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3일 별세한 전두환 前 대통령을 기독교인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사실 이념적 차원에서는 갑론을박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한국 사회 우세한 담론이 돼버린 소위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그를 학살자(虐殺者)로 보는 반면, 보수·우파 진영은 대부분 침묵하고 일부 논객들만 그의 경제적 실적에 대해 부분적 긍정을 하는 정도로 응수를 합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시각의 요지는 공과(功過)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그의 허물에도 불구하고 78년 2차 오일쇼크 여파에서 경제발전을 가능케 한 공로와 중산층 성장의 공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수치상으로 1980년대는 역사상 국부(國富)를 가장 많이 키웠고, 한일(韓日) 격차를 줄여 이른바 극일을 이뤘던 시기입니다.

가령 박정희 대통령 말기인 1979년 1인당 GNP가 1,546 달러였지만, 전두환 대통령 말기인 1988년 1인당 GNP가 3,728 달러였습니다. 또 전두환 집권기인 1980년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0.1%로서 200여개 국가 중 1위였습니다.

그러나 12·12사태로 군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린 점, 5·18 문제와 그로 인한 상처가 한국 사회 특히 전남에 여전히 짙게 깔려 있는 점, 비자금 문제 또 5·18 이후 주사파가 등장하고 좌익세력이 발호할 빌미를 제공한 점 등은 전 전(前) 대통령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닙니다. 특히 그에 대한 가혹한 비난은 패장(敗將), 전쟁에서 패한 장수의 슬픈 운명 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남북한 분단의 본질은 이념(理念)전쟁 실은 영적(靈的)대결입니다. 전 전 대통령은 이 전쟁에서 졌기에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 처지가 돼 버렸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5·18 당시 시민 학살 관련, “발포 명령이라는 건 없었고 보안사령관이 발포 명령을 내렸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는 생전의 항변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 사회에서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원치 않는데도 불구하고...이른바 보수·우파, 자유애국 진영은 물론 보수정당·보수언론 역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덧입혀진 ‘학살자’의 주홍글씨를 함께 지고 가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북한인권 주장만 해도 소위 진보·좌파 성향 기독교인들은 ‘독재자 이승만·박정희, 학살자 전두환’ 등의 프레임을 덧씌워 버리죠? 한 걸음 더 나가 북한체제 붕괴라도 말할라치면 ‘독재자·학살자 후예’ 운운합니다.

왜 교회에서 당연히 외쳐야 될 ‘북한동족 노예해방’이라는 기도가 나오지 않을까요? 따라가면, 정말 많은 경우 전두환, 5·18, 광주 같은 키워드가 잡힙니다. 이것은 5·18의 역사적 상처 속에 자라난 호남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개인적으로 억울하겠지만요. 이른바 보수·우파, 자유애국 진영과 복음적 기독교인은 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 소식을 들으며 기도 중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한반도 이념전쟁, 영적대결의 본질을 깨닫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입니다. 80년대를 적용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질없는 역사의 가정법 같이 들리실 수 있습니다만, 한반도 이념전쟁, 영적대결의 본질을 좀 더 통찰한 지도자라면, 이승만의 건국과 박정희의 부국을 이어받아 통일을 완성시켜야 했습니다.

당시는 냉전의 끝 무렵이었고요. 이때는 미국과 함께 북한을 더 압박해 김일성 왕조를 정리하거나 또는 정리되는 길을 예비해야 할 때였습니다. 사실 경제는 국가의 개입과 간섭이 줄수록 자생적 발전을 하는 법입니다. 이미 박정희 시절 구비된 인프라는 80년대 스스로 도생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경제발전과 복지국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물론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반공의식이 투철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반공의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도자는 갈 길을 인도하는 자입니다. 83년 아웅산 사태로 돌아가 봅니다. 당시 북한의 테러로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등 17명이 사망했습니다. 북한 체제 궤멸을 국가의 첫 번째 목표로 삼아야 할 전환의 계기였습니다. 그러나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과 동족 해방과 구원을 외쳐야 했는데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도 그 때는 살만해서 인권이 이슈가 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남한에서 학생들이 데모하며 경찰에서 얻어맞던 때인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 외쳐야 했습니다. 진짜 학살자는 김일성이다. 6·25사변으로 300만 동족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정치범수용소에서 100만 명을 살해하고 기독교인을 증기롤러로 깔아 뭉게는 김일성이 진짜 학살자다.

주민들은 이동의 자유도 없는 머슴도 아니요. 노예도 아니요. 짐승 이하 벌레 같은 존재이다. 자유를 북진시키자. 동족들을 해방하고 구원하자. 사실 당시 혁신적일 것도 없는 것이요. 이미 이승만이 늘상 외쳤던 말입니다. 박정희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전두환도 소리를 높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집권 당시 정통성 부족을 경제적 풍요로 보상해 주려고 했습니다. 거기서 머물렀습니다. 역사가 가야할 길, 하나님이 원하는 길을 알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임기에 통일(統一)의 대업(大業)을 이루지 못할 것이면 그런 후계자를 길러야 했습니다. 8년의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새벽이슬 같은 통일의 세대, 적어도 그런 세대가 아니면 후계자를 길러야 했습니다. 그러나 후임 노태우 대통령은 북방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소련, 중공 등 공산권과 타협하기 시작합니다. 비핵화선언으로 남한의 전술핵을 빼 버리고 북한 핵개발의 기회를 열고 맙니다.

특히 민주화 세력의 외피를 걸친 좌파 인사들을 등용하기 시작합니다. 좌파 인사 등용이 문제는 아닙니다. 이승만도 공산주의자를 각료에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도자가 가야할 길을 명확히 알고 있기에 공산주의자마저 활용하고 통합의 마중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갈 길을 모르는 지도자. ‘먹고 사는 것이 전부 다’라고 생각하는 지도자는 혁명의 확고한 목표를 가진 좌익세력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맙니다. 결국 나라는 가야할 길을 잃었고 이후 그저 잘 살고 넋 나간 대한민국의 서막이 열리고 맙니다.

언론인터뷰를 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57)씨는 목회자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생각하지 못한 만큼 너무 기뻐했다”고 말합니다. 특히 “아버지는 ‘네가 목사님이 되면 네가 섬긴 교회를 출석하겠다.’고도 했다”며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목사님이) 꼭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런 바람은 실재가 되지 못했습니다. 역사의 가정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생각하면 끝이 없는 법입니다. 6·25사변과 90년대 중후반 대량아사, 정치범수용소 학살 등 우리 민족 700만 명 이상을 도륙한 김일성·김정일의 죽음은 추모하면서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면 극우로 덧씌워지는 한국의 현실은 이런 아쉬움을 더욱 키웁니다.

그러나 믿는 자가 구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자, 또 아는 척 해도 그 마음 깊은 곳에 들어가지 못한 지도자는 스스로 미혹된 것처럼 국민 전체를 미혹 속으로 내몰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종말로 향하는 이 시대, 이 나라에 하나님의 거룩한 선교의 길을 열어낼 지도자, 북한의 구원과 해방을 완수할 대통령이 세워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역대하 31장 20-21절 말씀 읽고 기도하고 마무리합니다. <히스기야가 온 유다에 이같이 행하되 그의 하나님 여호와 보시기에 선과 정의와 진실함으로 행하였으니. 그가 행하는 모든 일 곧 하나님의 전에 수종드는 일에나 율법에나 계명에나 그의 하나님을 찾고 한 마음으로 행하여 형통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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