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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핵실험 이후 비핵화를 향한 국제사회의 대응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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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rei Lankov
국민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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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생, 1980년 레닌그라드 국립대 입학 (전공은 중국, 한국 역사)
1989년 박사학위취득
1996~2004년 호주국립대 조,부교수
2004년부터 국민대 부교수
영어 책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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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2차 핵실험 이후 동북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UN을 비롯한 국제 사회도, 남한도,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는 전략적인 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남한 정부는 비핵화를 지향하는 ‘비핵, 개방, 3000구상’을 그대로 대북 전략의 기반이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유감스럽지만 필자는 북핵 문제를 낙관하지 못한다. 북한 문제를 냉정하게 분석하면 비핵화의 가능성이 너무 낮다는 것이 명확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유가 너무도 중요하고 북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이 너무나 약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 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북한 지도부의 입장에서 핵을 포기할 경우에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장기적인 이익을 잘 이해하는 북한 지도부는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북한 지도부가 핵개발에 대한 결정을 내린것은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붕괴에 따른 반응도 아니고 갑작스러운 비상 조치도 아니었다.
북한이 핵개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것은 50여년이나 된다. 1954년 소련이 군사훈련에 실탄 핵무기를 이용하는 실험을 했을 때 외국 관찰자 몇 명을 초청했다. 그들 가운데 조선인민군 대표단이 있었다. 1960년대 초부터 북한은 체제적으로 핵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북한은 핵무기 개발의 목적을 지속적으로 추진 해 오고 있다.
북한 엘리트들의 기본 목적은 체제 유지이다. 만약 북한이 분단 국가가 아니었더라면 공산당 독재가 붕괴 된 이후에도 북한 엘리트들은 특권과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공산권 국가의 경험을 보면 이들 국가의 지배 계층은 지금도 압도적으로 공산당 시대 간부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분단 국가인 북한에서 국내 위기가 흡수통일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북한 간부 출신들은 특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인권침해 등에 책임을 피할 수 없어서 감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북한에서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체제 유지이다.
북핵 역시 같은 입장에서 분석해야 한다. 거의 모든 북한 정책처럼 핵무기 개발은 무엇보다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하는 주요 목적을 3가지를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늘 변화하는 국제, 국내 사정에 따라서 이들 목적의 순서가 바뀌고 있지만 목적 자체는 1960년대부터 바꾸지 않았다. 첫 목적은 군사적인 억제수단이다. 북한은 미국의 공습을 무서워하고 있고 특히 이라크전쟁 이후에 이러한 공포가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이 핵 보유국을 공습하지는 못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 입장에서 보면 핵은 외부세력으로부터 체제를 지키는 수단이다.
핵 개발의 두번째 목적은 외교적 압력 도구이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경제력이 너무 약하고 작은 나라에 불과하다. 인구, 면적, 소득 등을 보면 북한과 가장 유사한 나라는 아프리카에 위치한 모잠비크이다. 그러나 북한과 달리 모잠비크는 국제 사회의 관심을 이끌지 못한다. 북한의 사회적 특성을 보면 북한 지도부는 중국을 모방하여 개혁과 개방을 통해 경제를 살릴 희망이 없다. 북한은 중국처럼 시장 개혁을 시도하면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역설적으로 북한의 개혁과 개방의 길을 가로막는 것은 같은 민족이 살지만 풍요롭고 자유로운 남한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국민들은 미국이나 일본이 잘 산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사실 때문에 중국 정권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식이 별로 없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이 역사 배경도 다르고 민족도 다른 국가들이므로 그들 선진국의 성공은 중국 정권의 정당성에 대해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개혁을 시도할 경우 남한 생활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될 북한 민중은 남한의 경제적인 성공을 북한 체제와 정권의 무능을 확인하는 것으로 볼 것 이다. 바꾸어 말하면 분단 국가인 북한에서 개혁과 개방의 시도는 중국처럼 고도경제성장을 초래하는 것보다 동독처럼 체제 붕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중앙 계획 경제가 사실상 무너졌지만 정치적 이유로 개혁을 시작할 수 없는 북한은 외부에서 지원을 받아야 체제 유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지원은 체제 강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몇 개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북한 지도부는 국제 사회가 모잠비크와 같은 후진국에게 원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원조를 받으면 체제유지 수단으로 이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알고 있다.
체제 유지에서 도움이 되는 원조는 규모가 크지만 분배에 대한 후원 국가의 감시가 없어야 된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는 분배가 불투명한 조건으로 이루어진다는 가정 하에 원조를 받는 방법이 후원 국가에 대한 협박밖에 없다.
핵무기만큼 이 협박을 하는 도구는 없을 것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많은 외부 원조를 못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 통치계층은 핵 개발을 국내 안정 유지의 필요 조건인 외부 원조를 받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로 여긴다. 핵무기는 체제에 대해서 외부 위협을 가로 막는 수단뿐만 아니라 국내 외협을 감소하는 수단이다.
북핵의 세번째 역할은 국내 선전용이다. 기근과 경제붕괴를 경험한 김정일 시대는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업적이 그리 많지 않다. 김정일 정권이 백성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성공은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선전의 영향이 크지 않지만 핵과 미사일 개발 때문에 나라와 정권에 대해 자랑을 느끼는 북한 주민들이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핵 개발은 체제 유지를 보증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핵을 포기하는 가설적인 경우에 북한지도부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전략안을 분석하면 인센티브는 주로 2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관대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안전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부분 경우 둘 다 이용하자는 이야기이다. 유감스럽지만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안전보장도 경제 보상도 문제점이 많다는 대안이다.
안전보장은 의미가 무엇인가?
대부분 학자들이나 외교관들은 안전 보장을 외부 세력이 북한을 절대적으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불가침 약속을 의미한다고 본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은 불가침 약속을 하면 좋을 것이다. 북한의 미래를 결정하고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세력은 북한 사람들뿐이므로 외부세력에 의한 무장 간섭의 가능성을 감소시켜야 한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에는 불가침을 의미하는 안전보장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북한 지도부가 직면하는 위협과 도전의 구조를 보면 국내적인 위협은 외부 외협보다 훨씬 크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 통치자들이 잘 아는 바와 같이 체제 유지를 위협하는 세력은 미군이 아니라 북한 민중이다. 그들은 이라크 침공 시나리오에 대한 공포가 없지 않지만 루마니아 폭동 시나리오에 대한 공포가 더 심하다.
그러나 북한 체제 유지를 보장하고 국내 저항을 가로막고 폭동이나 혁명을 진압하겠다는 보장을 할 수 있는 외부 세력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북한 엘리트는 불가침 선언을 환영하겠지만 체제 유지 및 자신의 특권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약속으로 평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에 관대한 투자와 같은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비핵화를 달성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행정부가 대북 전략의 기본으로 추진하는 ‘비핵 개방 3000 구상’은 이러한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러나 체제 유지를 절대 목적으로 보는 북한 엘리트는 대규모 투자를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대규모 투자는 불가피하게 남한 인이나 외국인과의 접촉과 교류의 확산을 초래할 것이다. 외국에서 나온 기술자, 경영자, 전문가들이 많으면 그들을 감시하고 북한 백성들과의 접촉을 가로막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류로 북한 민중은 외부 생활, 특히 남한 생활에 대해 많이 배우고 북한 체제의 낙후성을 잘 깨달을 것이다. 정권이 보기에는 이것은 국내 안정을 파괴할 수 있는 위험적인 요소이다.
또, 외국 투자에 의해서 경영된 공장은 불가피하게 ‘자본주의 섬’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 효율성 원칙에 맞게 돌고 있는 공장으로 다니는 북한 주민들은 조직 생활이나 사상교육보다 기술 공부와 생산 률 향상하는데 대해 신경을 쓸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사상통제의 약화를 야기하고 국가의 통제력을 보이지 않게 파괴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지도부는 대규모 투자가 매력이 없지 않았겠지만 잠재적 위험도가 심각한 투자보다 당국자들이 통제할 수 있는 원조를 더 바람직한 대안처럼 생각할 근거가 있다. 만약 인센티브가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대북 압력이나 제재를 이용하여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도 있다.
강경파는 PSI이나 유엔 안보리 제재와 같은 압력 조치를 환영한다. 유감스럽지만 이 조치는 북한의 비핵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유엔 안보리 제재를 실시하는 조건은 국제 사회의 단결이다. 그러나 역사의 경험이 여러 번 보여주듯이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 교역을 불 포함한 북한의 무역량을 70% 정도 차지하는 중국이 제재에 참여하지 않으면 제재가 아무런 성공을 이룩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은 북핵을 원하지 않고 북한의 행동을 위험한 도발로 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중국이 제재를 엄격하게 실시한다면 북한 체제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 중국의 입장에서 핵 보유국이 될 북한이 나쁘지만 혼란에 빠질 북한은 훨씬 나쁘다. 북한 정권이 나라를 효과적으로 다스리지 못하게 된다면 중국이 직면할 문제는 대규모 피난, 핵 재료를 비롯한 대중살상 무기의 확산, 동북아 불안정화 등이다. 또, 이러한 국내 위기가 마침내 남한의 지배 하에 흡수 통일 그리고 미국 영향의 확대를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서 중국은 북핵을 비판적으로 평가하지만 현상 유지를 조금 악한 것으로 생각해서 북한 국가의 기반을 파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태도는 중국과 주로 비슷한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나 중국은 핵실험 직후에 엄격한 제재를 지지했지만 얼마 후에 이 제재를 조용하게 완화하기 시작할 전망이다.
역설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反제재 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대북 제재는 엄격하게 실시될 경우에도 백해무익한 것이다.
북한 사회의 구조 때문에 제재는 정치적인 효과가 없을 것이다.
국제 제재 메커니즘은 직접적인 것보다 간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보통 어느 나라가 국제 제재의 대상이 될 때에 이 나라의 지배계층은 직접적인 문제점이 없고 그대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백성들은 제재 때문에 살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민중은 국제제재를 초래한 정치 노선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이 노선을 바꾸도록 하는 압력을 정부에 가하기 시작한다. 민주국가이면 불만이 많아진 국민들은 투표로 자신의 실망을 표시하고 야당을 지지하고 권위주의 국가이면 국민들은 폭동으로 정부를 전복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이러한 민중의 불만과 분노에 대한 공포 때문에 제재를 초래한 정치 노선을 바꾸거나 또는 반정부 세력에 의해서 정권 교체가 된다.
그러나 북한에선 이러한 메커니즘이 없다. 북한 국민들은 정부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거 때에 야당을 지지할 수 없다. 그들이 폭동이나 시위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반정부 운동을 벌이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인 개인 네트워크도 없고 아무런 비공식 조직이나 단체가 없는 북한 사회에서는 저항이 아직 발생하지 못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 때 지옥과 같은 생활을 한 북한 백성들이 정권을 저항하는 것보다 조용하게 굶어 죽었다는 사실은 북한 사회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지금도 제재의 ‘성공’은 북한에서 비핵화나 혁명이 아니라 수많은 농민들의 아사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 백성들은 독재 정권과 극소수 엘리트의 인질인데 북한 특권계층은 이 인질들을 쉽게 회생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압력은 국제사회의 내부적인 갈등 때문에 어렵고 국제 단결을 이룩할 경우에도 북한 지도부의 정치 노선에 심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보유하면 외부 위협을 가로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핵을 중심으로 하는 핵 협박 외교를 통해 원조를 받고 국내에서 체제에 대한 위협을 감소시킬 수 있다.
반대로 핵을 포기한다면 얻을 것은 가치가 별로 없는 불가침 약속 그리고 국내 안정을 혼돈시킬 수 있는 투자뿐이다.
이러한 선택에 직면하는 김정일 독재 정권은 당연히 핵 포기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러한 입장의 기초는 객관적인 분석이다. 김정일 정권이 북한을 통치하는 동안에 북한은 핵을 포기할 희망이 없다. 비핵화의 필수 조건은 북한 국내에서의 정치 체제의 변화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조만간 불가피하겠지만 언제, 어떻게 생길지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외교적인 수단으로 관리하거나 추진하기는 불가능하다.
북핵을 고려하면 달성하지 못할 비핵화의 목적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현 단계에서 비핵화는 착각이지만 북핵 문제 관리는 어느 정도로 가능하다. 예를 들면 북한에 영변 핵 시설을 비롯한 동결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확산에 대한 통제도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는 체제 교체 이후에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현실주의적인 평가라고 볼 수 있다. |
출처: 한국발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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