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法(악법)도 法(법)이다”

몽테스큐는 ‘법은 인간성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것은 인간사회에서의 법의 필연성을 말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법은 인간본능의 산물이고 인간은 법이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법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통해서 어떤 국가도 나름대로의 법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유전인자에 입력이 되어있는 법은 하나의 생명체로서 시대환경에 적응하면서 태고로부터 오늘날까지 면면히 존속해 왔다.
 
소크라테스는 법의 이러한 존재론적 특성을 통찰하고 있었다. 그는 ‘惡法(악법)도 法(법)’이라며 법의 중요성을 說破(설파)했다.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었다. 법이 없으면 국가라는 공동체가 존재할 수 없고 국가가 없으면 개인의 생존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한 것은 이와 같이 법이 인간 생존의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법은 인간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거역할 수 없는 ‘神의 명령’이었던 것이다.
 
당대 아테네 지식인에 대단히 비판적이었던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의 정신을 부패시키고 神을 믿지 않고 모독한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간수를 매수하여 他國(타국)으로 탈출할 수 있었지만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모든 국민은 태어 날 때부터 운명적으로 국법에 따라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고발하고 배심원이 유죄판결을 내리면 그 판결에 승복해야 된다고 했다. 그렇지 않고 개인적 판단에서 국법을 따르지 않으면 ‘사회계약’을 깨뜨리게 되며 그러면 국가에 害를 끼치게 된다고 했다. 법은 국가의 운행원칙이기 때문에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바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는 것이다.

콰이江의 다리
 
전쟁영화 ‘콰이江의 다리’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는 걸 보여주는 감동적인 名畵(명화)이다. 영국군 연대장 니클슨 대령은 법의 화신 같은 지휘관이다. 그는 사령부의 ‘명령’에 따라 부하들과 함께 집단 투항한다. 그는 “탈출은 포로의 의무이지만 우리는 명령에 따라 항복하였기 때문에 탈출은 명령위반”이라며 부하들의 수용소 탈출도 금한다. 그는 “여기는 법이 통하지 않는 야만의 정글”이라며 그에게 비판적인 부하 군의관에게 “法이 없으면 문명이 있을 수 없다(Without law, there is no civilization)”고 잘라 말하기도 한다.
 
그는 장교포로도 다리 건설에 투입하겠다는 일본군 포로수용소 所長(소장) 사이토 大佐(대좌)의 명령에 “장교의 使役(사역)은 제네바협정 위반”이라며 異意(이의)를 제기하다가 수모와 구타를 당한다. 대좌는 “여기는 법이 통하지 않는 정글이니 제네바 협정 따위는 지킬 필요가 없다.”라며 니클슨에게 영군 장교들을 사역에 투입하라고 재차 명령하지만 니클슨 대령은 계속 불복한다. 대좌는 니클슨을 기관총으로 사살하려고 하나 니클슨 대령은 굴하지 않는다.

이 순간 영국軍 군의관이 뛰어나와 사이토 대좌에게 항의하는 바람에 총살은 저지된다. 대좌는 니클슨과 영국군 장교들을 모두 토굴에 가두어 버린다. 니클슨은 무더운 토굴에서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항복하지 않는다. 사이토의 간교한 懷柔(회유)와 협박에도 搖之不動(요지부동)이다. 다리를 기한 내에 완공하기 위해서는 토목기술이 우수한 영국군 포로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시급해진 사이토는 결국 니클슨과 그의 부하장교들을 무조건 석방하고 패배의 눈물을 흘린다. 니클슨 대령이 승리한 것이다.
 
영국군 포로들은 죽음을 무릅쓰면서 법과 원칙으로서 일본군 부대장의 항복을 받아낸 니클슨 연대장을 열광적으로 崇仰(숭앙)한다. 니클슨은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부하 장병들과 함께 아름다운 철교를 건설한다. 다리는 문명의 상징이다. 니클슨 대령은 법과 원칙이 야만을 정복하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박근혜의 어이없는 敗着(패착)

대통령 박근혜는 한국적인 정치풍토에서 보기 드물게 깨끗하고 대한민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정치가이다. 朴 대통령은 행복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하여 전심전력을 다해 왔다. 도덕성이 높고 부지런한 대통령에게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은 많은 기대를 걸었었다. 더구나 대통령은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기대가 더욱 컸다. 법과 원칙대로 國事(국사)를 처리하면 太平烟月(태평연월)은 저절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분노와 허탈감으로 급변했다. 文昌克(문창극) 총리 지명자의 落馬(낙마)사태 때문이다. 신앙심 깊은 애국자 文 총리 지명자가 좌파 정치깡패와 우파 정상배 및 언론에 亂打(난타)당하고 있을 때 朴 대통령은 江건너 불 보듯 구경만 하고 있었다. 청와대는 文 총리 후보자를 내세울 때 ‘비정상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개혁의 旗手(기수)’라고 극찬했었다. 하지만 文 지명자가 붉은 악귀들의 인민재판으로 14일 동안 孤立無援(고립무원)의 상태로 무차별적 폭행을 당하고 있을 때 袖手傍觀(수수방관)만 했다. 그리고는 만신창이가 된 文 지명자를 사퇴시켜 버렸다.
 
朴 대통령의 어이없는 처신에 대다수 애국시민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분노와  배신감마저 일고 있다. 반역적 좌파세력은 朴 대통령에게 경멸과 조소를 퍼붓고 있다. 그 결과 대통령의 권위는 땅 바닥에 떨어졌고, 지지율도 급락했다.
 
이 모든 일은 朴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대통령이 평소대로 법과 원칙대로 일을 처리했더라면 이런 참담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衆愚(중우)들에게 맥없이 항복하지 말고 법대로 국무총리 임명동의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면 이런 허망한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문창극을 국무총리로 지명한 이유를 국민과 국회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뒤 법과 원칙에 따라 당당하게 행동했다면, 그의 지지율은 더 상승하고 국민들의 존경심도 깊어졌을 것이다. 
 

선거의 여왕에서 法治의 여왕으로

세상이 타락할수록, 세상이 사악해 질수록, 법도가 무너지고 기강이 해이해 질수록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사람은 더욱 돋보이게 된다. 법은 인간생존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심지어 범법자도(체제를 전복하려는 반역자를 제외하고) 법의 수호자에게는 고개를 숙이게 되어있다. 前述(전술)한대로 법과 원칙은 최강의 槍(창)이고 최강의 방패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오판하고 실수할 수도 있다. 어떤 위인이나 초인도 모든 誤謬(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박근혜도 참담한 오판과 실수를 했다. 회복하기 힘든 오류를 범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그 구멍은 대한민국 헌법이고 헌법에 바탕을 둔 법과 원칙이다. 아무리 무능한 지도자라도 법대로만 하면 최소한도 멸시는 당하지 않으며 평균 이상의 치적을 남길 수 있다. 법은 전능한 神의 뜻이기에 법에 따라 통치하면 바보도 名君(명군)이 될 수 있다. 이제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에서 법치의 여왕으로 변해야 한다. 그래야 이전의 실수를 만회하고 역사에 남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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