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강력한 조치를" 中"신중히 대응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해 5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 회 긴급 회의가 중국₩러시아의 제재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결됐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 대사(왼쪽)는“북한의 행 위는 명백히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예쑤이(張業遂) 유엔주재 중국 대사(오른쪽)는 회의장을 나와 “북 로켓 발사에 대한 안보리 대응은 신중하고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AFP 연합뉴스·신화 뉴시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지 16시간30분 만에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는 역시 중국이 변수였다.

일요일인 5일(현지시각) 오후 3시부터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장에 도착한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다카스 유키오(高須幸雄) 유엔 일본 대사는 회의 시작 전 기자들에게 “강력한 집단행동을 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대사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5분간의 짧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3시간 동안 지속된 회의에서 강력한 제재를 원하는 미국·일본 등 서방의 입장과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러시아 등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수시간의 토론 끝에 “중국이 가장 낮은 단계의 대응인 언론성명(press statement)을 원한다”는 얘기가 유럽 외교관들을 통해 전해졌다.

첫날 회의를 마치고 이달의 안보리 의장국인 멕시코의 클라우드 헬러 대사는 “북한의 로켓 발사로 제기된 우려(concerns)에 대해 안보리 차원의 적절한 대응조치를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는 세 문장의 짤막한 비공식 발표를 했다. 그러나 그의 발표문에 포함된 ‘우려’라는 표현을 놓고, “왜 방향을 미리 정하느냐”고 일부 회원국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비공개회의 시작 전, 박인국 유엔 주재 한국대사와 다카스 유키오 일본대사, 알레한드로 울프 미국 차석대사가 회동해 서로 입장을 조율했다. 3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유엔결의안 1718호 위반이며, 국제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도발행위이기 때문에 단호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3가지 원칙을 공유했다.

안보리 이사국인 미국과 일본이 요구하는 대응 수준은 가장 강한 형태인 ‘안보리 결의’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것 자체로 지난 2006년 북한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강력한 대응만이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안보리 결의 1718호는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할 수 있게 돼 있지만, 그동안 6자회담이 진행돼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앞으로 유엔 제재위원회에서 해외자산 동결대상이 되는 북한 인사와 구체적인 대상물을 결정하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제재위원회의 결정도 결국 합의(consensus)로 이뤄져, 중국이 변수다. 미·일은 안보리 결의 1718호는 이미 구체적인 제재의 틀이 합의된 상황이라, 중국을 설득하기가 상대적으로 덜 힘들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안보리에서 추가 협상을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하고, 기존 결의 1718호를 실행에 옮기는 형태의 전략도 거론된다. 그러나 장예쑤이 중국대사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안보리의 대응은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며 “관련국들은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안보리 회의장 주변에는 100여명의 각국 취재진이 몰렸다. 특히 일본 언론사들은 수십명의 취재진을 보내 안보리 결의 진행과정을 보도했고, 미 방송사들은 유엔본부 밖에 중계 차량을 대기하고 속보 경쟁을 벌였다.

출처: 조선일보 박종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