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직전부터 서해 동창리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기 시작, 회담 결렬 이후에도 해당 시설을 급속하게 복구중인 정황이 6일 미국 연구기관의 위성사진 분석에서 확인됐다. 미 언론들은 "북한으로서는 미사일 발사장 복구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회담 결렬에 따른 북측의 의도적인 활동 재개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재발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5일(현지시간) 북한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를 통해 지난 2일 상업위성 ‘디지털글로브’가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일대를 촬영한 사진을 분석 결과와 함께 발표했다. 이 분석은 북한 전문가인 조셉 버뮤데즈(Bermudez) 박사와 빅터 차 CSIS 한국석좌가 담당했다.

CSIS는 분석에서 "정상회담 결렬 이틀 뒤 촬영된 이들 위성 사진은 북측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장을 급속하게 복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복구) 움직임은 수직 엔진 시험대와 발사대의 궤도식 로켓 이동 구조물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또 주로 닫혀 있던 (미사일에 전원 등을 공급하는) 연결타워의 덮개도 열려 발사대가 (노출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CSIS는 "이곳은 과거 ICBM 기술을 이용해 위성을 발사하던 장소로 이용됐다"며 "지난해 8월 이후로는 활동이 중단돼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활동 재개는 고의적이고 목적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CSIS는 "북측이 정상회담에서 2016~2017년 시작된 유엔 제재 5개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미국으로부터 거부당한 이후, 모종의 결심을 보여주려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CSIS가 공개한 위성 사진에 나타난 북측의 복구 시설은 미사일 발사 과정의 핵심 시설들로 평가된다. 이는 앞서 국정원이 "정상회담 직전인 2월부터 ‘지붕’과 ‘문짝’을 달았다"고 했던 수준과는 큰 격차가 있다. 전날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북한이 정상회담의 성공과 실패의 경우를 각각 앞두고 협상용으로 일부 시설을 복구하기 시작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보고했었다.

그러나 이날 다른 외신 보도에서도 북측이 회담 결렬 이후 계속해서 동창리 시설을 복구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일일 단위 위성서비스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동창리 일대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2일까지 지속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2월 21일 미사일 조립 건물 앞에 쌓여있던 건물 자재가 22일 이후 사라졌다. 또 23일 조립 건물 서쪽에 보였던 대형 하얀색 물체가 26일 촬영된 위성 사진에선 사라지는가 하면, 28일 포착됐던 시험장 남쪽 일대의 하얀색 물체는 3월 1일에는 계속 보였다가 2일에는 사라졌다.

앞서 북한은 작년 6.12 1차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작년 7월부터 8월까지 비핵화 이행 차원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일부 시설을 해체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