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평화통일’을 원한다. 평화통일은 북한 정권과의 합의(合議)통일·협상(協商)통일과 동일시되고 연방제 통일, 그리고 이것이 수용된 2000년 6·15선언과 2007년 10·4선언 실천과도 동일시된다. 이른바 진보·좌파는 물론 보수정권·보수정당·보수매체도 이런 흐름을 따랐다. 평화통일을 위해 대화(對話)를 통한 북한의 비핵(非核)·개방(開放)을 정책의 목표로 삼았다. 간혹 북한의 도발이 세지면 채찍을 드는 척 했지만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삼대 세습 정권이 망해야 한다’는 주장은 극우적(極右的) 망상 내지 전쟁론자로 단죄됐다. 그렇게 70년 분단을 거치며 이제 연방제 사변(事變)이 벌어질 것 같은 체제 변혁의 위기 앞에 서 있다. 국제적인 테러집단 김정은 정권과 한 몸이 될 프랑켄슈타인 대한민국.
평화통일의 전제는 북한의 변화(變化)다. 이것이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제4조)’을 명령한 이유다. 그냥 평화통일이 아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북한의 자유화·민주화 없이는 평화통일은 있을 수 없다는 헌법적 정의다. ‘결혼’ 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배우자와의 결혼’이다. 야쿠자나 마피아, 마약 중독자와 결혼하면 신세를 망친다. 한국은 결혼 자체가 신령한 우상이 되었다. 金씨 왕조가 지배해 온 핵무장 체제와 무작정 결혼을 하자고 말한다. ‘평화통일’을 말하지만 북한의 변화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 핵 개발을 비판하면 미국의 대북 압박이 더 큰 문제라 말하고, 통일되면 우리 것이라며 옹호한다. 개혁·개방을 위해 삐라를 날리면, 평화를 깨는 것이라 말하며 돌을 던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간단체가 날려 보내는 대북(對北) 전단지를 사전 차단하고, 그에 따른 법적 제재 방안까지 지시했다(8월5일 조선닷컴 보도). 보도에 따르면, 한 달 전인 7월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처음 발사한 뒤 열린 청와대 참모진 회의에서 이 같은 지시가 나왔다는 요지이다. 북한의 변화, 평화통일의 전제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인식을 빠뜨린 말이다.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했던 ‘낮은 단계 연방제’과도 맥락이 닿는다. 북한의 수령독재(首領獨裁), 신정체제·우상체제·주체정권과 합의통일·협상통일을 하자는 요지다. 휴전선 이북의 2,400만 주민은 영영 노예로 살 것이고 이남의 5,000만국민은 노예주의 공범이 되고 만다.
평화통일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자유화와 민주화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이 자유화·민주화되는 날, 평화통일의 모래성은 무너져 버린다. 수령독재와 결탁한 남한은 자유화되고, 민주화된 북한주민의 외면과 버림을 받게 될 것이다. ‘당신들은 우리가 죄 없이 갇히고 죽임을 당하며 감시와 공포에 짓눌려 살아갈 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 남한의 평화, 나만의 평화를 외치며 사악한 지배자 집단과 야합(野合)해 우리의 아들·딸 가련한 자들의 죽음을 보고만 있지 않았나? 굶주린 백성은 구경도 식량을 주면서 당과 군대의 마피아 조직을 살찌우고 인도적(人道的) 지원인 양 위선하지 않았었나? 목숨 걸고 신앙을 지키는 이들이 팔 다리가 꺾인 채 처형당하는 지상의 스올을 보고도, 저 거대한 남한의 교회는 기도조차 피하지 않았는가?’ 그렇다. 우리의 통일은 평화통일 이전에 평화적인 자유민주통일이다.
북한의 자유화와 민주화란 수령독재(首領獨裁), 신정체제·우상체제·주체정권의 붕괴를 뜻한다. 설령 김정은이 회개해도 인간을 신으로 만들어 놓은 시스템은 무너져야 한다. 일제 치하 고난 받는 조선백성 대신 총독부와 회담(會談)하고 교류(交流)하고 합의(合意)하는 것은 사악한 것이다. 민주적 선거(民主的 選擧)도 없고, 인민(人民)이 스스로 구성한 의회도 없는 곳이 북한이다. 김일성 일가의 가신들, 가증한 착취의 집단이 의회란 너울을 걸치고 있다. 인민의 자유의사에 기초한 민주적 선거가 나오는 것이 먼저다. 이를 위해 애쓰는 것이 한국의 의무다. 성경책 한 권만 가지고 있어도 일족을 죽이는 곳이 또한 북한이다. 전도와 선교와 신앙의 자유를 전하는 것이 먼저다. 이를 위해 애쓰는 것이 한국 교회의 의무다. 부패한 지식을 따르는 정치인 집단은 그렇다 하여도, 신앙의 명찰을 단 이들이 평화통일 신기루에 빠져 있는 것은 지독한 미혹이다.
“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 도다(호세아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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