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5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 북한은 로켓을 발사하지 말라는 세계의 압력을 무시한 채 ,로켓발사를 강행했다. 인공위성 발사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북한이 염두에 둔 것은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이 아니라 추진체(推進體), 즉 로켓의 사거리(射距離)를 테스트 하려는 것이었음을 모를 사람은 없다.

북한이 발사한 로켓에 관한 자세한 데이터가 수집, 분석된 상태는 아니지만 북한의 로켓발사는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늘어나고 있으며, 금명간 미국 본토마저 위협 할 수 있는 미사일 보유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한국은 물론 미, 일, 러 및 유럽 등 국제사회 대부분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감행했다는 사실은 국제정치사에 심심치 않게 나타났던 “억제 실패” (Deterrence Failure) 사례를 하나 더 추가했다. 한국과 미국은 로켓발사가 불러올 대가를 준엄하게 경고하지 않았다. 정확한 ‘시그널’을 주어도 모를 판인데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 한다고 했다가 다시 요격 계획이 없다고 오락가락 하는가하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6자회담도 계속될 것이고, 개성공단도 지속될 것이라 했으니 애초에 북한이 겁먹을 일도 없었다.

일본 홀로 강경책을 고수했지만 일본의 본심은 오히려 이 기회를 잘 이용해서 진정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는 계기로 삼자는데 있었을 것이다. 북한은 일본이 앞으로 어떤 무기를 가지겠다고 결정해도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논리를 모두 제거해 주는데 일조했다.

로켓발사를 억지 하는 데는 실패 했지만 “응징”에서도 실패할 수는 없다. 북한은 곧 미국에 대한 핵 공갈도 가능한 핵무기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됨을 막는 것이 지금 논 하려는 응징 대책 이다. 관련 국가들이 일치단결해서 풀어야 할 과제다.

유엔 안보리에서의 제재가 논의되고 있으나 상임 이사국 중 두 나라가 미국의 적대적 라이벌이니 효과적인 조치가 나올 리 만무하다. 결국 로켓발사를 응징하고 북한의 핵무기 체제 발전을 억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어떻게 대처하느냐로 좁혀진다. 한국은 PSI 에 적극 참가하는 것조차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의 PSI 적극 참여 그 자체가 북한을 더 이상 아프게 하는 요소는 되지 못한다.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확산은 이미 미국에 의해서 충분히 제어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로 하는 응징은 아무런 약발이 없다.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북한이 직접 피해를 느낄 수 있는 경제 제재 조치가 강구 되어야 한다. 지난 두 정권의 대북 퍼주기와 굴종 정책은 북한 주민의 식량이 아니라 미사일과 핵개발에 기여했다.

북한 미사일의 발전은 북한 “핵무기 체제”의 완성을 의미하며 한반도 안보 체제의 본질을 바꿔 놓았다. 남 북 간의 전략균형이 깨져 버렸다는 것이다. 당분간 미국의 막강한 힘을 빌리면 되겠지만 앞으로는 그것도 여의치 못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까지 도달 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갖추게 된다면 그때 미국은 서울을 지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희생해야 할지도 모를 난감한 상황에 당면 할 것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결국 미국이 한국에 대해 제공하는 각종 안보 지원과 핵 우산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다. 북한이 한국, 일본을 사정거리에 두는 미사일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에 도달 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실험한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의 선택지(選擇枝)는 북한이 더 이상 핵무기 체계를 발전시키는 일을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든가, 혹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자구책을 스스로 강구 하던가 두 가지 중 하나로 좁혀진 상황이 되었다.

李春根  2009.4.5.

* 이글은 2009년 4월 6일자 문화일보에 게재 되었던 시론의 원문 입니다.

  문화일보에 게재 된 시론은 원문보다  짧으며 용어상 약간의 수정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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