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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凡人)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너무 큰 고난이 빚어낸 거인인 탓일까. 우남(雩南) 이승만은 그런 인물이다. 이 글은 사서(史書)가 아니다. 그러나 최소의 변호를 남긴다. 그것이 그의 덕을 입고 살아가는 한국인의 도리일 것이다.
숱한 폄훼가 있지만 그는 자유의 나라를 세우고 지켰다. 해방 당시 1인당 GNP 67달러, 문맹률 80% 극한의 여건에서 민족의 역사상 최초의 민주공화국, 주권이 국민에 있던 나라를 세웠다. 이승만의 가장 큰 공은 늑대 같은 열강들 틈에서 나라의 안전을 지켜낸 것이다. 그것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안 해 주겠다.”는 미국의 약점을 잡고 물고 늘어져 간신히 얻어낸 것이다. 조약 체결 이후 한반도 안에서 전쟁이 사라져 버렸다. 혹자는 5천 년 민족사에 950여 번의 전쟁이 있었다고 말한다. 5년에 한 번꼴이다. 좀 더 정확히 기록된 구한말 통계에 따르면, 19세기 말~20세기 초 14년에 한 번씩 전쟁이 있었다. 2022년 피비린내 나는 우크라이나가 그 무렵 한반도였다. 그런 한반도에 70년 넘게 평화가 이어졌다. 민족생성 이래 가장 큰 경제발전의 토대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이었다. 이승만이 터 낸 길을 박정희라는 또 다른 거인이 달려간 셈이다.
군사력도 비약적으로 발돋음했다. 건국 초 5만 명 수준의 병력은 이승만 집권 말기 70만 명으로 14배가 늘었다. 때로는 미국을 공갈치고 때로는 어르면서 군사원조를 끌어냈고 강병(强兵)을 이뤘다. 조선조가 망할 때 상비군이 겨우 8,500명이었다. 민비(閔妃)의 시해도 못 막아낸 한민족이 군사강국 대열에 올랐다.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이승만은 무엇보다 탁월한 교육자였다. 의무교육제도를 도입했고 문맹(文盲)퇴치운동을 추진했다. 광복 당시 80% 문맹률은 하야 당시 20%대로 떨어졌다. 대학생 숫자는 광복 당시 7,800명에서 1960년 9만8,000명. 여대생은 1,086명에서 1만7,000으로 늘어났다. 대학생 비율은 같은 시기 영국을 앞질렀다.
교육수준이 올라가며 언론의 자유도 꽃폈다. 1954년 있던 언론기관만 411종에 달했다. 무지한 자들은 이승만을 독재자(獨裁者)라고 비아냥거린다.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 우행과 실수,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불법도 있었다. 그러나 언론과 대학생, 지식인 집단은 이승만을 에워싼 채 마음껏 돌 던지던 때가 그 시절이다. 무엇보다 이 토양을 만들어 낸 것은 ‘배워야 한다.’는 이승만의 신념이었다. 다시는 ‘종의 멍에’, 일본과 중국, 열강에 부림 받지 않기 위한 것이다.
4.19로 봉기한 대학생, 5.16 정변을 일으킨 장교들. 모두 이승만 교육의 혜택을 받은 청년들. 제자들이나 진배없다. 제3세계 신생 독립국 국부(國父)란 자들이 하나같이 민중을 무지와 몽매로 방치한 채 자신을 우상화한 것과 천양지차(天壤之差)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도 없다” 중국의 철학자 맹자의 말이다. 이승만도 이것을 알았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먹고 살 터전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토지개혁이다. 식민지 체제의 기득권, 지주의 부당한 특혜를 줄이고 자작농 집단을 늘렸다.
유상매입, 유상분배. 무조건 빼앗고 무조건 나누고 나중엔 모든 백성을 김일성 노예로 만든 공산혁명이 아니다. 싼 가격에 사 싼 가격에 파는 개혁다운 개혁이었다. 이승만은 이를 위해 좌익 성향 조봉암을 장관에 임명해 한민당 반대를 넘어섰다. 6.25사변 이전 단행된 이 개혁은 남한의 농민이 북한 인민군 편에 서지 않는 결정적 동기를 만든다. 남의 땅 농사 지어 먹고 사는 소작지는 광복 당시 전체 농지 중 63%에서 12%로 줄어들었다. 주권이 주인에게 있는 진정한 국민국가의 탄생이었다.
이승만이 고난의 용광로 안에서 주조(鑄造)한 국민국가 대한민국은 기독교 국가였다. 1885년 아펜젤러가 한국에 들어와 개신교 선교를 시작한 뒤에도 양반 계층 중 개종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중인이나 상민, 천민들이었다. 양반 출신 ‘최초’의 기독교인 이승만은 젊은 시절부터 한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 1919년 3.1운동 후에는 “아시아 최초의 기독교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41년 망명을 끝내고 대통령이 된 이승만은 젊은 날의 비전을 이뤄갔다. 12년간 기독교를 음양으로 지원했고 이러한 후원을 배경으로 한국교회는 1950년대 급성장했다.
우선 군목(군대 목사), 경목(경찰 목사), 형목(형무소 목사) 제도로 집단적 전도의 길을 텄다. 1947년 국영방송인 서울 중앙방송을 통해 선교할 수 있도록 허용했을 뿐 아니라 1954년에는 첫 기독교 민간방송인 CBS가 등장했다. 1956년에는 극동방송이 설립됐다. 국기우상화 반대운동을 통해 국기배례를 ‘주목례’로 변경했다. 성탄절을 국경일을 지정해서 매년 성탄 메시지를 전국민에 선포했다. 1948년 5월10일 제헌의회 선거일은 주일을 피해 일정 자체를 연기했다. 기독교청년회(YMCA) 등 기독교단체에 막대한 후원을 했었다.
종교 편향 아니냐고? 그렇다. 편향된 것은 사실이다. 불교의 석가탄일이 공휴일이 된 것은 기독교 성탄절 공휴일 지정 26년 후의 일이었다. 불교의 교도소 선교는 기독교보다 16년 뒤였다. 군대 선교 역시 18년 뒤에 이뤄졌다. 하지만 가소로운 일이다. 이승만이 편향된 것은 종교가 아닌 진리였을 뿐이다. 그는 진리에 편향된 정책을 펴 갔다.
이승만의 인선(人選)에서도 기독교인이 주류를 이뤘다. 20세기 이후 근대 문명이 교회를 통해 흘러온 탓도 있었다. 실제로 1946년 입법의원 23%(90명 중 21명)가 개신교인이었고 그중 7명은 목사였다. 1948년 제헌의원의 경우에는 개신교인 25%(198명 중 50명) 그중 13명이 목사였다. 이승만은 이런 흐름을 강화했다. 초대 내각 21개 부서장 중 9명, 절반 가까운 42.8%가 개신교인이었다. 그 중 두 명은 목사였다. 광복 당시 복음화율이 2~3%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명실공이 기독교인 내각이었다. 현저한 차이다. 이들 수치의 비교는 기독교 국가를 향한 이승만의 신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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