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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京통신] 大지진으로 되살아난 일본 기업의 무사도
야전 군대보다 엄격한 재해지역 자원봉사 지원 조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현장에 투입된 ‘결사대’의 사투에 의해 상황이 조금씩 안정되고 있습니다. 군, 소방대, 경찰은 기본적으로 명령에 따르는 집단이지만, 민간인 결사대들은 자원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영웅이며 일본을 구한 ‘구세주’라고 불릴 자격이 있습니다. 이런 국민들이 있다는 점에서도 일본은 탄탄한 실력 있는 선진국입니다.
 
 일본정부는 3월18일, 사고 원자력발전소에 대처하는 군, 경찰, 소방대, 동경전력 등의 노력을 통합 조정하기 위해, 육상자위대 중앙즉응집단(신속대응사령부)의 부사령관을 ‘현지조정소’의 지휘관으로 임명했습니다. 사고 원자력발전소를 收用(수용)하여 아예 자위대에 관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비상사태이긴 해도 軍이 군인이 아닌 인원과 조직을 지휘하게 되는 건 아마도 처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지진으로 경찰에 신고된 사망과 실종자가 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아직 파악되지 않은 희생자가 얼마나 더 있는지는 모릅니다. 부상자도 2600여 명인데, 38만여 명이 수용된 피난소에서는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희생자의 반 이상이 60세 이상이라는 보도도 있고, TV에 비추어지는 피해지의 소방단원들도 거의 나이 든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시골엔 젊은 사람들이 적습니다. 그래도 피해지인 고향에서 살겠다는 사람도 많고, 가설주택 건설도 시작되었습니다.
 
 신문에서 재해 사진에, ‘(대지진 발생 후) 벌써 일주일, 이제 (겨우) 일주일!’이라는 제목을 보았습니다. 대지진 후 TV에서 본 것은 쓰나미, 재해지역, 파손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그리고 ‘밀리시버트’ 등 생소한 용어였지만, 만 일주일이 지나 주말, 특히 연휴에 NHK에도 교양과 오락 프로그램이 보입니다.
 
  동경도지사 선거(4월10일)에 입후보 예정자가 정견발표 자료 등을 가정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동경은 지방선거를 예정대로 치룰 태세입니다만, 지방선거 실시 문제도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선거 때 정당들은 대립하는 상대 정당들을 공격해야 하는 데, 여당의 위기대처 방식을 야당후보가 비판 안 하기고 그렇고, 선거 때문에 재해지역에 대한 지원이 느슨해지는 것도 문제라는 것입니다.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로야구도 전쟁 수준의 대재해로 당분간 즐기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이번 주에 프로야구가 시작되어야 하는데, 퍼시픽리그는 개막을 연기하기로 했으나, 센트럴리그는 일본야구기구(NPB)가 예정대로 3월25일 개막을 결정했다가, ‘프로야구선수회(선수勞組)’의 연기 요구와 정부(문부과학성)의 재해지역에서의 경기, 특히 야간경기 자제 요구에 부딪히고, 전력부족 상황에서 무슨 경기(특히 실내와 야간 게임)냐는 정계 등의 질타로 개막식을 연기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다만, 제83회 선발고교야구대회는 3월23일부터 甲子園(갑자원)에서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우연히 어느 대기업이 재해지역에 자원봉사 갈 사원들을 모집하는 상황을 들었습니다.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제시된 기준은 이러합니다. 우선 최소한 일주일간 무거운 짐을 운반하면서 추위를 견딜 수 있는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고, 일주일간 먹을 식량과 옷도 자신이 휴대해야 하며, 목욕도 할 수 없고, 잠도 텐트에서 자야하며, 봉사 기간 중 제반 비용은 自費(자비)로 할 것입니다. 자원봉사라기보다, 野戰(야전)에서 작전하는 군대보다 엄격한 조건입니다. 군대는 식량 등은 조직적인 군수보급을 받으므로, 차라리 적지에 투입되는 특수부대를 연상시킵니다. 이 회사는 군인보다 강한, 무기만 들지 않은 戰士(전사)들을 재해지역에 보내겠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600명을 모집에 지원자가 많아 뽑히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합니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줄 알았던 일본기업의 사무라이 정신을 봅니다.
 
 이번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해서, 국내외 언론이 도쿄전력(東京電力)과 일본당국이 정보를 ‘은폐’하고, ‘폐쇄적’ 이라고 비난합니다. ‘글로벌 기준’으로 관찰하는 사람에겐 당연히 폐쇄적으로 보이지만, 이런 문제는 문화가 다른 외국인들이 쉽게 재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일본식 위기관리의 취약점에 대해 며칠 전에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나라마다 ‘문화’와 풍토가 다릅니다. 나라마다 독특한 풍토 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만들어 낸 문화와 전통은 그 생태계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고 편할 것입니다.
 
 국경이 없는 세상이 됐다고들 하지만 아직은 국경이 존재합니다. 같은 땅(공간)에 사는 사람 사이에도, 언어와 문화라는 국경이 존재 합니다. 한국 내에서 ‘소통 문제’가 정치적으로 강조될 정도이니, 외국인과의 소통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외국어를 배울 때, 단어를 주로 사전적 의미로 배우지만, 실제로는 사전적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 건 한국어와 마찬가지 입니다.
 
 한국말과 일본말은 문법적으로 거의 같고, 똑같은 한자어는 물론, 어원이 같은 말도 적지 않아 일본말을 배우고, 일본인과 말하는 것은 재미있고 즐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고 쉽게 생각하는 점이, 또는 일본인들의 예의 바르고, 남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오해와 갈등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저의 경우는 일본말 중에 “검토해보겠습니다(検討して見ます)”, “과연(なるほど)” 이라는 단어에 오랫동안 헷갈렸던 씁쓸한 경험이 많습니다(지금도 종종 속습니다). 대개 순진한 사람일수록, 혹은 다급한 사람일수록, 어떤 문제를 설명, 설득할 때 상대가 경청하는 자세를 취하면, 이를 동의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상대가 자신의 설명에 (고개까지 끄덕이면서) 맞장구를 쳐주면 이를 동의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본에선 ‘경청’은 물론, 맞장구까지도 ‘동의’라고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앞에 든 “검토해보겠습니다”와 “과연”은, ‘동의’나 ‘맞장구’인 것처럼 들리지만, 일본에서는 열심히 말하는 상대를 미안하지 않게 하기 위한 대응-나는 당신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다(들었다)는 제스처-인 걸로 일단 생각하는 게 안전합니다. 지금은 작고하신 한국의 어느 대통령께서 일본 총리와 만나 중요 현안을 열심히 설명(설득)했을 때, 일본총리의 답변이 “검토해 보겠습니다” 였습니다. 배석했던 인사들은 모두 총리의 답변을 부정적으로 (정확하게) 이해했는데, 대통령께서만 이를 긍정적 답변으로 착각하시고 후속 조치를 복잡하게 독촉하신 경우도 있습니다. 하긴, 사람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종종하는 존재이니 명확한 ‘동의’도 언제 다시 바뀔지 모르는 세상입니다.
 
 이번 東일본 대지진에 대해 한국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혹은 앞으로 韓日(한일)간 접촉과정에서 문화적 배경에 의한 초보적인 소통의 차이가 혹시 오해와 갈등을 부를지 몰라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주한일본대사관을 방문(3월18일)하여 조문하신 것은 매우 좋았습니다. 그날 저녁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사립대학 이사장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이 소식을 소개하고, 대한민국 대통령께서 주한일본대사관을 방문한 것도 건국 후 처음이라고 있더니, 모두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합니다. 외교부가 정말 대통령을 적절히 잘 보좌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최대한 절전에 협력하는 덕분에, 오늘(3월20일)은 ‘계획정전’에 의한 斷電(단전)이 없습니다. ‘방사능 재앙’을 피해 무작정 한국으로 피신했던 사람들 가운데는, 일본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경우도 들리고 있습니다. 재해와 혼란 때일수록, 객관적(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냉정한 판단이 개인에게도 요구됩니다.
 
 
 (2011. 3.20 동경에서)
  
洪熒(前 駐日공사)의 전체기사  
2011년 03월21일 21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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