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이어) 이른바 신자유주의·세계화라는 괴물에 대항해“사랑의 원탁형 사회”로 가자는 강수돌 고려대 교수의 해법은 이렇다. 그는“권력의 원리가 아닌 사랑의 원리, 그 사랑의 관계를 일관되게 구현하는 것이 인간해방”이라며 “소통과 연대”의 길을 제시한다.

《한편 이러한 연대가 단순한 ‘도움’과는 질적으로 다름을 보여주는 좋은 일화가 있다. 1994년 캐나다, 미국, 멕시코 사이에 북마자유협정이 체결됨과 동시에 멕시코에서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이 출범했다. 자본과 권력의 일방적 착취와 억압에 저항해 민중이 스스로 자신의 삶이 주인이 되겠다는 것이었다.(p.48. ‘팔꿈치 사회’ 강수돌 著》

《이제부터라도 근본을 세워야 한다. 스스로 땀 흘려 착실히 사는 사람이 보람을 느끼는 사회, 억대 부자가 아니라도, 그 잘난 SKY출신이 아니라도 누구나 자기 개성을 발휘하며 알콩달콩 행복을 누리며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하나가 이기면 다른 하나는 죽는 ‘자유무역’이 아니라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처럼 ‘민중무역’을 통해 서로가 형제자매처럼 지내는 그런 국제관계도 필요하다.(p.206. 上同)》

현실과 유리된 관념의 유희에 놀랄 뿐이다. 자본과 권력의 일방적 착취와 억압에 저항해 민중이 스스로 자신의 삶이 주인이 된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 서로가 형제자매처럼 지내는 ‘자유무역’이 아닌 ‘민중무역’을 한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이것이 한국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쿠바·베네수엘라, 1인당 GDP 6,000불>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1인당 GDP 6,000불인 전 세계 90위권 소득의 가난한 나라다. 볼리비아는 그 절반인 1인당 GDP 3,000불로 132위다(※ 2014년 기준. 쿠바는 공식적 GDP조차 나오지 않아 추정치다.) 그나마 이들 나라는 원유를 비롯해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미국의 옆에 붙어 있어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쿠바는 니켈 매장량이 세계3위,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 세계 8위, 볼리비아의 천연가스도 남미에서 두 번째로 많다(※ 볼리비아는 마약의 원료인 코카인 생산의 전 세계 30~40%를 점유한다!).

제대로 된 자원도 없이 수출을 해 돈 버는 한국(2012년 기준 무역의존도 87%)은 2014년 기준 1인당 GDP 2만8,738불이다. 이런 한국이 자유무역을 포기하고 GDP 1만 불 수준으로 추락하면 그 자체로 온 나라가 지옥(地獄)이 될 것이다.

쿠바 등의 정치적 상황은 더욱 끔찍하다. 50년대 말 공산주의 혁명을 성공시킨 후 권력의 핵심에 군림해 온 피델 카스트로. 그도 소련, 중공의 혁명이 그랬듯 “혁명에는 적(敵)이 필요하다”며 정적(政敵)의 피를 즐겼다. 나라는 도탄에 빠졌다. 공산화 이전 남미의 휴양지 쿠바의 키워드는 ‘이민’과‘반미주의’ 그리고 ‘강제수용소(强制收容所)’와‘매춘(賣春)’이 되었다.

한국의 좌파는 쿠바를 무상의료 천국인 것처럼 말한다. 1992년 카스트로도 “쿠바는 AIDS 발생률이 제일 낮다”고 자랑삼아 말했었다. 그러나 서양언론은 ‘지도자가 직접 나서 섹스관광을 호소한다’고 조롱했다. 실제 쿠바는 주요 성매매 관광지. 수많은 유럽, 캐나다, 라틴 아메리카 관광객이 매춘을 즐기러 쿠바를 찾는다. 강제노동은 물론 매춘용으로 미성년자들까지 매매된다.

독재(獨裁)는 폐쇄(閉鎖)를 본질로 한다. 쿠바의 개인은 특별한 허가를 받지 않고는 컴퓨터를 구입하거나 인터넷 이용도 금지된다. 카스트로는 2010년 9월9일 美잡지 ‘애틀랜틱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쿠바 경제모델은 실패했다고 자인했다. 그는 “쿠바式 공산주의 경제모델이 다른 나라에 귀감이 된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쿠바 모델은 우리에게조차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쿠바·베네수엘라 무역체제로 가자는 강기갑>

이런 곳을 “천국(?)”인 양 부러워하는 이들이 바로 한국의 진보다. 서점에는 쿠바를 사회주의 노스텔지아로 묘사한 책들이 넘친다. 강기갑 전 민노당 대표는 2009년 1월1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쿠바와 베네수엘라를 ‘이상적 모델(?)’로 제시했다. “지금의 무역 체계, WTO 세계화 같은 기조는 반대한다. 새로운 무역 체계와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쿠바나 베네수엘라처럼 서로 잡아먹는 게 아니고 상생관계를 지속하면서 부족하고 취약하고 없는 것을 도와주고 보완해 주고 함께 성장 발전시키는 무역 체계로 가자는 거다. 제3세계에서 그런 주장을 많이 한다”는 요지였다.

자생적 질서를 거부한 사회주의는 학살·기근·경제몰락 그리고 혁명(?)을 이끌어 줄 리테르막시모, 최고지도자라는 우상(偶像)을 만들어 냈을 뿐인데, 이들은 이런 피비린내 나는 체험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2006년 4월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가 체결한 ‘민중무역협정’(People’s Trade Treaty) 역시 코미디 같은 일이다. 14개 조항 무역협정서는 자유무역협정과 다를 바 없다. 다만 ‘민중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문맹률을 낮추자(4조)’거나, ‘각 나라, 각 지역 민중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 …(10조)’ 등 조항이 들어간 것뿐이다. 이런 공허한 선언을 한 두 조항 넣으면 자유무역이 민중무역이 되는가? 국가 간 무역행위가 약탈적 침략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나누고 빈 것을 채우는 공동체 방식’이 되는가? 호박이 수박이 되는가? 실소(失笑)할 일이다.

<계속>

written by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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