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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몰락한다고?
[이춘근박사의 전략이야기]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미국몰락론(Theories of American Decline) 이라는 담론은 정확한 국제정치학적 분석의 결과이기 보다는 감정적, 이념적인 측면에서 추론된 측면이 강한 주장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미국몰락론은 반미주의, 친중주의, 종북주의와 긍정적으로 연계돼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미국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중국을 선호하며, 북한을 추종하는 경향이 높다는 말이다. 이들은 미국을 단순히 미워할 뿐 아니라 미국의 몰락을 학수고대하며 중국의 부상을 환영한다. 특히 종북주의자들 중 일부는 미국은 다 망해 자빠져가는 나라이기 때문에 북한과 싸우면 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이라는 악마 같은 나라가 북한과 대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이 북한을 당할 만큼 막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서 할 수 없이 대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둘러대는 종북주의자들조차 존재한다.


미국 몰락과 중국 부상을 고대하는 사람들

물론 미국의 몰락을 논하는 우수한 학술적인 저술들도 많지 않느냐고 반론을 제시할 수 있다. 사실 미국의 저명 국제정치 잡지인  Foreign Policy 2011년 1-2월호의 특집이 ‘미국의  몰락’ 이며 영국에서 간행되는 Economist 최근호 표지는 미국의 상태가 대단히 취약함을 묘사하는 지도를 게재해고 있으며, 미국의 1급 평론가와 학자들이 미국의 몰락에 관해 논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몰락론은 최근의 유행이기 보다는 미국이 건국된 직후부터 20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 늘 존재해왔던 논쟁 주제였다. 미국이 처음 건국됐을 당시 유럽의 식자들은 과연 미국이 몇 년이나 제대로 된 국가로서 지탱할지에 대해서조차 의문을 표시했다. 의문이라기보다 조롱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미국의 평론가들 혹은 미국의 유수한 국제정치학자들이 논하는 미국몰락론에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간과하는 중요한 요인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미국몰락론을 주장하는 1차적인 이유는 미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문제점들을 교정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민주적 절차가 발달돼  있는 미국은 다양한 주장들이 상호 논쟁을 벌인 후 보다 나은 주장과 제안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고려되고, 결국 문제에서 벗어나 더욱 강력한 국가와 사회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 패권은 없다?

그렇다면 최근 미국몰락론이 더욱 유행하고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근거는 2008년 9월 미국 금융시장의 붕괴 사태와 더불어 미국이 치른 전쟁 중 그 지속 기간이 역사상 가장 오랜 전쟁이 돼 버린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지지부진하다는 사실이다. 2008년 금융 사태 이후 마치 세계에는 더 이상 ‘미국의 경제 패권은 없다’라는 인식과 더불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못이기는 나라가 무슨 유일 초강대국이냐는 인식이 팽배하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는 타당해 보이지만 분석적으로는 수준 낮은 설명일 뿐이다.

미국이 금융 사태를 일으키고 아프간, 이라크 전쟁을 빨리 이기지 못한 이유를 “미국의 힘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아무리 “막강한 힘이라도 그 효용성(utility)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편이 더욱 타당한 설명이다. 지금 미국의 힘이 몰락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2차 대전 직후의 세계를 미국이 힘이 정점에 올랐던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강의 미국이 원하던 모든 일을 성취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다. 1945년 세계 최고 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은 중국의 공산화를 막지 못했고, 한국전쟁에서 쩔쩔 맸으며, 월남전쟁에서 패배했고, 코 앞에 있는 쿠바의 공산화를 막지 못했다.

미국의 힘은 막강하지만 힘이 막강하다고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가의 힘이란 대체로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계산되는데 이 두 가지 힘이 모든 것을 이룩할 수 있게 해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힘의 요인으로 계산했을 경우 미국의 국력은 결코 몰락한 적이 없다. 절대적인 점에서는 물론 상대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의 국력은  몰락한 적이 없다.


중국, 이집트 시위에 예민하게 반응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의심치 않는 1960년대 중반 미국의 경제력(당시는 GNP)은 7,935억 달러로서 2위 소련의 3,840억 달러의 2.07배였고 군사비는 754억8,400만 달러로서 520억 달러인 소련의 1.45배 였다.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고 야단이던 1980년 미국의 GDP는 1조6,961억1,900만 달러로서 2위인 소련 8,570억 달러의 1.98배, 군사비는 910억1,300만 달러로서 당시 소련의 군사비 1,275억 달러 보다 오히려 훨씬 뒤처지는 상황이었다.

미국의 몰락이 확실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 현재 미국의 GDP는 14조6,241억8,400만 달러로서 2위인 중국 5조7,451억3,300만 달러의 약 2.55배에 이르며 미국 군사비는 6,632억 5,500만 달러로서 988억 달러로 세계 2위인 중국의 약 6.7배에 이른다. 미국의 국력은 2위의 국가와 비교했을 경우 경제 및 군사적인 측면에서 과거 어느 시대보다 막강하다. 미국의 국력은 상대적인 측면에서도 전혀 내리막길에 있지 않다.

세계 최고 20대 대학 중 17개가 미국에 있으며 (중국 상해 교통대학 자료), 세계 발명 특허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나온다. 미국의 연구개발비는 3,690억 달러(2007기준)로 아시아 전체 (3,380억 달러), 유럽연합 전체(2,630억 달러) 보다 많다. 미국은 아마도 독재국가가 아니라서 국력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데 굼떠 보이고, 2년마다 있는 선거 때문에 국가의 효율성이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은 국력을 계산할 경우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인 국내적인 반란 요인이 거의 없는 나라다. 미국 국민들 중에서 미국의 정권을 무너뜨려야 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해도 될 정도다. 국내적으로 소란한 나라는 경제력, 군사력이 아무리 강해도 헛것이다. 국내 치안에 신경을 써야 하는 나라라면 대외적으로 힘을 행사할 엄두를 낼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국력 증강을 보고 중국이 미국을 곧 앞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대체로 미국이 몰락하는 줄 알고 있다. 필자가 이글을 쓰고 있는 현재 30년 철권 독재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이 민중의 저항으로 백척간두에 서 있다.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곧 미국을 뒤 이을 패권국이라고 생각하는 중국의 인터넷 검색창에서 이집트(중국어로는 埃及)라는 단어가 삭제됐다고 한다. 년 평균 9만 건의 폭동이 발생하는(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 미국 학자 중에는 20만-30만 건으로 추정하는 이도 있다) 중국 정부는 이집트 사태가 두려운 모양이다. 센카쿠 열도에서 일본은 물러가라는 중국 학생들의 애국 데모조차 두려워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곧 미국을 곧 앞설 것이고 미국은  몰락할 것이라고 믿는가? #

  
출처: 미래한국의 전체기사  
2011년 04월29일 23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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