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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패권경쟁의 진실과 한반도의 미래

 

* 이글은 필자가 최근 한미우호 협의회, 국가발전연구원 등 에서 강연했던 주제를 원고로 작성한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 패권 경쟁의 진실과 한반도의 미래

 

1. 들어가는 말

 

중국의 국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개혁 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래 중국의 경제는 거의 연평균 10%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력 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강 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군사비 증가율이다. 1990년대 초반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군사력 성장(군사비 지출 기준)은 년 평균 17% 에 이른다.

 

이처럼 급속한 중국의 국력 증가는 국제체제의 구조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 될 것이며 많은 학자들이 논하듯이 패권국의 권력전이(Power Transition) 현상을 야기 시킬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미 다수의 학자들이 미국의 힘은 쇠퇴하고 있으며 중국의 힘은 계속 증가 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수 십 년 이내 중국이 오늘날 미국의 지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과학적으로 검증 된 주장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혹은 시대의 유행과 같은 측면이 있음을 부정 할 수 없다. 즉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부상 한다는 주장은 체계적인 자료에 의해 검증 된 것도 아니다.

 

최근의 중국 부상론은 마치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 정도까지 대단히 유행 했던 일본 부상론과 유사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일본이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주장은 대중을 상대로 한 논객들의 글에서 뿐 아니라 폴 케네디(Paul Kennedy)와 같은 최고급 학자들에 의해서도 지지를 받던 주장이었다.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명저의 책 표지는 지구의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가려는 성조기를 든 엉클 샘의 그림과 지구의 정상을 향해 일장기를 메고 올라오는 일본 사람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무렵 국제정치를 장기적, 거시적인 관점에서 연구하는 수많은 학자들이 미국의 쇠퇴, 일본의 부상을 가장 중요한 시대의 이슈로 다루었고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많은 이론들이 제시 되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 무렵 까지 가히 “유행” 이라고 할 만큼 성행 했던 국제정치학의 주제는 미국쇠퇴-일본부상론 (美國衰退-日本浮上論) 이었다.

 

2010년이라는 시점에서 되돌아 보면 일본이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학설은 완전히 터무니 없는 것으로 판명 되었다. 일본은 도저히 미국과 패권을 겨룰 나라가 아님은 물론 미국은 다른 어느 때 보다 더욱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더욱 큰 영향력(influence)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유행 하고 있는 美國 衰退-中國浮上論 역시 1980년대의 미일 관계와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 되는 주장은 아닐까?

 

중국부상-미국 쇠퇴론은 학술적인 의미에서는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사활적으로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가지고 있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 패권의 전환 등은 가히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우리의 국가안보와 독립자존을 위해 올바른 일인가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할 시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 미국과 중국의 국력을 진정 면밀하게 측정 검토 해야만 한다.

 

2. 미국은 몰락하고 있는가?

 

국력의 정확한 측정은 국제정치학에서 원천적으로 중요한 연구과제다. 국가들의 국력을 정확히 측정 할 수 있다면, 세계 여러 나라들의 외교정책과 전략은 보다 쉽게 이해 될 수 있을 것이다. 외교정책 혹은 전략이란 국가들이 처한 국제정치 상황과 그 나라들의 국력의 상호 작용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일반시민들은 물론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국력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냉전이 끝난 후 많은 식자들은 미국을 ‘특별한 정책 목표 없이 방황하는 국가’라고 생각했고, 미국은 국력이 쇠퇴했기 때문에 혼자만의 힘으로 세계를 끌어갈 능력이 없다는 것이 보편적인 견해였다. 많은 이들이 다가올 세계를 미국에 의한 일극(Unipolar) 혹은 패권체제(Hegemonic system)가 아닌 다극체제(多極體制)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대표적으로 Kissinger 박사)

 

그러나 지난 10년간 미국의 국력과 세계 다른 나라들의 국력 증가 현황을 살펴보면 이 기간 동안 충격적인 국제적 힘의 구조 변화가 있었던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다른 나라가 아니라 바로 미국의 힘이 급격하게 증대 된 결과로 인한 것이었다.

 

국제정치에서 어느 한 강대국의 힘이 불균형적으로 급격하게 증대되는 경우 그 국제체제는 불안정 상태에 빠져든다는 것이 국제정치의 역사적 경험이다. 아테네는 스파르타의 급격한 국력증가를 방치할 수 없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일으켰고, 프랑스 국력의 급격한 증가는 1792년부터 1815년까지 유럽 전체를 전쟁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1800년대 중반 이후 프러시아의 급격한 국력 증가는 독일 통일 전쟁을 야기 시켰고 20세기 초반 독일 국력의 급격한 증가는 결국 두 차례의 세계대전의 원인이 되었다.

 

아이켄베리(G.John Ikenberry) 교수는 지난 1990년대 10 년간 미국 국력의 증가를 역사상 국제정치를 불안정으로 몰아간 경우에 비견되는 급격한 힘의 증가라고 파악하고 있다. 그는 1990년부터 1998년 사이 미국의 경제력은 27% 증가한데 대해 유럽 연합의 경우는 15% 일본의 경우는 겨우 9%의 경제 성장밖에 이룩하지 못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아이켄베리교수는 그가 편집한 「도전자 없는 미국」(America Unrivaled, Cornell University Press, 2002) 이라는 책에서 미국의 힘이 이처럼 다른 나라들과는 불균형하게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강대국들이 힘을 합쳐 미국에 대항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오히려 이상하다고 분석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의 경제력은 1990년대 동안 다른 경쟁자들을 훨씬 앞질렀고, 2000년대 10년 동안도 세계 평균 이상의 경제 성장을 보여, 2008년 현재 미국의 GDP는 세계GDP의 24.8%에 해당하는 14.3조 달러에 이르고 있다.(CIA, IMF, World Bank 자료). 미국의 경제력을 중국과 자주 비교하는데 경제 성장률은 중국이 분명히 앞서고 있지만 적어도 현재 까지 중국과 미국의 GDP 격차는 오히려 매년 더욱 더 벌어지고 있다. 예로써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던 2001년 미국의 GDP는 11조 달러 였다. 부시 대통령 6년차인 2007년 까지 6년 동안 증가된 미국의 GDP는 같은 해 중국 GDP전체와 같았다. 그리고 2006년도 미국의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보다 오히려 높아진 상태였다.(D. Keegan and D. West, Reality Check, 2008, p.26 and p.12)

 

미국의 군사력

 

미국이 다른 강대국에 비해 탁월한 분야는 역시 군사력이 아닐 수 없다. 1999년 당시 미국의 국방비는 미국 다음으로 강한 나라, 즉 2위부터 7위(1997년의 경우) 까지의 국방비를 합친 것과 같았다. 버코위츠 박사의 저서는 (Bruce Berkowitz, The New Face of War, New York, Free Press, 2004) 2003년도 지구 전체 국방비가 7,500억불인데 같은 해 미국의 국방비는 3,800억불 이었다고 주장한다. 세계 국방비 총액은 세계 GDP의 3.5% 였는데 세계의 절반이 넘는 미국 국방비는 미국 GDP의 3.2 % 에 불과한 것이었다.

 

2010년도 미국 국방비는 6,360억 달러로 확정 되었다. 2위권 국가들의 국방비가 대략 600억 달러 수준(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 등) 이니 이는 미국의 국방비중 연구개발비(R&D)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종합적으로 말할 때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결코 쇠퇴한 (decline)적이 없었다. 미국의 국력은 1945년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단 한 해도 증가 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미국이 쇠퇴한다는 주장은 미국의 국력은 다른 나라와 비교 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 지위가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적어도 2010년까지 통계수치상으로 국력(군사력과 경제력)의 비중이 낮아진 적이 없었다. 미국의 GDP 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 초반 이래 오늘 까지 22-25% 사이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소련이 몰락한 이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비중이 더욱 올라갔다. 지금 이순간도 미국의 군사력(군사비로 계산 할 경우)은 세계의 50% 수준이다.

 

3. 중국의 도전

 

“중국은 유감이 많은 신흥 초강대국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으로서 자국의 정당한 지위를 되찾을 때를 기다리는 패권국 이다“ [Steven W. Mosher, Hegemon: China's Plan to Dominate Asia and the World ]

 

1976년 개방과 개혁을 단행 한 이후 중국은 경제력이 놀랍게 성장하고 있다. 성장 속도도 빨라 1960년대 이후 한국이 보였던 한강의 기적을 능가할 정도다.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년 평균 경제 성장은 무려 9.4 % 나 된다고 한다. 사실 중국은 경제발전이 급속히 이루어지기 이전에도 국가의 규모 상으로 이미 강대국의 반열에 포함되었던 나라다. 그런 나라가 30년 이상 년 평균 10% 에 육박하는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유지되어 왔던 강대국 간의 힘의 역학 관계를 바꾸기 놓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국제정치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물론, 세계의 많은 일반 시민들은 서슴없이 앞으로 미국에 도전할 강대국은 중국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부 논자들은 심지어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을 혐오하는 (한국의) 반미주의자들 중에는 중국이 힘이 더욱 커져서 미국을 견제 해 주길 바라고 있으며 그 경우 우리는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무엇인가 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중국의 힘이 급격히 浮上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제정치를 연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중국의 힘의 부상이 국제체제에 미칠 충격은 무엇인가의 문제를 심각하게 분석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주로 미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는, ‘중국의 힘의 부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에 관한 논의는 두 가지 상반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이 의미하는 바가 이처럼 상반되는 결론을 도출하는 이유는 중국의 국력 분석에 대한 방법이 다양하고, 중국이 발표하는 자료의 신빙성이 의문스럽고, 중국의 의도에 대한 분석 그리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 분석에서 학자들마다 심각한 견해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예로서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인 죠지 윌(George Will) 씨는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100년 전 독일의 힘의 성장을 보는 것과 같은 두려운 생각이 난다. 독일의 문제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통해 해결되었다.” 고 말한다. 「중국위협론(中國威脅論)」을 대변하는 견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을 위협하기에는 아직도 힘이 약할 뿐 아니라, 미래에도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문제 해결에 급급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중국이 미국 수준의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무수히 많고 궁극적으로 미국과 같은 막강한 강대국이 되기도 곤란 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인 것이다. 영국의 전략이론가 제럴드 시갈(Gerald Segal), 일본의 군사평론가 마츠무라 츠토무 예비역 장군 등은 중국은 막강한 강대국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여러 개의 나라로 분열 될 가능성조차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미래 및 위협 관한 정반대의 견해는 중국의 국력지표에 관한 학자들의 혼란스런 계산에서도 연유한다. 예로서 미국의 CIA 가 간행하는 World Fact Book 은 2005년도 중국의 GDP를 7조 2620억 달러라고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11조 7천500억 달러에 이어 세계 제 2 위다. 미국CIA는 특히 중국의 GDP를 명목가치 보다는 구매력 기준(ppp purchasing power parity) 으로 표시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명목가치로 중국의 GDP를 표시하면 그것은 일본의GDP 보다도 작고 미국 GDP의 1/3 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제력이 3:1 군사력이 10:1 에도 못 미치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패권국과 도전국의 관계라고  말하기는 우스울 것이다.

 

미국 CIA의 중국 GDP표시 방법에 따르면 아래의 표와 같은 황당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2003

2007

2008

5년 증가율

미국 GDP

10조9,900억

13조8,400억

14조2,900억

30.03%

중국 GDP

6조4,490억

6조9,910억

7조8,000억

20.95%

* CIA, World Fact Book 해당년도 판에서 필자가 정리

 

CIA 가 선호하는 미국과 중국 GDP를 ppp 자료로 비교하면 중국의 비중은 상당하다. 명목 가격으로 표시할 경우 2003년 중국의 GDP는 미국의 1/4도 되지 않지만 ppp로 표시하면 미국 경제의 60% 에 육박한다. 그러나 ppp로 계산할 경우 지난 5년동안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가 미국보다도 오히려 더 느렸다는 우스운 결과가 나온다.

 

위에서본 것처럼 중국 국력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GDP의 규모에 대해서조차 학자 혹은 기관별로 의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이 발표하는 자료 그 자체가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이냐의 문제다. CIA, World Bank, IMF 등이 발표하는 GDP도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2008년의 미국, 일본의 경우 그 차이는 불과 1.7%, 2.8 % 정도다. 그러나 중국의 GDP는 가장 높게 발표한 CIA 자료(4조7,580억) 과 가장 낮게 발표한 World Bank 자료(4조 3,262억)는 거의 10%의 차이를 보이고 있을 정도다.

 

예로서 중국의 각省과 市가 제시한 GDP를 모두 합치면 중국 중앙 정부 발표보다 10%나 많아진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저우톈융(周天勇)교수는 2009년 4월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의 실업률 통계는 학자나 해외 연구기관의 연구자는 물론, 일반군중들도 믿지 않는다. 심지어 통계를 내는 공무원들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정도다.(조선일보 2009.11.7)

 

중국이 과연 미국을 대체하는 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이 현재의 패권국이지만 세계 어떤 강대국이라도 자신이 미국을 능가하는 강대국이 되리라고 꿈꾸지 않을 나라는 없을 것이다. 냉전 당시에는 소련이 미국을 능가하겠다고 꿈 꾸었고, 냉전 후반기 일본은 급속한 경제 발전을 기반으로 미국에 맞먹거나 혹은 미국을 능가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도 있다는 꿈을 꾸었다. 중국은 스스로 화평굴기를 말하며 세계 패권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꿈이 실현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필자는 중국은 미국을 능가하는 패권국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여러 학자들의 견해가 있지만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 어려운 구조적인 이유를 설명한 George Friedman 박사의 인용하기로 한다. 프리드 맨 박사는 2009년 1월 하순 출판한 The Next 100 Years: A Forecast for the 21st Century [향후 100년: 21세기 예측] 라는 탁월한 책 제 5장의 제목을 China 2020 Paper Tiger 라고 부쳤다. 프리드맨은 미국은 2100년에도 역시 현재와 같은 세계 제1의 강대국으로 남는다고 주장하며 중국이 미국을 대치 한다는 것은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단정한다.

 

그렇다면 프리드맨이 제시하는 “2020년의 중국은 종이호랑이” 라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① 중국이 지난 30년 동안 급속한 경제 성장을 했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중국이 지속적으로 고속 경제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p.87)

②중국은 고속성장이 멈추게 되는 경우 정치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은 주요 강대국이 될 가능성은 고사하고, 지금과 같이 통일된 국가를 유지하기 도 어렵다. (p.88)

③고속 경제성장이 멈추는 경우 사회 전체가 흔들거릴 허약한 구조다.(p.96)

④중국은 지정학적으로 보아 섬과 같은 나라다. 뻗어나가기 어려운 나라라는 의미다.(p.89)

⑤미국은 지정학적 측면에서 발전에 가장 유리한 나라다. 미국은 세계의 중요 바다 두 곳(대서양, 태평양)을 장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⑥중국은 자금을 정치적으로 할당하고 경제 통계를 조작하는 나라다 (p.95)

⑦중국의 경제 성장이 중국에 이득이 되는가(profitable) 여부도 문제다. 경제 성장이 중국 경제를 강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어려우면 중국의 경제도 동시에 어렵게 되는 대단히 취약한 구조다. (p.95)

⑧중국의 분열적 요인은 심각하다. 예로서 상하이는 베이징과의 관계보다 로스앤젤레스와 의 관계에 더 큰 신경을 쓰고 있다. (p.96)

⑨중국은 미국의 해군에 도전할 수 없다. 중국 해군은 현재 대만 해협을 건너기에도 역부족 이다. 미국 해군은 언제라도 중국의 모든 상선을 격침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⑩지난 30년과 같은 중국의 지속적 경제 성장이 향후에도 지속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1989년의 한국을 보라. 경제성장은 민주화를 초래하고, 민주화 이후 고속 경제성장은 달성하기 어렵다.

⑪ 경제의 고속성장이 멈출시 중국은 분열될 수도 있다.

⑫ 중국이 세계 패권에 도전하기에는 국내적인 문제가 너무 산적 해 있다.

 

4. 중국의 부상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최근 복거일 선생이 출간한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 라는 소책자는 중국의 부상이 한국에 어떤 어려움을 가져다 줄 지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복거일 선생이 제시하는 분석은 최근까지 한국인들의 중국에 관한 정서적, 감상적 인식과는 전혀 궤를 달리하는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분석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당시 정부지도자들은 물론 상당수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친 중국적인 경향을 보였다. 반미주의에 대한 반사적 입장일수도 있었겠지만 한국인들은 적어도 중국의 동북공정 사건이 노골화되기 이전까지 중국에 대한 미묘한 친근감을 나타내었다. 중국이 마치 우리를 못살게 구는 미국을 ‘어떻게“ 해 줄 수도 있는 나라처럼 생각 했다. 각 언론들은 중국의 부상, 중국의 국력을 마치 중국이 미국을 곧 앞지를 것처럼 센세이션 위주로 보도 했다.

 

중국의 국력 증가는 우리가 대단히 유념해야 할 상황이다. 지금보다 훨씬 강해진 중국의 존재는 우리에게 편안한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더욱 노골적으로 말하면 지금보다 약한 중국이 우리나라의 안녕, 번영, 통일에 오히려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한국인들의 낭만적인 중국관

 

2004년 총선에서 새로 당선된 여당의 국회의원들 중 2/3 정도가 미국 보다 중국이 더 중요한 나라이며 중국이 미국을 대신하여 우리의 맹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미국과의 동맹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성 설명이 있기는 했지만 상당수 한국인들이 미국을 미워하는 반면 중국에 대해 모종의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런 생각은 이제 정치 엘리트들에게 까지 파급 되었다.

 

지구상 그 어느 나라보다 열악한 지정학적(Geopolitical) 환경 때문에 거의 영원히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국가의 생존을 염려해야만 하는 우리나라는 주변 강대국 하나, 하나의 국력과 그 나라들의 속성, 그리고 그 나라들의 국가전략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의 영토를 탐하는 강대국과 동맹을 맺으면 안 되고, 훨씬 더 막강한 나라를 잠재 적국으로 삼는 동맹관계에 빠져들어도 안 된다.

 

그런데 과연 지금 우리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을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한 호의적인 나라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앞으로 미국에 대항 할 때 우리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요즘 상당수 한국 사람들이 미국을 미워하는 한편 중국을 짝사랑 하고 있는 판인데 중국은 왜 우리를 그다지도 모욕주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중국보다 열 배는 더 막강한 미국에게는 막 대들던 사람들이, 그리고 자주(自主)를 그토록 강조하는 사람들이 중국의 본질적인 한국 모독에 대해서는 왜 숨죽이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일까?

 

중국적 국제정치 질서관( Chinese View of the World)

 

유교적 가르침은 한(漢)나라에 이르러 중국제국의 공식적 이념이 되었으며(한무제 당시 BC 136년) 바로 같은 시대 중국인들은 역시 유교에 기초한 "유교적 국제정치 질서관"(Confucian International Order)을 수립하게 된다. 국내의 인간 사회에 위계질서가 있듯이 국가 사이에도 위계질서가 있으며, 국가들이 위계질서를 스스로 인정하고 자기의 위계에 해당되는 임무와 행동을 성실히 따를 때 세상에는 질서와 평화가 온다는 생각이다. 위에 있는 사람(나라)은 아랫사람(나라)에게 모범과 자비심을 보이고 아랫사람(나라)들은 윗사람(나라)에게 공경심과 예의를 갖출 때 즉 자소사대(字小事大)의 예가 행해질 때 그 사회(국제관계)는 질서와 화평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국제적 위계질서의 최상층에 위치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철칙으로 삼는다. 중국은 문명의 상징이며, 그래서 중국은 세상의 한복판에서 빛나는(中華)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황제는 하늘의 아들(天子) 이며 하늘에 해가 하나 뿐이 듯 천자도 하나다. 주변의 나라들은 스스로 황제라 칭할 수 없고 천자의 책봉을 받음으로서 왕이라 칭할 수 있다. 중국과 주변국의 관계는 마치 아버지와 아들과 같은 관계가 되어야 하며 이는 조공(朝貢)과 책봉(冊封)의 의례를 통해 공식화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형성된 중국과 주변국의 국제관계는 당연히 현대적 의미의 국제관계는 아니다.

 

이 같은 천하관(天下觀)과 세계관(世界觀)을 가진 중국인들에게 현대적 의미에서의 국경이란 개념, 전쟁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서구 국제정치학에서 국경이란 선이며 선을 불법적으로 넘을 경우 그것은 주권침해요 침략이기 때문에 전쟁 발발의 이유가 된다. 중국에게 국경선이란 없었다. 다반 변방(邊方)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 변방은 중국이 힘이 강해지면 넓혀지는 것이고 중국의 힘이 약할 때는 좁혀지는 것이었다. 주변에 있는 야만족들이 중국을 침략할 경우 중국인들은 그 사건을 전쟁이라는 말로 쓰지도 않았다. 다만 오랑캐가 들어 왔다는 뜻에서 입구(入寇)라고 표시하였다. 중국인은 동서남북 모두에 오랑캐가 살고 있다고 보았고 이들을 동이(東夷), 서융(西戎), 북적(北狄), 남만(南蠻) 이라고 불렀다. 특히 북쪽, 남쪽 오랑캐를 더욱 비하하여 북의 오랑캐를 지칭하는 적(狄)자에는 개를 상징하는 변이 붙어있고 남의 오랑캐를 지칭하는 만(蠻)자에는 벌레를 의미하는 虫 자가 포함 되어있을 정도다.

 

중국은 자신의 문명의 위대함을 인정하고 그 결과 중국과 조공 책봉관계를 체결하는 주변의 오랑캐들을 우호적으로 대접하였다. 속국들이 조공으로 가져온 물품보다 더 많은 하사품을 내리기도 하고 종주국에 대해 비록 형식적이기는 하나 부모와 같은 자비심을 베풀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중국 문명을 인정한 오랑캐들을 사해동포(四海同胞)라 칭함으로서 주변의 이민족들을 중국인처럼 대우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해동포(四海同胞)주의란 주변 이민족들의 민족을 중국에 동화시켜 버리는 고도의 문화적 제국주의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인종, 문화,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나라들이 중국이라는 우산 아래 하나로 포괄 될 수 있다는 사상 그 자체가 민족주의에 기반 한 현대 국가의 주권, 독립이란 개념과 양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충실한 조공 국이 되어 중국 문명권에 포함 되었다는 사실을 자부하며, 일본을 야만족으로 비하했던 조선 왕조는 중국의 문화적 제국주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일 것이다.

 

물론 자신만을 세계의 최 정점에 올려놓는 중국인의 세계질서관은 중국의 국력이 뒷바침 됨으로서 가능한 것이었다. 북방에서 출현한 요, 금, 원, 만주 등의 침략 앞에 유교적 국제질서가 파탄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중국을 점령한 북방의 야만족은 중국적 세계관을 역으로 적용, 중국의 황제에게 자신을 큰아버지(伯父)라 부르라는 모욕적인 조약을 강요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힘이 회복 될 때마다 중국은 중국을 국가서열의 최 정점에 놓고 다른 주변나라들의 주권과 독립을 제약하는 “유교적 국제질서”를 다시 확립하곤 했다. 주변의 약한 나라들은 주권과 독립을 희생하는 대가로 자치(自治)를 보장 받았던 것이다.

 

중국은 상호간 법적으로 동등하고 힘조차 비슷한 국가들이 다수 존재하는 세상은 끊임없는 전쟁이 지속 되는 세상이라는 세계관을 확립했고 이는 중국의 역사(춘추전국 시대)로부터 몸소 체험한 것이다. 자신들이 패권국이 될 경우 세상은 평화롭게 될 것이라는 중국인의 전통적인 세계관은 국가들이 동등하게 취급되고, 세력 균형이 이루어 진 세상이 평화가 보장되는 세상이라고 보는 서양인들의 국제정치관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중국은 비록 미국의 패권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패(覇)라는 말 자체에 대해 거부감이 없으며 중국 스스로 패자(覇者)가 되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학자 한사람은 동아시아의 미래를 4가지 시나리오로 예측 했는데 그중 하나가 중국이 패권을 장악하는 상황이다. 그 경우 대한민국은 이씨 조선 혹은 기껏해야 위성국 수준의 나라가 될 지도 모른다. 강대국으로서 중국이 이웃나라를 대하는 태도는 미국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미국에게 마음 놓고 반미의 의사를 표시했다. 중국한테도 마음 놓고 그렇게 할 수 있을까?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기간 중 대통령 권한 대행임무를 수행 했던 고건 총리는 퇴임 후 북한 용천의 폭발 사고가 난 직후 “중국이 북한 정권을 교체할 것 같은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말의 본뜻은 만약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을 압도적으로 받는 정권으로 교체된다면 민족의 통일은 물 건너 가는 일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기 때문 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5. 결론

 

노무현 정부에 자문을 많이 했던 학자 한사람은 ‘한미 동맹을 한중 동맹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강연회 청중의 질문에 대해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종식하는 날, 중국은 한국을 나라 취급도 하지 않을 것” 이라는 의미의 대답을 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이론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정답이다. 한국을 중국이 그동안 그래도 대접한 것은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는 일본의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이들로부터 독립적이기 위해서는 스스로 이들과 맞먹는 힘을 가지던가 혹은 이들을 견제할 외세를 사용할 수 있던가 둘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가 힘을 이용할 외세는 결코 한국의영토를 탐하는 강대국이 아니어야 한다. 한국의 영토를 탐하는 강대국과 동맹을 맺는다는 것은 그 강대국에게 영토를 내준다는 의미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4강중 한반도의 영토 그 자체에 야심이 없는 것은 미국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앞으로 수 십 년 동안 중국의 국력은 미국에 근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마도 영원히 미국에 근접하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런데 현재 미국 국력의1/5도 채 되지 못하는 중국에게 경도되는 것은 우리의 외교정책으로는 현명한 것이 아니다.

 

이미 일본은 미국과 완전한 동맹관계를 강조하고 있다.(하토야마의 이변은 구조적인 것으로 볼 수 는 없다) 우리는 반도국가다. 해양, 대륙 양 세력 어디에도 붙을 수 있다. 과연 어떻게 하는 일이 우리에게 합리적인 일일까 ? 2010년의 시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한미동맹 강화, 해양세력화의 길이 한국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1차적인 중요성을 가질 것이다

 

이춘근

 

본인은  2010년 3월-5월 초순, 상기 주제의 강연을 4차례에 걸쳐 행한 바 있습니다.

강연 대상은 전직 장차관님들의 연구 모임, 한미 우호 협회 등의 회원님 들이었습니다.  저의 강의 내용은 서방측 전략 이론가들이 제시하는 다수설 적인 견해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저의 강의를 들으신 분들은 상당히 놀라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저의 강연 내용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셨고, 그결과 여러 군데서 강의를 더 하게 되었습니다.

파워포인트 강연 자료와 함께 준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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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19일 08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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