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반전·반핵 평화의 도시 히로시마에서 보는 일본은 마치 딴 나라 같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발표한 이후 텔레비전 뉴스는 거의 매일 만반의 대응태세에 들어간 민·관·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PAC-3을 실은 자위대 차량이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모습 등 마치 반(半) 전시 상태 같은 분위기다.

아소 총리는 지난달 30일 미사일 발사를 막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는 27일 영공 침범시 요격하겠다는 발표보다 좀 조심스러운 자세다. 이 조심스러움에는 대응의 한계라는 고민이 숨어 있다.

평화헌법의 9조는 비상사태 발생시 자국의 방어권만을 허용하기에 일본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날아오는 총알을 총알로 막아내는’ 미사일 요격 테스트 결과는 아직까지 완벽하지 않다.

북한은 일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2~3기 정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동식 탄도미사일인 대포동-X의 성능은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로서는 미사일 발사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우선 미사일이 일본영해를 통과해 태평양에 떨어지는 경우 일본은 대륙 간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

만약 미사일의 일부가 영공에 떨어질 경우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요격에 실패해 자국민의 인명이나 재산피해가 생길 경우 지지율 10퍼센트 대에서 고전 중인 집권 자민당의 실정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방위능력과 군사기술을 절대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푸텐마 공군기지, 이와쿠니 공군기지, 요코스카 해군기지에는 핵 능력을 갖춘 미군 정예부대가 주둔하며 공동방위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쿠리쿠 지방에 집중되어 있는 53개소의 경수로원자력발전소들은 언제든지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달 히로시마현 소재 정밀기계회사인 호크스사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장비를 한국과 중국에 불법 수출해 조사를 받을 정도로 일본의 군사전환가능 민간기술의 수준은 세계적이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일본 엔카의 여신인 미소라 히바리는 원폭당한 히로시마를 생각하며 ‘만약 내게 연필 한 자루가 있다면 전쟁은 싫다고, 만약 내게 연필 한 자루가 있다면 생명은 소중하다고 쓸 것’이라고 노래했다.

배불리 먹지 못하는 자국민의 인명조차도 경시하는 북한의 지도자들에게 지역안보 따위는 안중에도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정부는 중국, 일본, 미국과 더욱더 긴밀히 연계하여 공생공존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출처: 조선일보 김미경 일본 히로시마 시립대 히로시마 평화연구소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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