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한 민간 군사전문 웹사이트에 최근 한 탈북자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소문으로 퍼졌던 평양-남포 간 고속도로 건설에 얽힌 참담한 비화를 소개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snow21’이라는 아이디의 이 탈북자는 90년대 말부터 시작되어 지난 2000년 10월 11일 완공된 평양-남포 간 고속도로 건설 당시 참가했던 여러 명의 북한군 7, 8총국 병사들이 단지 ‘김정일과 사진 한 장 찍으려 한 죄’로 현장에서 사살 당했다는 끔찍한 소문을 전했다.
 
이 탈북자에 따르면 당시 도로 건설에는 토대와 출신성분이 가장 안 좋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복무기간 내내 위험한 건설 현장에만 투입된 탓에 일명 ‘도로대’로 불리며 거칠기로 소문이 났던 북한군 7, 8총국 군인들이 참가했다.
 
발전소, 도로, 갑문 건설 등 각종 위험한 건설작업에 투입될 때마다 이들이 가졌던 유일한 꿈은 바로 노동당 입당과 건설 현장을 찾은 김정일과의 ‘사진 찍기’였는데, 평양-남포 간 고속도로 준공식 때 발생한 끔찍한 사건도 바로 이것이 발단이었다.
 
2000년 10월 11일 고생 끝에 고속도로가 준공되자 병사들 사이에서는 ‘김정일이 참석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으며, 준공식에 정말로 김정일이 참석하자 병사들은 김정일과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고이 간직해 금의환향할 수 있다는 ‘꿈’에 젖었다.
 
하지만 ‘꿈’은 정말로 ‘꿈’에 그치고 말았다. 김정일과의 사진 촬영에는 청년돌격대 및 군부대의 간부들과 노력혁신자들만이 참가할 수 있다는 발표가 떨어진 것이었다.
 
병사들이 허탈감에 젖을 사이도 없이 김정일이 탄 ‘1호 차량’은 이미 왕복 12차선 고속도로를 따라 행사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이를 본 수 많은 7, 8총국 병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치 산사태가 무너지듯 달려 나가 김정일의 앞을 가로막았다.
 
상상치 못한 사태에 경호원들은 발포까지 하며 그들을 물리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으며, 김정일의 1호 차량이 그대로 인파 속에 파묻히려 하는 사이, 어디선가 총성이 울리며 여러 명의 병사들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김정일을 호위하던 부관들이 급기야 병사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발포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진 한 장 때문에 여러 명의 병사들이 살해당한 이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이후 더  ‘가관’인 것은 바로 김정일의 태도였다.
 
김정일은 이 초유의 사건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사망한 병사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대신 평양으로 돌아가자마자 “그 순간에 불순분자들이 책동했으면 어떻게 될 뻔 했느냐? 왜 부관들처럼 과단성 있게 몇 놈 쏴 갈기지 못했느냐? 이게 다 나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과 결사호위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호통을 쳤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또 이도 모자라 자신의 ‘파리 같은 목숨’을 제대로 호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7, 8총국 장성들에게 병사들에 대한 사상교양사업을 잘 못했다는 죄목을 뒤집어씌워 처벌하고 주동자들을 색출하는 한편 경호부대에도 충성심이 부족했다는 죄목을 뒤집어씌워 한 바탕 피바람을 일으켰다.
 
결국 테러분자도 아니고 단지 기념사진 한 장 남기려 했던 순진한 청년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끊겨져갔던 이 사건의 소문은 쉬쉬하는 분위기속에서 그렇게 잊혀져갔다고 ‘snow21’이라는 아이디의 탈북자는 전했다.
 
이 탈북자에 따르면 평양과 남포 사이에는 원래 유사시 공군 활주로로도 쓰이는 왕복 6차선의 콘크리트 포장 고속도로가 있었다.
 
하지만 김정일은 평양시와 남포시를 합쳐 ‘주체조선, 통일조국’의 명실상부한 수도로서의 면모에 걸 맞는 대도시로 만들겠다는 김일성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천리마구역과 강서구역, 용강군을 경유하는 46km 구간의 대규모 평양-남포 간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기어이 일으켰다.
 
약 300만 명이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난의 행군’이 전역을 휩쓸고 있던 90년대 말 당시 북한은 극도의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인해 중장비 동원조차 어려웠으나, 김정일은 각 도, 시, 군별로 청년들을 차출해 급조한 ‘청년돌격대’ 등을 통해 인해전술을 펼치면서까지 고속도로 건설에 집착했다.
 
오직 삽과 맞들이, 함마와 쌀마대(쌀포대) 등의 장비만으로 중노동에 동원된 이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 현장에 식량 공급마저 부족해지자 주변 마을들에 밥 동냥을 다니거나 도둑질 등을 통해 연명해야만 했으며, 공사기간 도중 수백 명의 청년들이 고역과 질병, 굶주림과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모두 한결같은 반응을 나타냈다.
 
‘장군한니발’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저런 현실이 축적된다면 김정일이 그렇게 신뢰하는 인민의 군대가 도리어 김정일의 목을 겨눌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흉노’라는 네티즌은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는 공산정권이 무너질 당시 그가 이전에 고아들을 모아서 만든 친위대에 의해 사살 당했다”며 김정일의 최후가 곱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또 ‘무릉’이라는 네티즌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백성과 국민을 도탄 속에서 신음하게 했던 국가 권력자들의 말로는 늘 비참했다”고 단언했으며, ‘바라미’라는 네티즌은 “그렇게 하고도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라며 김정일의 만행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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