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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판문점 선언, 비핵화 기초 없이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는 환상을 심었다”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공약은 너무 애매하고 모호하고 정체성이 없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이 문화일보와 가진 대담(對談) 발언 발췌 모음.

 

△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에 대한 총평


“그림과 연출이 내용과 실질을 압도한 회담이었다. 그림이 좋으니까 내용도 잘된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이 생겼다. 북한은 미국과 핵 협상을 하는 데 있어 상당한 것을 챙겼다. 한국이 챙긴 거는 이산가족 상봉, 그게 하나 잡히는 것이다.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공약은 너무 애매하고 모호하고 정체성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북한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지금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미·북 회담을 봐야 알 수 있다. 우리 측에서 북핵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한 사람이 없다는 걸 많이 느꼈다. 

 

△ 비핵화 관련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비핵화나 그 보상 같은 문제는 사실상 미국의 손에 있다. 문제는 북 비핵화를 가장 중요한 어젠다로 다뤄야 하는 건데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의제의 하위 개념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군사 대결 종식이나 남북관계 개선 등은 비핵화의 진도와 연계될 사항들인데 그런 것 없이 독립적인 지위를 부여받았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건 의미가 없다. 불완전한 비핵화는 핵 군축일 뿐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목표’라는 표현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한다’고 했다. 외교적 수사에서 ‘목표’는 불투명한 상황을 얘기할 때 쓰는 표현이다. 만약 북이 비핵화 의지가 있었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비핵화를 하기로 했다’ 등의 표현을 하는 게 맞는다. 목표로 한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거다.” 

 

△ 북한의 의도, 전략


“물론 남북정상회담이 북핵에 관한 최종 협의가 아니라 미·북 협상으로 가는 징검다리니까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이 사람들(북한)의 의도를 뭘로 판단할 것이냐 하는 건데, 지난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발언한 내용의 연장선에서 보는 게 가장 안전한 분석일 거다. 당시 북은 군축을 얘기한 거다. 이제 핵 무력을 완성했으니 핵실험 중지나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한 대열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요컨대 판문점 선언은 비핵화가 아니라 실제론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하겠다고 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다.” 

 

“북의 의사결정 과정을 잘 봐야 한다. 북은 지난해 12월 12일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핵실험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거고 앞으론 모든 역량을 경제에 집중해야겠다고 선언한 거다. 제재 해제를 끌어내야 하는데 미국과 바로 대화하기가 좀 어색하니까 중간에 남한이라는 다리를 놓은 거고 그게 남북정상회담이다. 이 모든 전략은 핵 무력 완성 선언에서 나왔다.

 

남는 문제는 북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과연 비핵화를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건데, 두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첫째, 북이 실제 핵을 포기하는 것. 하지만 북은 마음만 먹으면 1년이면 다시 만들 수 있다. 둘째, 북이 핵 군축만 한 채 미국에 위협이 되는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배치는 안 하는 것으로 미국과 딜을 하려는 것 아닌가 한다. 우리한테는 굉장히 불길한 것이다.”

 

“대량생산을 막으려면 북의 핵물질을 전량 반출하고 핵물질 생산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김정은은 트럼프의 체면을 세우는 안을 가져갈 건데, 나는 그걸 ‘핵동결+ ICBM 배치 포기’라고 본다. 트럼프는 임기 내 성과를 못 낼 거 같으면 어정쩡한 딜을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 ‘한반도 비핵화’ 표현


“한반도 비핵화 논리는 북한만 비핵화하는 게 아니고 남한에도 핵이 없어야 하고 주한미군에도 없어야 하고 미국 핵우산도 폐기해야 하고 핵을 실은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것도 안 된다는 것까지 포함한 의미다.”

 

△ ‘종전선언’ 


“종전선언은 사실 의미가 없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게 아니고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국제법적으로 종전하려면 평화협정이 발효돼야 한다. 모든 평화협정은 1조에 종전선언으로 시작한다. 문제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거다.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도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약속한 게 한반도 평화체제, 미·북 수교, 경제·에너지 지원 등 3가지였다. 미·북 수교와 평화체제는 북한의 안전 보장을 위한 것이다. 북한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게 바로 이 안전보장이다. 이것은 비핵화 완료 시점에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는 비핵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평화협정 추진을 얘기하고 있다. 이건 잘못됐다.” 

 

“비핵화가 완료되지 않으면 평화협정을 할 수 없다. 비핵화를 안 했는데 그 대가를 주겠다는 건데 말이 되나. 평화협정으로 체제를 보장해주면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나. 북한을 견인할 핵심적인 보상책을 평화라는 이름으로 분리해 내는 건 있을 수 없다. 평화체제가 들어서면 북방한계선(NLL)도 근거가 없어지고 유엔사령부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전시 국제법 하에서 존립할 수 있는 체제가 부정된다.”

 

△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지 선언’ 평가


“그것 역시 비핵화 단서 없이 군사 옵션을 포기하는 건데, 너무 성급했다. 비핵화 없는 평화는 공허한 거다. 북을 견인하는 데는 제재 해제보다 군사 옵션이 더 주효하다. 군사 옵션이 살아 있어야 북 비핵화가 절박해지고 핵을 포기하게 하는 건데 이걸 약화하면 안 된다. 자칫 북이 비핵화를 거부하는 것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판문점 선언에 2007년의 10·4 합의를 이행한다는 것도 나오는데, 이것도 비핵화의 어느 단계에서 할 것이냐와 연결이 돼야 하는 걸 함부로 내준 거다. 이것 역시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훼손하는 것을 앞장서서 한 거다.”

 

“(문재인) 대통령의 착각은 북한이 핵 동결을 한 게 아닌데 그걸 ‘주동적 조치’라고 칭찬하고 합의문에까지 넣은 거다. 북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여전히 가동 중이고 플루토늄 중단 선언도 없다. 핵무기 원료를 생산 중인데 무슨 핵 동결을 했다는 건가. 북핵의 본질에 대해 대통령에게 제대로 말할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건 큰 문제다.”

 

“대화 중에 공치사나 덕담을 해주는 정도면 모르지만 회담 문서에다 주동적 조치를 인정해 주고 하지도 않은 동결까지 했다고 평가하는 건 문제가 심각하다. 또 교수님이 군사 옵션을 반대한다고 했는데 군사 옵션은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높이고 외교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써 가장 중요한 거다. 협상의 기초도 모르는 분들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너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조치


“확성기 방송은 천안함 폭침 이후 5·24조치로 재개된 거다. 그런데 북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는데 중단을 해버렸다. 대북 방송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 소식을 전하는 수단이다. 북한 사회의 긍정적 전환을 위한 수단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다.” 

 

△ 두 정상의 도보다리 회담


“남북 정상 간에 오해의 위험이 있더라도 둘이 만나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하는 게 좋다. 다만 거기서 나온 이야기는 미국 쪽에 다 밝히는 게 의심을 받지 않는 길이다.”

 

△ 정리


“판문점 선언은 비핵화라는 기초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는 환상을 심었다. 마치 핵 무장을 한 북한과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착시와 착각을 일으켰다. 김정은은 임기가 없고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가 4년에 불과하다. 비핵화가 본궤도에 올랐을 때 줄 수 있는 내용을 임기에 쫓겨 성급하게 내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담 전문(全文) 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4300107093013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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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01일 16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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