로 부수는 일이다. 이런 설득(說得)과 설명(說明)의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국민여망’ 운운하니 정략적인 깜짝쇼로 비판받는다.

2.
한심한건 ‘흔들리는’ 국민의당 의원이다. ‘양당 기득권 구조를 깬다’며 제3지대 신당을 만들곤 한 달 만에 그렇게 욕하던 친정에 다시 가자는 식이다. “중도개혁”은 소위 “호남진보”로 변질됐다. 여기서 ‘양당 기득권 구조 타파’마저 포기하면 최소한의 존재감도 사라진다. 문재인이 추락할 때 탈당(脫黨)하고 안철수가 무너질 때 복당(復黨)하는 것도 최소한의 도의적 기준을 어기는 일이다. 오로지 당선을 위해서 이리 저리 말갈아 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3.
김한길 의원이 중간에 다리 역할을 했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지역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2월15일 광진갑 모노리서치 결과에 다르면, 金의원은 새누리당 후보(정송학 광진구청장 51.8%)에 비해 한참 밀렸다(25%). 더민주 후보도 나오면, 새누리(정송학 47.2%)>더민주(전혜숙 23.2%)>국민의당(김한길 18.6%) 순으로 3위에 그쳤다. 현역 의원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도 68%로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여론의 22.2%에 비해 한참 높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국민의 눈으론 한 개인의 권세보다 더 중요한 가치(價値)가 있다.

金의원은 새정련 탈당 당시 “수명 다한 양당 중심 정치의 적대적(敵對的) 공생관계(共生關係)를 허물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지역에서 어렵다고 이렇게 식언(食言)을 한다면 정치의 공신력(公信力)과 신뢰도(信賴度)가 추락한다. ‘국가 지도층 발언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번지면 사회의 트러스트(trust)가 무너진다. 거짓의 만연에 대한 엄청난 비용이 따른다. 국민의 ‘정치적인 허무감’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기실 정치를 영원히 후진국 수준에 가두는 사슬이 된다. 정치인의 말 바꾸기는 한국 사회 가장 고질적 병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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