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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슈퍼파워는 계속된다
리콴유 “중국은 미국에 상대 안 돼”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월 국정연설에서 중국의 부상을 과거 소련의 경험에 비유한 ‘스푸트니크 모멘트 (Sputnik moment) ’를 언급한 이후 슈퍼파워 미국의 ‘퇴조’에 대한 담론이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세기는 저물어 가고 있는가?’, ‘금세기 안에 중국은 미국을 넘어 초강대국으로 떠오를 것인가?’ 


리콴유 “중국은 미국에 상대 안 돼”

이러한 물음은 저명한 하버드대 석좌교수이자 ‘소프트파워’의 저자 조셉 나이(Joseph S. Nye Jr.)의 지적처럼 ‘근거 없는 유행성’을 띠고 있다. 질문은 단순하지만 대답들은 상당히 복잡하고도 까다롭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대답들의 대부분은 학술적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코드에 맞춰져 있다. 당연하게도 진보좌파가 판을 치는 국내 미디어에 소개되는 美-中간의 슈퍼파워 경쟁은 중국의 판정승으로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

지난 1월 6일 한겨레 인터넷판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When China rules the world)’의 저자 마틴 자크(前 마르크시즘 투데이 편집장)와의 인터뷰를 장문에 걸쳐 야심차게 보도한 배경에는‘미국은 이제 한물 갔다’는 믿음 때문이다. 마틴 자크의 주장은 “미국에서부터 중국으로의 파워 시프트는 막을 수 없고 아시아적 가치로 세계 중심이 될 중국에 모두가 순응해야 한다“라고 요약될 수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이 책을 올 신정 연휴에 자신이 ‘읽어야 하는 책’으로 꼽았다는 언론보도는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 부상론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그러나 중국 개방·개혁정책의 가정교사라 불릴 정도로 중국 사정에 정통한 싱가포르의 리콴유 국가고문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거나 앞지르기 어려울 것”(China will not find it easy to overtake the US...It will be difficult to surpass the US)이라고 진단했다. 이 발언의 배경은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려면 논의의 장을 국내가 아닌 세계로 돌려야 한다.


국내와는 달리 신뢰할 수 있는 해외 주요 논단과 석학들의 대답은 대체로‘중국은 아직 멀었다’(China has long way to go)로 정리된다. 포린어페어誌 2011년 신년호는 조셉 나이 교수의 출간 예정인 저서 ‘강대국의 미래’(The Future of Power)에 대한 프리뷰 논문을 커버로 게재했다. 나이 교수는 “중국의 급격한 성장 때문에 미국의 파워가 상대적으로 기울어져 보이는 것일 뿐, 미국의 국력이 절대치에서 쇠퇴하고 있다는 객관적 지표나 증거는 없다“ 고 주장한다. 그는 한 발 나아가 ”GDP로만 국력을 따지는 것은 1차원적인 시각이며 교육, 기초과학, 문화예술 등 미국이 가진 소프트파워의 힘은 21세기에도 미국을 여전히 초강대국의 지위에 놓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슈퍼파워 중국론’, 세계 석학은 갸우뚱

주목을 끄는 것은 유럽의 합리적 진보 지식인들이다. 이들은 미국의 보수진영보다 중국의 미래를 오히려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옵서버誌의 수석 편집장을 거쳐 영국 노동재단 의 선임이사직을 맡고 있는 윌 휴튼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이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마저 손에 들었다는 마틴 자크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의 서평에 ‘중국은 굴기가 아니라 위기에 처해 있다’ 라는 제목을 달았다. 휴튼은“자크가 중국의 경제적 모순을 인정하면서도 그 모순이 유지된 채로 중국을 미래의 슈퍼파워로 상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며 “인류 보편의 가치가 아닌 아리송한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빗나간 열정이 졸작을 만든 배경”이라는 말로 자크의‘중국 세계지배론’을 일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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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자처하는 국내 좌파진영이 중국의 부상에 호들갑을 떨고 있을 때 휴튼과 같은 유럽의 진보지식인들이 중국의 미래를 비관하는 장면은 차라리 아이러니하다. 휴튼은 “중국이 서구의 합리적이고 계몽적인 가치를 수용해 민주적인 정치적 변화를 이루지 않는 한 중국의 다음세대가 직면하는 것은 슈퍼파워가 아니라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곤란이다”고 단언하기 때문이다. 반미주의에 함몰된 대한민국 좌파진영의 왜곡된 인식 지평, 그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2006년 <중국이라는 거짓말>을 쓴 기 소르망(Guy Sorman)은 중국의 모순에 대해 더욱 직접적 분석과 대안을 제시한다. 그는 상층부 중국의 논리와 하층부 중국의 대립된 논리를 제시하면서 중국에 대한 잘못된 환상들을 지적하고 있다.

기 소르망이 수년간 직접 중국을 취재하며 얻은 사실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극도의 빈곤 속에 살고 있으나 그보다 더 심한 정신적 곤궁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의 80%에 해당하는 시골 농민들은 사유 재산과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아무런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13억 인구 중에 기적적인 경제 발전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소수이며 나머지 10억 국민은 경제 성장의 뒤안길에서 참을 수 없는 불의의 심화, 공직자들의 부패, 학교와 무료 진료소 같은 유익한 모든 것으로부터의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중국 내부 모순의 진원지, 공산당

이처럼 모순적인 중국이 미래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해 기 소르망은 듣는 사람이 무안스러울 정도로 간단한 처방을 제시한다. 다름 아닌‘모순의 진원지인 중국 공산당이 해체돼야 한다’는 것. 기 소르망의 이러한 주장은 리콴유가 지난해 7월“중국의 부패 문제는 중국 공산당의 생사와 연관될 만큼 중요하다”고 싱가포르 연합일보에서 실토한 고백의 연장선에 있다.

이처럼 국내 좌파 지식인들과 해외 무명 지식인들이 한 목소리로 중국의 미래 슈퍼파워를 외칠 때 세계 석학들이 머리를 가로 젓고 있는 상황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 대답은 미국의 현재 상황에 있을 것이다. 미국의 퇴조를 바라는 반미주의자들과 중국으로부터 현실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미국 내 정치적 여론이 ‘퇴조하는 미국’이라는 착시 현상을 만드는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초강대국으로 남을 가능성은 과거의 경험에서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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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구소련이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닉을 우주공간에 날렸을 때 미국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었다.‘스푸트닉 쇼크’라고 명명된 이 사건에서 느낀 미국인들의 공포심은 소련이 이제 곧 첨단 과학기술과 결합된 군사력으로 미국을 항복시킬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미국은 사회 전반에 걸쳐 과학기술과 교육개혁에 들어갔다. 그 결과 미국과 소련은 스타워즈라는 군비경쟁에 돌입했고 결국 소련은 붕괴됐다.

美蘇간에 치열한 우주경쟁과 군비경쟁이 막바지에 달할 때 쯤 미국에 또 하나의 강적이 등장했다. 바로 일본이었다.1980년대 엔고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의 초강대국 등장론이 한때 미국 전역을 강타했던 것. 일본은 엔화를 달러로 바꾸어 미국의 부동산과 첨단기업, 그리고 미국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헐리우드마저 사들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일본의 미국 공략은 舊소련의 몰락처럼 실패로 끝났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산업구조조정, 즉 다운사이징과 레이건 행정부의 세계화를 통한자유주의 경제개혁의 결과, 일본은 자산버블이라는 자살폭탄을 품에 안고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미국의 슈퍼파워는 자유주의와 시장

경제사학자인 세종연구소의 김기수 수석연구위원은 이러한 미국의 힘을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서 찾는다. 그는 “소련, 일본 모두 관주도의 요소투입형 성장을 맹신했고 미국은 위기에서도 시장을 신뢰했다”고 진단한다. 김 박사는 ‘미국은 소련, 일본과는 달리 군사 과학 기술 모두가 시장을 통해 경쟁력이 확보된 상태에서 정부에 리사이클링 됐다’라고 주장한다. 결국 공산주의 소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일본조차도 관치 방식의 자본주의 경제발전으로 미국의 시장 자본주의를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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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스텔스 기술은 40년에 걸쳐 시장원리에 의해 개발된 것입니다. 중국이 이를 정부 주도로 10년만에 개발했다면 그 성능의 차이는 비교할 것이 못 됩니다.” 김기수 박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의 스텔스기 젠-20에 대한 완벽한 분석을 끝냈으며 실전에 배치될 2015년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중국이 야심차게 젠-20을 실전에 배치하는 순간 미국은 이를 격추할 수 있는 레이다 시스템과 유도 미사일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개발한 기존의 스텔스 기술을 몽땅 폐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중국으로서는 지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김 박사의 이러한 주장은 조셉 나이의 ‘소프트파워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통찰과 맞닿아 있다. 나이 교수는 “어렵지만 해결이 가능한 문제와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미국의 위기로 지목되는 금융시스템과 무역적자는 미국의 경제회복으로 해결이 가능한 문제지만 정작 불가능한 문제는 현재의 체제 하에서 중국이 미국을 소프트파워로 앞지르려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조셉 나이의 이러한 질문은 옵서버 前 편집장 윌 휴튼에 의해서도 똑같이 제기된다. 그는 “중국이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살아남은 서구의 첨단기술을 이용하거나 여기에 접근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과연 스스로 내적인 경쟁 없이 그러한 것들을 개발할 가능성은 없다”라고 주장한다.

美-中간 소프트파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전세계 극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쿵푸 팬더’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다. 2008년 드림웍스에 의해 제작된 이 영화는 개봉 첫 주간 수입으로만 약 6,000만 달러(한화 610억원)를 벌어들였다. 드림웍스 최고의 수입을 올려준 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와 이야기는 100% 중국적이지만 동시에 100% 미국 헐리우드 작품이다. 중국의 슈퍼 파워를 논하는 이들이라면 중국은 왜 이런 것을 만들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견제와 포용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21세기의 동반자, 즉 G2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분히 전략적이라는 것이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국제질서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동시에 아시아에서 중국을 다자간 안보체제로 견제함으로써 중국의 패권 추구를 막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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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중국은 지정학적 위치면에서도 미국에게 불리하다. 미국은 자신을 적대시할 만한 강대국이 주변에 없는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 인도, 멀리는 유럽 등에 포위돼 있다. 유일한 출구가 동아시아지역이지만 이미 미국은 이번 북한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을 계기로 항공모함을 동원해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안보체제를 활용한 봉쇄에 착수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은 호주를 새로운 아시아의 전략적 동반자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 대해 당당해져야”

이와 관련해서 2009년 4월, 리콴유 국가고문이 싱가포르의 유력지 ‘스트레이트 타임즈’에 코멘트한 내용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리콴유는 “중국이 주변국은 물론, 미국과 같은 강대국과 조화롭게 지내지 못할 경우 21세기에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의 선택이다. 지난해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를 출간한 복거일 씨는“중국의 부상으로 한국의 핀란드화는 예정돼 있다”며 암울한 전망을 제기한다. 실제로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기 소르망 교수는 우리에게 다른 대응 방법을 제시한다. 올해 초 ‘중국을 두려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아산정책연구소에서 특강을 했던 기 소르망은“한국은 중국에 대해 좀 더 당당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 소르망의 해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중국의 강대국 이미지는 실제와는 다르게 만들어진 것이며 경제적 모순에 의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라는 것이다.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다. 때문에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할 수 밖에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韓美 공조를 통해 중국에 대범하게 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기 소르망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나폴레옹은 ‘모든 제국은 소화불량으로 죽는다’고 했다. 중국에게 ‘한국은 먹어도 소화되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것이 중국도 살고 한국도 사는 길이 아닐까.#


한정석 편집위원·前 KBS PD
kalito7@futurekorea.co.kr 

 

출처 : 미래한국신문

  
한정석(미래한국 편집위원)의 전체기사  
2011년 04월29일 23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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